[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특정 종의 말벌과 개구리가 척추동물의 주요 상처 반응 분자를 모방한 통증 유발 펩타이드를 독립적으로 진화시켜 포식자에 대한 방어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 연구는 분자의 기원에 대한 수십 년간의 가정을 뒤집고, 수렴 진화의 놀라운 사례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수렴 진화란 유연관계가 없는 종들이 유사한 환경적 압력 하에서 비슷한 특성을 발달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science.org, news.uq.edu, theconversation, sciencedaily, nationaltribune에 따르면, 퀸즐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 분자생물과학연구소(IMB)의 샘 로빈슨(Sam Robinson) 박사팀은 최근 Science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서(2026.3.4 게재, DOI:10.1126/science.adx0452), 말벌(Hymenoptera 목)과 개구리(Anura 목)의 독성 펩타이드가 척추동물 브래디키닌(bradykinin)을 독립적으로 모방해 포식자에 통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펩타이드들은 유전적으로 척추동물 기원과 무관하며, 최소 4회 이상의 말벌 계통과 다수의 개구리 계통에서 별도로 진화했다.
연구팀은 말벌 독 브래디키닌 유사체가 포유류와 조류의 브래디키닌 수용체(BK receptors)를 강력 활성화해 상처와 유사한 급성·지속 통증을 일으킨다는 점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예를 들어, 종이말벌(Polistes spp.), 노란말벌(Vespula spp.), 말벌(Vespa spp.) 독에서 추출된 펩타이드들은 포유류 통증 모델에서 천연 브래디키닌과 동등한 효능을 보였다. 개구리 피부 분비물의 경우, 포유류·조류·어류 포식자 맞춤형으로 진화했으며, 개구리 자체 수용체는 반응하지 않아 순수 방어 기능임을 입증했다.
이 수렴진화는 포식 압력에 의한 분자 모방(molecular mimicry) 결과로, 연구팀은 "자연선택이 유전적 기질과 환경 압력이 맞물릴 때 동일 분자를 반복 생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빈슨 박사는 "진화는 무작위가 아닌 예측 가능한 과정"이라며, 농업 해충 저항성 관리와 병원체 내성 예측 등 실용적 응용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 발견은 생물발광·부동단백질 등 기존 수렴 사례를 넘어 분자 수준 예측 모델 개발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