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남극 대륙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기후 변화의 임계점에 진입했으며, 이로 인한 급격하고 상호 연결된 변화들이 전 세계에 치명적인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최근 발표된 네이처(Nature)지의 발표를 비롯해 CBS News, UNSW Sites, ioes.ucla.edu(Institute of the Environment and Sustainability at UCLA), intellinews, JournalPolar의 연구와 보도에 따르면, 남극 빙상의 붕괴 가능성은 전 지구 해수면 상승을 3미터 이상 초래할 수 있어, 세계 주요 연안 도시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호주 남극청의 수석 과학자 네릴리 아브람 박사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이 위기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례 없는 해빙 손실, 남극 시스템의 근본적 붕괴 신호
남극의 해빙은 이제까지 경험한 적 없는 정도의 급격한 감소를 보이고 있다. 최근 6년간 3차례나 기록적인 최저치를 경신하며 체제 전환(regime shift)이 현실화됐다. UCLA 연구진은 20세기 중반까지 이런 급격한 해빙 손실은 0.1% 미만의, 즉 1000번 중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을 확률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북극 해빙과는 달리, 남극의 해빙 손실은 비선형적이며 잠재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의미한다. 이전에 온도가 내려가면 회복될 수 있었던 북극과는 달리, 남극 해빙은 자기영속적인 악순환에 빠져 회복이 어려운 상태다.
해양 순환 체계 붕괴 가능성에 대한 경고
남극 주변 해양의 중요한 순환 시스템인 남극 전복 순환과 대서양 AMOC(대서양 자오선 해양순환)의 일부인 심층 서부 경계 해류(DWBC)가 최근 역전 현상을 보여주며, 30년 만에 처음으로 해류 흐름이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전환됐다. 이는 해양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을 급격히 떨어뜨려 온난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스페인 해양과학자들의 2023년 연구에서는 남극해 심층 순환 속도가 이미 1990년대 말부터 40% 이상 느려졌으며, 조만간 완전 붕괴에 이를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기상과 해양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황제펭귄 개체수 급감, 멸종 위기 가중
남극 해빙 감소는 생태계 변화로도 직결되고 있다. 벨링스하우젠해 일대 5개 황제펭귄 군락 중 4곳이 2022년 새끼 전멸이라는 심각한 번식 실패를 겪었으며, 위성 데이터 분석 결과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이 지역의 황제펭귄 개체 수가 2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 예측치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급격한 감소율이다. 학계는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2100년까지 남극 황제펭귄 군락의 90% 이상이 사실상 “준멸종” 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황제펭귄은 4월부터 1월까지 안정적인 해빙 위에서만 번식할 수 있어, 변동성 커진 해빙 환경에 매우 취약하다.
연쇄적 기후 영향과 인류 위기
남극에서 벌어지는 변화들은 단순한 지역 현상이 아니라 증폭되는 피드백 루프를 통해 전 지구적 영향을 미친다. 해빙 감소는 태양 복사 반사를 줄여 지역 및 전 지구의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이것이 다시 빙붕 약화 및 빙상 붕괴를 촉진한다.
또한 따뜻해진 해양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 감소로 인해 해양의 탄소 흡수능력이 줄고, 이는 결과적으로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를 부추긴다. UNSW(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 The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의 매튜 잉글랜드 교수는 "이러한 변화는 호주를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의 온난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수면 상승과 장기적 전망
남극 빙상이 완전히 붕괴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최대 58미터에 달하는 해수면 상승이 가능한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서남극과 동남극 빙상 일부의 급격한 질량 손실은 이미 수미터 해수면 상승을 예고하는 신호다.
예를 들어, 서남극의 쓰나미급 붕괴 가능성 지점인 스웨인 토레스 빙하와 동남극에서 올해 처음으로 붕괴가 확인된 콩거-글렌저 빙붕 사례가 보고되면서, 기존의 온난화 모델 예상치보다 더 빠르고 심각한 해수면 상승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
인류 대응 방안 '고심'
이번 연구진은 전 지구적 재앙을 막기 위해 1.5도씨 내 배출 감축이 “궁극적이며 긴급한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일부 변화는 이미 자가진행형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경로에 접어들었을 수도 있어, 앞으로 수십 년에서 수백 년간 남극 빙하 손실과 해수면 상승을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기후 목표 달성뿐 아니라, 지구 해안선 교란에 대한 대응과 적응 준비 역시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