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미국 본토와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잇는 사상 첫 정기 직항 노선을 개설했다.
이번 노선은 단순한 항공편 신설을 넘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영토 편입 구상, 그린란드의 경제·관광 전략, 북극권의 지정학적 변화 등 다양한 이슈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의 눈독” 그린란드, 왜 주목받나
그린란드는 세계 최대의 섬이자, 덴마크 자치령으로 북극해와 대서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과 2024년 대선 과정에서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겠다”는 구상을 수차례 공식화했다. 이는 풍부한 희토류·석유 등 자원과 북극항로, 군사적 가치 때문으로, 실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그린란드에 미군기지(툴레 공군기지)를 운영해왔다.
그린란드 자치정부와 주민들은 미국의 편입 시도에 강력히 반발해왔으며, 최근 총선에서도 ‘반(反)트럼프’와 독립·자치 강화 정당이 약진하는 등 정치적 긴장감이 높아져 있다.
유나이티드항공, 누크행 첫 직항…공항 확장·관광산업 도약
유나이티드항공은 2025년 6월 14일, 뉴저지주 뉴어크 공항에서 그린란드 수도 누크까지 첫 직항편(비행시간 약 4시간, 거리 2,414km)을 운항했다. 첫 항공편은 157석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며, 하절기 3개월(6~8월) 동안 정기 운항이 예정돼 있다.
이번 직항 개설은 그린란드 자치정부가 활주로 확장, 터미널 신설 등 대형 항공기(보잉 737 맥스8) 운항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단행한 결과다. 그간 그린란드는 소형기만 취항 가능해 접근성이 극히 제한적이었고, 2024년 기준 미국인 관광객은 연 2600명에 불과했다. 직항편 개설로 접근성이 대폭 개선되면서, 그린란드의 관광산업 육성과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석유·광물 개발보다 관광산업 육성에 중점을 두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북극 빙상, 오로라, 고래관광, 암벽등반 등 모험·생태관광을 앞세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방침이다.
정치·지정학적 파장…“트럼프 편입론”과 북극 경쟁
유나이티드항공의 직항 개설은 트럼프 대통령의 ‘편입론’과는 별개로 추진됐으나,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가 미국 내에서 다시 부각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며 편입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1946년 트루먼 행정부 시절에도 그린란드 매입을 시도했고, 최근엔 중국·러시아의 북극 진출 견제 차원에서 그린란드의 군사·경제적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반면, 그린란드 주민과 덴마크 정부는 미국의 영토 편입 시도에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 최근 총선에서도 ‘미국 편입 반대’ 정당이 1위를 차지하며 민심을 반영했다.
인프라·관광·지역사회 변화
누크 신공항 개장, 활주로 확장 등 인프라 투자는 그린란드의 관광산업뿐 아니라 수입·수출 물류, 지역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전반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다만, 관광객 급증에 따른 환경·문화 보존, 지역사회 수용성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그린란드 관광청은 “공항 건설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관광객 유치와 지역사회 균형 발전을 동시에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옌스 라우리드센 그린란드 공항공사 CEO는 “북미와 연결을 강화하는 것은 공항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숙원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나이티드항공의 그린란드 직항 노선 개설은 단순한 항공편 신설을 넘어, 북극권의 지정학, 미국의 전략, 그린란드의 경제·관광 정책, 지역사회 변화 등 다양한 이슈가 교차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직항편의 성공 여부와 그린란드의 미래는 북극권을 둘러싼 국제 경쟁, 지역사회 선택, 관광산업의 지속가능성 등 복합적 변수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