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최근 국제 금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온스당 3600달러를 돌파,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의 심화를 상징하고 있다.
2025년 9월 2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장중 3610.40달러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금 현물 가격도 1그램당 15만991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CNN, Reuters, CNBC, 24.kg, Discovery Alert, BBC에 따르면, 이 같은 금값 급등은 세 가지 핵심 요인에 기인한다.
먼저,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이 지난 8월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권한을 넘어선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린 점이다. 이 판결이 최종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미국 정부는 이미 징수한 관세 수입을 환급해야 할 가능성이 커 재정 적자 확대를 불러올 우려가 있다.
트럼프 정부는 관세 수입을 전제로 대규모 감세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어, 이로 인한 재정 로드맵 차질이 예견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2일 긴급 항소를 예고, 이번 판결이 "국가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둘째,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 침해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25일 연준 이사인 리사 쿡을 부당해임하려 시도했으며, 이는 1913년 연준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시도로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600여 명의 경제학자들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은 공개 서한을 통해 연준 독립성 유지가 경제정책의 핵심이라며 정치권의 간섭이 미국 경제의 신뢰를 훼손한다고 경고했다. 시장은 9월 중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86.41%로 반영하며, 이는 7월 말 37.66% 대비 급등한 수치다.
셋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종전 협상 무산과 지속되는 지정학적 긴장이 금값 강세를 떠받치고 있다. 9월 1일 예정된 종전 논의가 실패하면서 지정학 리스크가 재점화됐고, 이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졌다.
JP모건의 나타샤 카네바 글로벌 원자재 전략 수석은 올해 말 금 가격이 온스당 3675달러, 내년 말에는 425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줄리어스 베어의 카스텐 멘케 연구책임자 역시 금리 인하 기대, 달러 약세, 연준 독립성 우려 등 복합적 요인이 금 매수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달러화 약세도 금 가격 상승에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국채 수익률 하락과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달러 약세를 부추기면서, 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져 글로벌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스팟 금 가격은 올해 들어 30% 이상 상승하며 글로벌 경제 위기 국면에서 금의 전통적 가치 저장수단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결국 미국 경제는 관세정책의 법적 불확실성, 중앙은행 독립성 위기, 지정학적 갈등 심화라는 복합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투자자들은 금을 안전자산으로 대거 몰리며 가격을 연일 신기록으로 밀어올리고 있다.
앞으로 연방대법원의 관세 정책 최종 판단과 연준 기준금리 결정, 그리고 지정학 정세 변화가 금값 향방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