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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이슈&논란] 기술요구 ‘갑질’ 효성그룹에 면죄부 준 공정위…30억만 내면 끝? '재벌봐주기' 나쁜 선례되나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하청업체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요구한 혐의로 조사를 받아온 효성그룹에 대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자진시정 기회를 부여하는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했다.

 

효성은 30억원 규모의 상생방안을 내세웠고, 공정위는 이를 수용해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길을 열었다. 이번 결정은 동의의결 제도가 ‘면죄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효성, 9년간 하도급업체 기술자료 부당 요구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효성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약 9년간 중전기기 부품 제조를 하도급업체에 맡기면서 하도급법상 금지된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요구·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서면 미교부, 비밀유지계약 미체결 등 하도급법 기술자료 제공 요구 조항을 전반적으로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의의결’로 위법성 판단 없이 사건 종결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효성에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송부했고, 효성은 올해 3월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기업이 피해구제, 거래질서 개선 등 시정방안을 제시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민·형사 사건에서의 ‘합의’와 유사하다.

 

공정위는 이번 동의의결 절차 개시 배경에 대해 “실제 수급사업자의 금전적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고, 효성이 하도급거래 질서를 교란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며 사실상 효성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사건에서 공정위는 “실제 금전적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기술자료 부당 요구는 직접적 금전 손실뿐 아니라 중장기적 경쟁력 저하, 영업비밀 노출, 거래관계에서의 종속 심화 등 비재무적 피해가 더 크다는 지적이 많다.

 

효성, 30억원 상생안으로 ‘면죄부’ 논란


효성은 동의의결 신청서에서 기술자료 요구 및 비밀유지계약관리 시스템 구축·운용, 업무 가이드라인 신설 및 정기교육, 품질향상·작업환경 개선 설비지원, 연구개발(R&D), 산학협력, 국내외 인증획득 등 협력업체 지원 등 총 30억원 규모의 이행방안을 내놨다.

 

공정위는 “효성이 하도급거래 질서를 교란하려는 의도가 없었고, 실제 수급사업자의 금전적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동의의결 개시를 결정했다. 단순 제재보다는 거래구조 개선과 수급사업자 기술경쟁력 제고가 공익에 더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원금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30억원이 하도급업체 전체에 골고루 돌아가고, 피해 업체의 실질적 손실 회복에 쓰일지에 대한 구체적 집행 계획과 효과 측정 기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연구개발·설비지원 등은 미래 경쟁력 강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이미 발생한 기술 유용 피해의 원상회복이나 보상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동의의결 제도, 대기업 ‘봐주기’ 논란

 

동의의결 제도는 2022년 7월 하도급법에 도입됐으며, 이번이 ‘기술자료 제공 요구 금지’ 조항과 관련한 첫 적용 사례다. 하지만 “위법성 판단 없이 30억원만 내면 사건이 종결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공정위는 효성의 위법성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지 않았고, 효성은 과징금 등 직접적 제재를 피하게 됐다.

 

동의의결 제도 자체가 위법성 판단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피해 업체가 구체적 손해배상을 받기 어렵고, 대기업의 ‘상생기금’ 출연으로 사실상 면죄부를 받는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나온다.

 

공정위는 “동의의결은 기업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다”며, 이해관계자 의견수렴과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기업이 자발적 시정방안만 내면 법 위반 사실이 공식적으로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 ‘봐주기’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향후 유사 사건에서 대기업의 법 위반에 대한 ‘신속한 종결’ 통로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면서 "동의의결 최종 인용 전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사후 이행 감시체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재무적·구조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나 재발방지의 가치는 후순위로 밀린 이번 결정으로 효성그룹에 대한 규제당국의 '재벌 봐주기' 논란이 다시 재연될 조짐이다.

 

이번 결정이 향후 대기업의 유사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해 '나쁜 선례'로 남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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