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국내 철강 2·3위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고환율·원자재 부담, 내수 부진이라는 ‘트리플 악재’ 속에서도 2026년 1분기 나란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구조적 침체가 깊어지는 철강업에서 수익성 회복의 분기점을 만들려는 두 회사의 전략이 숫자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제철, “볼륨은 늘리고 마진은 지킨” 15.7억원 턴어라운드
현대제철은 24일 공시에서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 7,397억원, 영업이익 157억원(15.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190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고, 매출은 3.2% 늘었다. 다만 직전 분기(2025년 4분기) 433억원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63.7% 급감해 “흑자지만 체감은 여전히 불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생산·판매 전략의 방향성이 더 뚜렷하다. 판재류 판매량은 전 분기보다 24만 4,000톤 늘어난 297만 8,000톤을 기록해 물량 측면에서 외형 성장을 이끌었지만, 수익성 악화로 별도 영업이익은 725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고환율과 원료탄·철스크랩 가격 상승이 제조원가를 끌어올린 가운데, 판매 확대가 오히려 마진 희석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현대제철 측은 고부가 제품과 미래 수요처 선점을 통해 2분기 이후 수익성 회복을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은 “전력 인프라 산업의 신규 수요를 선점하고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를 통해 탄소 저감 강재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회사는 미국 전기강판 투자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차입을 일시적으로 늘렸으며, 이를 “미래 성장 투자에 따른 일시적 부채 증가”라고 설명했다.
동국제강, 수출·환율 레버리지로 400%대 이익 급증
동국제강그룹은 같은 날 K-IFRS 별도 기준 1분기 매출 8,572억원, 영업이익 214억원, 순이익 62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1%, 영업이익은 무려 403.9%, 순이익은 153.3% 급증한 수치다. 전분기와 비교해도 매출 5.2% 증가, 영업이익 2,886.2% 급증, 순이익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면서 사실상 ‘턴어라운드 분기’를 선언했다.
이번 실적 반전을 이끈 핵심은 공격적인 수출 드라이브다. 동국제강은 수출 전담 조직을 확대하고, 고환율 환경에서 달러 매출 비중을 늘려 채산성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펼쳐 왔다. 국내 건설 경기 침체로 봉형강(철근·형강) 내수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회사가 선제적으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선택이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계열사 동국씨엠 역시 1분기 매출 4,944억원, 영업이익 112억원, 순이익 103억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6.1% 감소, 영업이익은 25.9% 감소해, 기본 수요 부진과 마진 압박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룹 차원의 ‘수출 편중’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유효하지만, 내수 회복 없이는 성장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 신호이기도 하다.
두 회사의 1분기 주요 지표를 단순 비교하면, “규모는 현대제철, 탄력은 동국제강”이라는 구도가 뚜렷하다.
현대제철은 매출 규모와 산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여전히 ‘철강 빅2’의 위상을 지키고 있지만, 1분기 기준으로는 동국제강이 이익 성장률과 순이익 면에서 한발 앞선 모양새다. 현대제철이 ‘볼륨·포지션 게임’을 통해 중장기 반등을 준비하는 국면이라면, 동국제강은 수출과 환율을 레버리지 삼아 당장의 손익계산서를 빠르게 개선하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2분기부터는 “가격+수요” 회복전…변수는 중국과 건설
문제는 이번 실적 개선이 일회성 바닥 탈출인지, 혹은 본격적인 업황 회복의 전초전인지다. 업계와 증권가는 대체로 “1분기가 저점, 2분기부터는 제품 가격 인상 효과와 수요 업종의 계절적 회복이 맞물리며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대제철도 “2분기 이후 저가 수입재 유입 감소와 제품가 인상 효과로 수급이 개선되며 영업이익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철강 수요의 약 40%를 차지하는 건설경기는 여전히 침체지만, 자동차·조선·전력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수출·설비 투자가 일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친환경차 확대, 글로벌 인프라 투자, 재생에너지 전환 등 구조적 트렌드는 고부가 강재와 탄소저감형 제품 수요를 키우고 있어, 전기로·친환경 설비를 강화하는 업체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되는 중이다.
반대로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철강 보호무역 기조는 여전히 잠재 리스크다. 중국의 과잉 설비에서 쏟아지는 저가 재료가 아시아 시장 가격을 흔들고 있고, 미국·유럽·인도 등 주요국의 철강 관세·세이프가드 강화도 한국 철강사의 수출 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동국제강처럼 수출 비중을 키운 회사의 경우, 환율 우호 환경이 꺾이거나 통상 마찰이 심화될 경우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버티는 자가 살아남는다”…실적 반등, 구조조정의 신호탄 될까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1분기 동반 흑자 전환은 “철강업이 여전히 버틸 체력은 남아 있다”는 신호이자, 동시에 “더 이상 과거식 대량생산·내수 의존 모델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경고로 읽힌다. 자동차·조선·전력 인프라·수출이라는 ‘질 좋은 수요’를 얼마나 선점하느냐, 그리고 탄소중립 시대에 맞는 저탄소 공정 및 고부가 강재 비중을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리느냐가 향후 3~5년 실적 격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1분기 실적은 업황이 나빠도 기업 전략에 따라 수익성의 온도차가 뚜렷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대제철이 대규모 외형과 장기 투자로 ‘시간을 사는’ 전략이라면, 동국제강은 민첩한 수출·환율 대응으로 단기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철강업의 구조적 저성장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각 사의 포트폴리오·재무·수출 전략에 따라 ‘버티는 강자’와 ‘밀려나는 약자’가 갈리는 재편 국면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