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국내 제조기업 절반 이상은 중국 기술력에 추월당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KCCI)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의 절반 이상이 중국의 기술력에 추월당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10월 21일 발표된 이 설문조사에서 370개 제조기업 중 32.4%만이 자사 기술 경쟁력이 중국보다 앞서 있다고 응답한 반면, 22.2%는 오히려 중국이 기술 우위에 있다고 답했다.
15년 전 2010년 조사 때는 89.6%가 한국이 우위라고 답했던 것과 극명한 대비를 보인다. 45.4%는 양국간 기술격차가 없다고 응답해 한국 제조업의 기술 우위 상실과 중국의 급부상을 입증했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한국 제조업은 크게 밀리고 있다. 84.6%의 기업들이 중국산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다고 답했으며, 53%는 중국산이 최소 30% 저렴하다고 평가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산하 국제무역센터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반도체는 한국산 대비 65%, 배터리는 73%, 섬유·의류는 75%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제조 속도 역시 중국이 42.4%의 응답에서 빠르다는 평가를 받아 한국의 35.4%를 앞서고 있다.
이 같은 기술 및 가격·속도 경쟁력 약화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체계적이고 막대한 투자와 유연한 규제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은 1조8000억 달러(약 2600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정부 주도 기금을 투입해 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세액공제 위주의 지원 정책을 펴면서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공제율이 낮아지는 역진적 구조로 기업들의 성장 동력이 제한되는 실정이다.
대한상의 이종명 산업혁신본부장은 “한국 제조업 경쟁력 약화를 인정하고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에 집중 지원하는 성장지향형 정책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산업 성장의 3년 내 국내 산업 영향에 대해서도 69.2%의 응답 기업이 한국 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감소와 매출 감소를 예측해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산업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제조업은 기술 혁신과 정책 지원을 통해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기로에 섰다.
추가로, 2025년 들어 한국과 중국의 산업 경쟁 지표는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 수출 경쟁력 지수는 지속 상승 중이며 특히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부문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의 공급망 협력을 통한 기술 우위 확보를 모색하지만, 중국의 대규모 투자와 정부 지원으로 인한 시장 지배력 확대는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제조업이 직면한 과제는 단순한 추격을 넘어 기술 고도화, 연구개발 투자 확대, 그리고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혁신 생태계 조성이다. 중국의 ‘중국제조 2025’, ‘중국표준 2035’ 등 장기 산업 전략은 한국 기업들에게 구조적 변화와 전략적 대응 없이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성장지향적 정책으로의 전환, 특정 분야 집중지원, 글로벌 협력 강화, 그리고 규제 혁신을 통해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