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과학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장수한 사람의 생물학적 비밀을 해독해 인간의 노화에 대한 이해를 재정립할 수 있는 놀라운 역설을 밝혀냈다.
2024년 8월 117세로 타계한 세계 최장수 여성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Maria Branyas Morera)의 DNA, 신진대사, 마이크로바이옴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일부 개인이 평생 탁월한 건강을 유지하면서 극단적인 장수를 누릴 수 있는 이유가 드러났다.
2025년 9월 《Cell Reports Medicine》과 《Nature》, 《New Scientist》, 《NYT》 등 주요 국제 학술지 및 매체들은 117세로 타계한 세계 최장수 여성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Maria Branyas Morera)의 생물학적 샘플 분석 결과를 집중 보도했다. 브라냐스의 혈액, 소변, 타액, 대변을 포함한 신체 샘플을 바탕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인간 노화와 장수의 메커니즘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노화의 역설'이 과학적으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평균 수명 뛰어넘은 30년… 유전적 보호와 젊은 생물학적 나이
190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브라냐스는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평생을 지내며 지역 평균 여성 기대수명보다 30년을 더 살았다. 연구팀은 브라냐스의 유전체에서 유럽 대조군에 없는 7개의 희귀 유전 변이를 확인했다. 이 유전적 특성은 신경계 보호와 심혈관 건강, 암 및 알츠하이머 등 노화성 질병 저항성과 연관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후성유전적 나이(생물학적 나이)는 실제 연령보다 17~23년이나 젊게 측정됐다(브라냐스가 사망 당시 117세, 생물학적으로 94~100세로 평가). 이는 '달력 나이'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건강과 장수의 사실적 척도임을 시사한다.
장수의 열쇠, 장내 미생물: 3개의 요거트가 만든 ‘어린 장’
장수와 건강의 핵심으로 지목된 또 하나의 요인은 브라냐스의 장내 미생물군(microbiome)이다. 장내 유익균인 비피도박테리아(Bifidobacterium)가 대거 우점하며, 이는 강력한 항염증 특성으로 노화성 질환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연구팀은 브라냐스가 매일 요거트를 3개씩 섭취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 식습관이 장내 유익균 증식에 직접적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비피도박테리아가 풍부한 장내 환경은 ‘노화의 속도’와 ‘만성염증 유발도’ 지표에서 월등한 결과를 나타냈고, 소화기 뿐 아니라 전신의 면역·대사 건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함이 임상적으로 검증되고 있다. 참고로 동아시아 등 장수 지역의 슈퍼센테네리언 연구에서도 장내 미생물 다양성 및 항염증 유익균 비율이 장수 인구에서 일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슈퍼센테네리언의 생활습관과 건강관리
브라냐스는 가족과 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며, 112세까지 피아노 연주를 했고, 매일 산책과 독서, 건강한 식생활(지중해 식단, 저염·저당, 요거트 등)을 실천했다. 흡연과 과음은 철저히 배제하고 정신적·사회적 스트레스 요인도 최소화했다. 실제로 그의 두 딸도 모두 90세를 넘긴 고령 생존자로, 가족력적 장수 유전자의 존재를 뒷받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적, 의료적 함의: 노화와 질병은 다르다
브라냐스는 말년까지 암, 치매, 심장질환 등 주요 연령 관련 질환 없이 생존했다. 연구팀은 이 점에 주목하여, 노화의 분자적 변화와 질병에 의한 노쇠를 구분하는 최초의 과학적 증거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는 ‘노화=질병’이라는 기존 통념에 반기를 들 뿐 아니라, 실제로 장수 엘리트 집단에서 나타나는 유전적 저항성, 유익균 중심의 장 환경, 생활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병 없는 노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 발견은 특히 혈액암, 백혈병 등 노화와 연관된 혈액 질환의 근본적 연구 및 치료 타겟 선정에 학문적·임상적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중오믹스 기반의 장수 연구, 미래 의학 혁신 청사진 될까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한 사례연구이지만, DNA·마이크로바이옴·대사체·프로테오믹스 등 다중오믹스 분석을 통해 노화와 질환의 경계, 장수의 메커니즘, 그리고 식생활과 장내 미생물의 상관관계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획기적 의의를 가진다.
향후 임상적·유전학적 타겟 치료(예: 생활습관/장내미생물 조절)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과학적 청사진이 제시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