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 일부 국가의 노화 속도가 유럽 국가에 비해 빠르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Nature Medicine의 보도에 따르면, 더블린 트리니티대 국제뇌건강연구소(GBHI)가 세계 40개국 16만명을 대상으로 엑스포솜(Exposome) 분석 틀을 활용해 사회·정치·환경 요인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국제적으로 비교한 결과다. 엑스포솜은 개인이 평생 노출되는 환경적 요인의 총합을 의미하며, 이는 식단, 독소, 스트레스 등 다양한 생물학적 반응을 포함한다.
연구는 대상자의 실제 나이와 건강 지표, 인지 능력, 교육 수준, 신체 기능, 심혈관 위험 요인을 종합해 ‘생체·행동 연령 격차(BBAG)’로 계산했다. BBAG가 클수록 노화가 가속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분석 결과, 한국, 중국, 인도, 이스라엘 등 아시아 4개국은 아프리카 및 라틴아메리카 국가보다는 노화 속도가 느렸으나 북유럽 국가들보다는 전반적으로 빨랐다. 북유럽 국가 중에서도 특히 덴마크와 스웨덴은 건강한 노화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화를 앞당기는 핵심 요인으로는 대기질 악화 같은 물리적 환경, 경제 및 성별 불평등과 같은 사회적 조건, 그리고 정치 참여 제한과 민주주의 약화 등 정치적 요인이 지목됐다.
아구스틴 이바네스 GBHI 교수는 “대기 오염과 정치 불안, 불평등은 사회뿐 아니라 개인의 건강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며 “건강을 개인 책임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와 환경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 연구원 산드라 바에스 역시 “건강한 노화 여부는 개인적 선택을 넘어서 사회, 정치,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국가별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인의 노화 속도가 유럽에 비해 빠른 현상은 한국 사회가 경험하는 대기오염 문제, 심각한 경제·사회적 불평등 그리고 정치적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노화 가속이 인지 기능 저하와 일상생활 기능 상실 위험을 높이며, 인류의 건강 수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 190여개국 가운데 40개국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고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가 제외된 점에서 제한점이 있으나, 건강한 노화 정책과 공중 보건 전략 수립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향후 사회·환경적 불평등 해소와 대기질 개선, 건강 격차 완화를 위한 맞춤형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