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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동산

[The Numbers] 효성중공업, 장중 사상 첫 400만원 돌파…6년 만에 270배 "AI·노후전력망이 만들어낸 초유의 황제주"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효성중공업 주가가 마침내 장중 400만원 선을 돌파하며 코스피 최정점 ‘황제주’ 자리를 굳혔다. 2020년 1만원대 초반이던 주가가 6년 만에 270배 가까이 치솟은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붐과 북미 초고압 변압기 초호황, 그리고 ‘유일한 미국 765kV 생산기지’라는 희소성이 겹친 구조적 랠리가 자리한다.

 

400만원 돌파, 코스피 정점에 선 황제주


4월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장 초반 한때 400만6000원까지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장중 변동성완화장치(VI)까지 발동될 정도로 매수세가 집중됐고, 종가는 390만~390만원대 후반에서 형성되며 ‘400만원 시대’ 개막을 알렸다. 같은 날 코스피 지수 역시 6560포인트를 상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 지수와 개별 종목이 동시에 신기록을 쓰는 장면이 연출됐다.

 

눈에 띄는 대목은 상승 속도다. 2020년 4월 효성중공업 주가는 약 1만3150원 수준에 불과했으나, 이후 6년 사이 270배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국내 증시에서 보기 어려운 ‘멀티플 재평가’를 이뤄냈다. 전통 중후장대 제조업체가 반도체도, 플랫폼도 아닌 전력기기 하나로 초고가 황제주 반열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1분기 실적·수주, 숫자로 증명된 ‘역대급’

 

이번 랠리의 동력은 무엇보다 숫자다. 회사가 공시한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35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23억원으로 48.7~48.8% 급증했다. 영업이익률도 9.5%에서 11.2%로 껑충 뛰어 두 자릿수를 안착시켰다.

 

수주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중공업 부문 1분기 신규 수주는 4조1745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85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기며 단일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주잔고 역시 15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이 가운데 미국 비중이 50%를 웃돈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히 단가를 올리거나 일회성 프로젝트로 만든 실적이 아니라, 향후 몇 년간 매출과 이익을 뒷받침할 ‘실탄’이 두껍게 쌓였다는 의미다.

 

이번 분기 실적의 하이라이트는 미국 초고압 변압기 대형 수주다. 효성중공업은 올 2월 미국 최대급 송전망 운영사에 765kV 초고압 변압기·리액터·800kV 차단기 등을 공급하는 약 787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전력기기 업체의 미국 단일 프로젝트 기준 역대 최대 규모”라고 평가했다.

 

AI 데이터센터·노후 전력망, 초고압 변압기 슈퍼사이클


효성중공업을 둘러싼 구조적 스토리는 명확하다. 첫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급팽창이다. 글로벌 테크기업들이 AI 학습용 GPU 서버를 앞다퉈 증설하면서 막대한 전력 수요가 발생했고, 이를 지탱하기 위한 초고압 송전 인프라 투자가 동반되고 있다. 둘째, 30~40년 된 북미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본격화 단계에 진입했다. 미국 언론과 업계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송전망 사업자들은 765kV급 초고압망 확충과 기존 345kV·500kV급 설비 리플레이스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이 두 가지 흐름이 겹치며 초고압 변압기 시장은 그야말로 ‘슈퍼사이클’ 초입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효성중공업이 미국에 설치된 765kV 변압기의 절반가량을 공급했고, 2010년대 초반부터 북미 765kV 변압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해왔다”고 전했다. 미국 멤피스 공장은 현재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765kV 초고압 변압기를 설계·생산할 수 있는 시설로, 2028년까지 1억5700만달러(약 2,000억여원) 추가 투자로 생산능력을 두 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초고압 765kV 변압기는 기술 난도가 높아 전 세계에서도 10개 안팎의 기업만 제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송전 손실을 345kV·500kV 대비 크게 줄일 수 있어 장거리 대용량 송전에 최적화돼 있다는 점도 AI 데이터센터와 궁합이 맞는다. 북미 최대급 전력망 운영사에 대한 패키지 공급권을 선점한 효성중공업이 향후 추가 프로젝트에서도 우선 협상 지위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가 “500만원도 가능”…밸류에이션 논쟁 본격화


주가 급등 속에서도 증권가는 일제히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며 ‘상승 여력’을 언급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효성중공업 목표주가를 430만원, 유안타증권은 420만원으로 올렸고, 일부 리서치하우스는 500만원 도달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효성중공업을 ‘전통 제조업’이 아닌, AI 인프라 핵심 수혜주로 재분류하는 시각도 뚜렷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반도체 대표주로 120만~130만원대를 돌파한 가운데, 효성중공업은 AI 전력 인프라를 상징하는 황제주로서 코스피 상단 밸류에이션을 재정의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향후 변수로는 미국 대선 이후 에너지 정책 변화, 송전망 인허가 지연, 경쟁사의 증설 가속화 등이 거론된다.

 

현재 주가 수준이 향후 2~3년치 실적을 선반영한 것인지, AI·전력 인프라 슈퍼사이클 초입에서 이제 막 ‘리레이팅’이 시작된 것인지는 투자자마다 판단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효성중공업이 더 이상 국내 중공업 틈새 종목이 아니라 글로벌 AI 시대 전력망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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