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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칼럼] "꿀벌, 참깨 크기 뇌로 숫자까지 센다"···꿀벌 수학논쟁이 뒤집은 동물지능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호주 연구진이 서양 꿀벌(western honeybee)이 단순한 시각 패턴이 아니라 추상적 수 개념에 기반해 ‘숫자’를 처리한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하면서, 동물 인지과학계에서 10여년간 이어져 온 ‘꿀벌 수학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에 실린 이번 연구는 꿀벌이 수량 차이를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0’과 같은 추상 개념과 크다·작다, 좌→우 방향성까지 포괄하는 수리적 추론 체계를 갖추고 있음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00만개 뉴런, 860억에 도전하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뇌의 크기와 인지 능력’이라는 오랜 통념이다. 인간 뇌는 약 860억개 뉴런을 지닌 반면, 꿀벌의 뇌는 100만개가 채 안 되는 수준으로 인간의 약 10만분의 1에 불과하다. 보도에 따르면, 개체 간 머리 크기가 큰 꿀벌일수록 뇌 용적이 크고 학습 능력이 높다는 상관관계도 확인된 바 있지만, 그럼에도 전체 뉴런 숫자 자체는 극단적으로 적다.

 

그럼에도 꿀벌은 덧셈·뺄셈 학습 뒤 정답률 64~72%를 기록해 ‘우연(50%)’을 유의미하게 상회하는 성과를 반복적으로 냈다. 호주 RMIT대 애드리언 다이어(Adrian Dyer) 팀이 2016~2024년 14마리 꿀벌을 대상으로 수행한 실험에서, 각 개체는 4~7시간 동안 100회 이상 테스트를 반복하면서도 이런 수준의 정답률을 유지한 것으로 보고됐다. 작은 뇌가 필연적으로 ‘단순 반사 수준’에 그친다는 가설은 더 이상 방어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시각 패턴’ vs ‘숫자 개념’…10년 논쟁에 마침표


꿀벌 수학 연구는 2009년 호주국립대(ANU)와 독일 연구진이 점이 2개 찍힌 패턴과 3개 찍힌 패턴을 꿀벌이 구분하고, 훈련을 통해 3개와 4개의 차이도 인식한다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본격화됐다. 이때 이미 연구진은 설탕물 보상 위치를 바꾸고 색깔·냄새 등을 통제해, 꿀벌이 점의 개수에 의존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후 RMIT와 프랑스 연구진은 꿀벌이 ‘0’의 개념을 이해한다는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보고했다. 도형이 아무것도 없는 ‘빈 화면’을 다른 수량보다 ‘작은 수’로 인식하는지를 측정한 결과, 꿀벌은 실제로 0을 다른 수보다 작다고 구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어 2019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된 다이어 팀의 연구에서는 꿀벌이 파란 도형을 보면 +1, 노란 도형을 보면 −1을 수행하는 규칙을 학습해, 네 차례에 걸친 자유 선택 시험에서 64~72%의 정답률로 덧셈·뺄셈 문제를 풀었다.

 

반대론도 만만치 않았다. 일부 연구자들은 꿀벌이 실제로 ‘수량’을 추상적으로 처리한다기보다, 점의 밀도나 밝기, 공간 주파수(spatial frequency) 같은 저수준 시각 단서에 반응했을 뿐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번에 《Proceedings B》에 실린 최신 연구는 이 비판을 정면 돌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꿀벌의 실제 시야, 공간 해상도, 비행 경로를 반영한 ‘벌의 시점(bee’s-eye view)’에서 기존 실험 자극을 재분석하고, 새로운 자극 셋을 설계해 보상 기반 실험을 다시 수행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결과, 시각적 패턴 변수들을 통제한 뒤에도 꿀벌은 0을 포함해 최대 6까지 수량 차이를 인식하고, 더 크거나 작은 수를 고르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동물의 생물학적 특성을 반영해 자극을 분석하면, 남는 것은 수에 대한 실질적 민감성”이라고 결론지었다고 각국 과학 전문 매체들은 전했다.

 

‘기호–수’ 매칭, 좌→우 수직선까지

 

꿀벌의 수리 능력은 단순 수 세기를 넘어 ‘상징(symbol)’ 이해 단계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호주–프랑스 공동연구팀은 Y자형 미로에서 꿀벌에게 특정 부호가 특정 수량을 의미한다는 규칙을 학습시킨 뒤, ‘2’라는 기호를 두 개의 바나나, 두 개의 나무, 모자 두 개 등 서로 다른 대상의 동일 수량과 연결하도록 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결과적으로 꿀벌은 자신이 배운 방향(기호→수, 혹은 수→기호)에서는 기호와 수량을 성공적으로 매칭했지만, 반대 방향 전환 과제에서는 실패해, 뇌 안에서 ‘수 처리’와 ‘기호 처리’가 분리된 경로를 통해 일어난다는 해석이 제시됐다. 이는 수학과 상징 처리가 서로 다른 뇌 영역에서 이뤄진다는 인간 인지신경과학 결과와도 흥미로운 평행선을 이룬다.

 

또한 여러 선행 연구는 꿀벌이 숫자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배열하는, 이른바 정신적 수직선(mental number line)을 갖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작은 수는 좌측, 큰 수는 우측에 더 자주 매칭하는 경향이 관찰됐다는 것이다. 2024~2026년 사이 공개된 후속 연구와 프리프린트에서는 자유 비행 중인 꿀벌이 수량을 평가할 때 개체 별로 고유한 ‘수적 편향(numerical bias)’과 전략을 보인다는 결과도 잇달아 보고되고 있다.

 

인간 아동이 보통 만 3~4세에야 0의 개념을 이해하고, 수직선 위에 숫자를 배치하는 능력을 습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1mg도 안 되는 꿀벌의 뇌가 보여주는 수리적 유연성은 인지과학계에 강한 문제제기를 던진다.

 

꽃잎을 세는 곤충, AI·외계 지능 연구로 번지다

 

이 같은 수리 능력의 진화적·생태학적 의미에 대해서는 아직 가설 단계지만, 연구진과 전문가들은 몇 가지 실용적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꿀벌이 꽃잎이나 꽃의 구조적 요소를 세어, 어떤 식물이 더 많은 꿀이나 꽃가루를 제공하는지 학습하고 기억함으로써 채집 효율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이미 국내외 연구에서는 꿀벌이 동료 개체에게 춤 언어를 통해 먹이 위치와 양을 전달하고, 군집 차원의 ‘집단지성’으로 둥지 위치를 선택한다는 결과가 수십 년간 축적돼 왔다. 여기에 수리적 판단이 결합될 경우, 개체와 집단 수준 의사결정 알고리즘은 훨씬 정교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꿀벌 연구가 이제 AI와 외계 지능 탐색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대목이다. 국내 칼럼 보도에 따르면, 모나시대·RMIT대 연구진은 예술·과학 융합저널 《Leonardo》에 발표한 논문에서 꿀벌의 수학 능력이 ‘성간 소통(interstellar communication)’에서 수학이 보편 언어인지 검증하는 모델로 활용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연구진은 뉴런 96만개 수준의 초소형 뇌가 추상적 수학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을 모사하면,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로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는 곤충 뇌 기반(bio‑inspired) 저전력 컴퓨팅 설계에도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복잡한 문제 해결 방식은 자연이 이미 훨씬 우아하고 효율적으로 구현해 놓은 경우가 많다”는 다이어 교수의 발언은, 꿀벌 연구가 단지 ‘재미있는 동물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간 중심 인지 연구, 교정되는 중


이번 연구를 이끈 스칼렛 하워드 모나시대 박사는 “동물의 인지 능력을 평가할 때는 반드시 동물의 관점에서 설계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그 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시각적 해상도, 색 지각, 비행 패턴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인간 기준으로만 자극을 설계한 초기 실험들은, 꿀벌의 진짜 잠재력을 일부 놓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인지과학과 동물행동학이 ‘큰 뇌–높은 지능’이라는 단순 도식에서 벗어나, 신경 자원의 효율성과 알고리즘에 주목해야 한다는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결국 참깨 씨앗만 한 꿀벌의 뇌가 제기하는 질문은 단순하다. “지능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얼마나 인간 중심적으로 그것을 정의해왔는가.” 100만개도 안 되는 뉴런이 0의 개념을 이해하고 기호와 수를 연결하며, 좌우 방향성을 지닌 수직선 위에 숫자를 정렬할 수 있다면, 인간 860억 뉴런의 우월성은 더 이상 ‘규모’가 아니라 구조와 활용 방식에서 입증돼야 할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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