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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CEO혜윰] 구광모 8년의 ‘의장봉’ 내려놓다…LG, 전 계열사 ‘사외이사 의장 체제’ 전면 전환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18년 6월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한 지 8년 만에 지주회사 ㈜LG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며, LG그룹 전반의 이사회 구조가 상당한 변화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LG는 3월 26일 정기 주주총회 직후 이사회를 열고, 구 회장의 후임으로 사외이사(독립이사)를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 안건이 통과되면 구 회장은 2018년 6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8년 간 유지해온 이사회 의장직에서 공식적으로 내려오게 된다.

 

이번 결정은 “경영과 감시 기능을 분리하는 글로벌 지배구조 표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표이사는 사업 확장과 전략에 집중하고, 이사회는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경영진을 견제·감시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외 자본시장 연구계에서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Integrated CEO–Chairperson Model)을 줄이고, 투명한 의사결정과 리스크 관리를 위해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선진 지배구조 모델로 평가하고 있다.

 

LG그룹은 올해 국내 상장 계열사 11곳 전부를 대상으로, 이사회 의장직을 사내이사가 아닌 사외이사(독립이사)가 맡는 체제로 전면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는 물론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HS애드, LG이노텍, LG헬로비전 등 주요 상장 계열사가 모두 사외이사 의장 체제로 전환 대상에 포함된다. 이는 단순한 인사·역할 조정이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체계적·구조적 전환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LG 전자 에서는 3월 23일 주주총회 이후 개최된 이사회에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강수진 사외이사를 첫 사외이사 출신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강 교수는 2021년부터 LG전자 이사회에 합류해 내부거래위원회, 감사위원회, ESG위원회 등에서 위원을 맡아 왔으며, 법학·거버넌스 전문가로서 이사회 독립성과 감시 기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더불어 LG화학은 조화순 연세대 교수를 첫 여성 사외이사 출신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고, LG디스플레이는 오정석 서울대 교수, LG에너지솔루션은 박진규 고려대 교수, HS애드는 강평경 서강대 교수가 각각 사외이사 의장으로 선출되는 등, 학계 법률·경영·공학 전문가들이 이사회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자리 잡고 있다.

 

LG이노텍과 LG헬로비전은 이미 2022년부터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운영해 온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확대·표준화에 가까운 ‘완전한 전환’으로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공시자료에 따르면, 이들 계열사의 사외이사 비율은 평균 50% 안팎으로, 일부 계열사는 60% 이상까지 이사회를 독립 이사 위주로 구성해 왔다. 다만 이사회 의장직은 과거까지 대부분 사내이사(대표이사)가 맡아 왔기에, 이번 의장 교체는 ‘의결권 분리’ 차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투명한 감독을 통해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지배구조 모델”로 평가한다. 자본시장연구원 등의 연구에서도 사외이사 의장 비중이 높은 기업이 이사회 독립성, 감사위원회 활동성, ESG 의결안 승인률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CEO 의존도와 더 높은 주주권익 보호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구광모 회장은 이미 2026년 신년사 등을 통해 “지나간 성공 방식을 넘어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해야 한다”며, 기술·디지털 전환과 함께 지배구조 선진화를 경영 전략의 한 축으로 강조해 왔다. 이 같은 맥락에서, 자신이 8년 간 지켜온 지주사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는 결정은 “CEO의 권한을 일부 자발적으로 사외이사 계층에 위임하는 상징적 결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나머지 상장 계열사들 역시 3월 중 이사회를 통해 사외이사 의장 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단기적 이벤트가 아니라, 향후 5~10년 이상을 보는 장기적 지배구조 개선 로드맵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구광모 회장의 8년 의장직 은퇴, 그리고 전 계열사로 확대되는 ‘사외이사 의장 체제’는, 한국 대형 재벌그룹이 글로벌 지배구조 기준에 맞춰 권력 구조를 재편하는 대표 사례로 중장기적으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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