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서울 강남 일대 유흥업소에 홍콩에서 유행한 신종 마약 ‘우주 오일’을 액상담배 카트리지 형태로 제조·유통한 조직이 경찰에 대거 검거됐다.
해당 마약은 전신마취제 성분의 전문의약품 에토미데이트와 ‘물고기 마취제’로 불리는 프로폭세이트를 주요 성분으로 쓰였으며, 액상담배와 7대 3 비율로 혼합해 향기로 냄새를 은폐한 뒤 판매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이 신종 마약 제조 및 유통 혐의로 총책인 프랑스 국적 남성과 미국 국적 여성 부부 등 10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2명을 구속했다. 해외로 도주한 총책 부부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돼 국제 공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10월 사이 홍콩에서 전문의약품을 밀수입해 액상담배와 혼합, 총 987개의 전자담배 카트리지를 제작했으며 이 중 강남 지역 유흥업소에 174개 이상을 판매했다. 유흥업소 종사자들에게는 손님으로 위장해 무료 샘플을 제공하며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거짓 홍보와 함께 “불법이 아니고 검출되지 않는다”고 안심시키는 수법으로 판매를 유도했다.
에토미데이트는 전신마취유도제로 최근 오남용 사례가 급증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8월 마약류로 새로 지정한 물질이며, 프로폭세이트는 국내 미승인 전문의약품으로 해외에서는 주로 어류 마취제로 사용된다. 특히 홍콩에서는 ‘우주오일’로 불리며 청소년과 젊은 층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강남 일대 유흥업소 종사자가 케타민 투약과 함께 이 같은 액상담배형 신종 마약 유통 정황을 포착, 대대적 수사를 벌여 액상담배 432ml, 전문의약품 원액 1500ml, 그리고 신종 마약 카트리지 513개와 2억4800만 원 상당 현금을 압수했다. 조직적으로 역할 분담을 통해 일부 제품은 태국 방콕 공항을 통해 해외 판매까지 시도한 정황도 밝혀졌다.
이번 사건으로 신종 마약 제조 및 유통에 관한 법적 공백과 관리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식약처는 프로폭세이트를 9월부터 임시 마약류로 지정하는 개정안을 예고했으며, 에토미데이트 등 일부 성분에 대해서도 마약류 지정과 관리를 강화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8월 12일 공포해 국민 안전 관리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 목적 외에 전문의약품을 오·남용하는 것은 마약류 못지않은 중독성과 위해를 초래한다”며 “불법 신종 마약 유통에 대해 강력 대응하고, 해외 도주 피의자 신병 확보를 위해 국제 공조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액상담배라는 일상적 기호품을 악용해 사회적으로 매우 취약한 층까지 마약 중독 위험에 노출시키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 행태로, 소비자 주의와 법적 규제가 시급함을 시사한다. 향후 국내외에서 신종 마약류 확산과 이를 통한 범죄 조직의 확장 가능성에 대비한 다각적 대책 수립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