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국내 연기금이 사상 최고가를 찍은 SK하이닉스 대신 지주사 SK스퀘어로 대거 갈아타고 있다. 단순한 차익실현이나 반도체 업종 피로감이 아니라, 자본시장법상 ‘단일 종목 10% 룰’에 걸려 SK하이닉스를 더 사지 못하는 구조적 제약이 촉발한 자금 이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30만원 돌파, 구조를 바꾼 SK하이닉스 랠리
SK하이닉스 주가는 4월 27일 장중 130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올해 4월 한 달에만 48~60% 가까이 치솟으며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주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같은 날 코스피 지수는 장중 6,712포인트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고, 지수 상승을 견인한 1등 공신 역시 반도체였다.
이번 랠리의 배경에는 SK하이닉스가 4월 22일 발표한 ‘역대급’ 1분기 실적이 자리 잡고 있다. 외신과 국내 증권사 리포트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 52조5,800억원, 영업이익 37조6,100억원, 영업이익률 72%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분기 매출 5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소개됐다. 이 같은 수치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약 3배 가까이 급증한 수준으로, AI 데이터센터에 투입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폭증이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공통적이다.
‘10% 룰’이 만든 SK스퀘어 우회 매수
문제는 주가 급등이 곧바로 ‘편입 비중 규제’라는 벽을 건드렸다는 점이다. 한국 자본시장법과 시행령은 집합투자기구가 단일 종목에 과도하게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주식형 펀드의 개별 종목 편입 비중을 원칙적으로 10% 수준에서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협회는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의 경우 시장 전체 비중을 반영한 ‘권고 시가총액 비중’을 제시해 왔는데, SK하이닉스는 2025년 10월부터 이 가이드라인의 직접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사실상 ‘10% 룰’의 정면 규제를 받는 종목이 됐다.
대신증권 김회재 애널리스트는 “3월 평균을 기준으로 4월 1일 SK하이닉스의 권고 시가총액 비중이 14.7%로 설정됐지만, 4월 27일에는 주가 급등으로 실제 시가총액 비중이 17.5%까지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그는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는 이미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과도하게 커진 만큼, 규제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SK하이닉스를 추가로 매수할 여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공백을 메운 종목이 바로 지주사 SK스퀘어다. 한국거래소 자료를 인용한 주요 외신·국내 보도에 따르면, 연기금은 4월 27일 하루 동안 SK스퀘어를 139억5,100만원 순매수해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려놓았다. 같은 날 연기금은 SK하이닉스를 25억원 규모로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4월 28일까지 연기금의 SK스퀘어 매수는 4거래일 연속 이어졌고, 28일 하루에만 251억원에 달하는 순매수 행진이 이어졌다는 통계도 나왔다.
최근 10거래일 동안 연기금이 SK하이닉스를 1,571억원 규모로 순매도하는 동안, SK스퀘어는 같은 기간 989억원을 순매수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를 팔아 SK스퀘어를 산다’는 구조적 자산 재배분이 숫자로 확인된 셈이다.
SK스퀘어, ‘지분 20%’ 덕분에 최대 수혜주 부상
연기금이 SK하이닉스를 버리고 반도체를 떠난 것이 아니라, 같은 반도체 사이클의 수혜를 누리면서도 규제 장벽이 낮은 우회 투자처를 찾은 결과라는 점도 중요하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 약 20%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두 회사 주가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 왔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치솟을수록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 가치와 순자산가치(NAV)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구조다.
실제 SK하이닉스 랠리에 힘입어 SK스퀘어의 시가총액도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다섯 번째 ‘시총 100조 클럽’에 진입했다. SK스퀘어는 2021년 인적분할 상장 이후 NAV 대비 44~77% 수준의 ‘만성 할인’이 지속돼 왔지만, 최근 들어 할인율이 약 46% 수준까지 좁혀졌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은 이를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향한 레버리지 베팅이 지주사 할인 축소라는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12개월 선행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2.3배로 역사적 고점 수준에 근접해 있는 반면, SK스퀘어는 여전히 NAV 대비 30~40% 수준의 디스카운트가 남아 있다는 점도 연기금·기관의 매수 논리를 뒷받침한다. 반도체 업황의 구조적 호황을 보면서도 밸류에이션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 수 있는 ‘간접 투자처’로서 SK스퀘어가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증권가 “대안 투자 매력 지속, 지주사 할인 더 줄 것”
증권가도 연기금의 선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신증권은 4월 28일 SK스퀘어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 6개월 목표주가를 종전 76만원에서 100만원으로 32% 상향 조정했다. 김회재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 상향 흐름이 이어지는 한 SK스퀘어의 ‘대안 투자 매력’은 지속될 것”이라며 “순자산가치 대비 할인율을 30%까지 낮춰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12개월 선행 PBR 2.3배 수준인 SK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피크에 근접해 있는 만큼, 지분가치 상승과 함께 SK스퀘어의 NAV 디스카운트 축소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일부 증권사는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종전 166만원에서 200만원으로 20% 상향 조정하며, HBM 주도 AI 반도체 사이클이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놓기도 했다.
당장 단기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10% 룰’이 만들어낸 SK하이닉스- SK스퀘어 간 자금 이동은 단순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 대형주 시장에서 규제, 밸류에이션, 지배구조가 어떻게 맞물려 수익 기회를 재배치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