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국내 우주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가 아랍에미리트(UAE) 스타트업 마다리 스페이스(Madari Space)와 손잡고 저궤도(LEO)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며, 한국 발사체 기술과 중동의 디지털 인프라 자본이 결합한 ‘우주 클라우드 동맹’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
두바이 에어쇼서 MOU…‘우주 데이터센터’ 공동 개발
이노스페이스는 11월 UAE 두바이 에어쇼에서 아부다비 마스다르 시티에 본사를 둔 우주 데이터센터 개발 스타트업 마다리 스페이스와 우주 데이터센터 공동 구축 및 사업화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한국과 UAE 시장을 중심으로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발사 및 위성 운영 연계 서비스 개발, 상업화 기회 발굴 등 새로운 우주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탐색하기로 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시스템 개발, 부품·시스템급 환경시험, 발사 운용, 데이터 전송까지 아우르는 발사체 기반 통합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마다리 스페이스는 고용량 저장·위성 기반 고성능 컴퓨팅(HPC)을 결합한 궤도(orbital) 데이터센터 설계와 중동 지역 네트워크를 담당하는 구조다.
마다리 스페이스는 어떤 회사인가…UAE ‘우주 DC’ 선봉
마다리 스페이스는 UAE 아부다비 마스다르 시티에 기반을 둔 우주 데이터센터 전문 스타트업으로, 위성 기반 고성능 컴퓨팅과 대용량 데이터 저장기술을 결합해 ‘궤도 데이터센터(orbital data centre)’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UAE 재무부 산하 모하메드 빈 라시드 혁신기금(MBRIF)의 지원을 바탕으로, 저궤도(LEO)에서 작동하는 차세대 데이터 저장·처리 인프라를 구축 중이며, UAE 모하메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 및 유엔우주업무사무소(UNOOSA)와 협력해 2026년 우주 데이터센터 파일럿 시스템 발사를 추진하고 있다.
위성·우주 전문 매체에 따르면 마다리 스페이스는 2026년 3분기(Q3)를 목표로 첫 상업용 저궤도 데이터센터를 발사해, 우주에서 데이터를 직접 저장·처리하는 개념증명(POC)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블룸버그 인터뷰 등 해외 보도에서는 이 회사가 지구 관측(EO) 사업자, 정부와 대기업의 ‘주권 데이터(sovreign data) 백업’ 수요를 겨냥해, 우주 공간의 자연 냉각 환경과 태양광을 활용한 지속가능·보안형 데이터 인프라를 지향하고 있다고 전한다.
“국가 핵심 데이터 우주로”…UAE·UN·MBRSC와 삼각 협력
마다리 스페이스 대표 샤리프 알 로마이티(Sharif/Shareef Al Romaithi)는 이번 협력에 대해 “이노스페이스와의 협력은 국가 차원의 가장 핵심적인 데이터를 보호·관리하는 방식을 새롭게 열어가려는 공동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한국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마다리 스페이스는 MBRSC, UNOOSA와 함께 PHI(우주 하드웨어 인큐베이션) 계열 임무 등 다양한 국제 프로그램을 통해 탑재체(payload) 검증과 운용 기술을 축적해 왔으며, PHI-2 미션에 참여하는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UAE 정부는 MBRIF와 UAE 우주청·MBRSC를 통해 우주 기반 디지털 인프라 프로젝트를 전략 과제로 지원하고 있으며, 마다리 스페이스의 LEO 데이터센터도 이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우주 산업은 2035년 1조8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가운데 위성 기반 엣지 컴퓨팅과 우주 클라우드 인프라가 주요 성장 축으로 꼽히고 있어 UAE의 정책 드라이브와도 맞물린다.
이노스페이스 “우주 데이터센터 글로벌 선도 기반 구축”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UAE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우주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양사의 결합은 중장기적으로 우주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적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전문 매체 SatNews·Space&Defense 등도 이노스페이스가 발사 서비스, 시스템 개발, 환경시험, 데이터 전송 역량을 제공하고 마다리 스페이스가 궤도 데이터센터 아키텍처와 지역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역할 분담형 파트너십’이라며, 향후 공동 발사 기회 발굴과 기술 통합을 통한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 모색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이노스페이스는 브라질 알칸타라 발사장 시험발사, 소형 발사체 개발 및 군 정찰위성 발사 사업 참여 등을 통해 축적한 기술과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발사+데이터 서비스’ 결합형 사업 모델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MOU를 통해 향후 마다리 스페이스의 LEO 파일럿 시스템 발사 시 이노스페이스 발사 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으며, 향후 한국·UAE를 중심으로 한 안보·산업 데이터 우주 백업 수요 대응도 모색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주 데이터센터’ 시장, 2035년 390억달러 전망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BIS Research와 ResearchAndMarkets 등에 따르면 저궤도 등 궤도 상(in-orbit) 데이터센터 및 우주 기반 엣지 컴퓨팅 시장은 2029년 약 17억7000만달러 규모에서 2035년 390억달러 수준까지 연평균 60~70%에 달하는 고성장이 예상된다.
같은 기간 ‘우주 기반 엣지 컴퓨팅(space-based edge computing)’ 시장도 2033년 약 1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위성 데이터 폭증과 발사비용 하락, 우주 태양광·저온 환경을 활용한 고효율 연산 수요가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시장에는 미국 오르비츠엣지(OrbitsEdge), 이탈리아 D-오빗(D-Orbit), HPE 연계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플레이어가 이미 진입해 있으며, 위성 내 고성능 컴퓨팅과 온보드(on-board) 분석, 데이터 압축·필터링을 통해 지상으로 보내는 데이터량과 대역폭 비용을 줄이는 모델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영국·유럽계 컨설팅사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우주 클라우드 컴퓨팅(space cloud computing)’ 시장은 약 61억달러로 추산되며, 2035년에는 250억달러 안팎으로 확대될 전망으로, 발사·위성·데이터센터를 결합한 통합 플랫폼 사업자의 부상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상업 발사 서비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영역까지 가치사슬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UAE로서는 자국 내 데이터센터 집중과 전력·냉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우주 데이터센터’ 카드를 키울 수 있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데이터 주권’과 보안, 규제 과제도 산적
다만 궤도 데이터센터 사업은 데이터 주권과 사이버보안, 우주 쓰레기(우주 잔해물) 관리, 국제 규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데이터가 어느 국가의 법·규제를 적용받는지, 우주 공간에서의 물리적·사이버 공격에 어떻게 대비할지, 저궤도 위성 군집이 늘어날수록 충돌·파편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지 등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UN 산하 UNOOSA와 각국 우주기관은 민간 주도의 ‘우주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늘어날 경우, 데이터 기밀성·무결성·가용성(CIA) 보장과 더불어 우주 환경 보호 원칙을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 정립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노스페이스–마다리 스페이스의 LEO 파일럿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향후 규범·표준 논의에서 한국·UAE 기업이 초기 레퍼런스를 쥐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