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에서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웃도는 '신의 직장' 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1년 사이 1300여명의 대규모 퇴사가 발생해 금융권이 격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총 임직원 수는 5만3794명으로, 지난해 상반기(5만5066명)보다 1272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이 532명으로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으며, 국민은행 473명, 우리은행 180명, 하나은행 87명 순이다. 이는 빠르게 진전되는 비대면 금융 확대와 디지털 전환이 인력 구조 조정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은행들은 수년째 매년 2000명 안팎의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권하며 인원을 줄여왔다. 2022년 2357명, 2023년 2392명, 2024년 1987명에 달하는 희망퇴직자가 발생했는데, 최근 희망퇴직 신청자에는 30대까지 포함되는 등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다.
퇴직 직원들은 평균 3억5000만원 규모의 특별 퇴직금과 법정 퇴직금을 포함해 평균 5억원 이상을 퇴직보상으로 챙기고 있다. 특히 희망퇴직 시기와 근속연수에 따라 많게는 10억원, 최대 31개월치 특별 퇴직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상반기 기준 4대 은행 직원 평균 급여액은 6350만원, 연봉으로 환산 시 1억2000만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권 실적이 역대급 수준임을 반영하는 동시에, 직원들의 구조조정 수용 동기를 높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은행들의 이익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의 순이익은 14조9000억원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했고, 4대 은행의 순이익도 8조967억원으로 15.9% 상승했다. 그러나 인력 감축에 따른 현장 직원들의 업무 부담은 가중되고 있으며, 이에 금융산업노조는 임금 인상, 주 4.5일 근무제 도입, 신규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오는 2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비대면 금융 서비스 성장과 디지털 전환은 오프라인 지점 축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4대 은행의 영업점 수는 2024년 상반기 기준 2708곳으로 1년 전 2834곳에서 126곳이 줄었다.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의 확산으로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인력과 점포 규모 조정이 금융산업의 불가피한 구조적 변화로, 실적이 좋은 시기에 퇴직 여건을 마련해 직원들의 자발적 이탈을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신의 직장'으로 여겨졌던 은행업계도 디지털 혁신과 경영 효율화 요구 속에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직면했다. 높은 연봉과 퇴직금에도 불구하고 인력 이탈이 일상화되는 현상은 금융권 노동 시장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며, 향후 은행권의 인력 운영과 서비스 제공 방식이 더욱 스마트하고 효율적으로 재편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