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우주과학 연구진이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중력파 검출기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중력파가 별의 폭발, 블랙홀 병합, 중성자별 충돌 등 거대 우주 사건을 관측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진·바람·온도 등 다양한 외부 요인과 제어 시스템 잡음이 신호 감지에 방해가 돼 왔다. 이번 AI 기반 제어기술은 그러한 잡음을 기존보다 최대 100분의 1로 크게 줄여 관측 민감도와 정확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중력파 검출기 라이고(LIGO)는 레이저 간섭계 기반으로 4km 길이의 진공 터널 내부 양 끝에 설치된 거울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해 중력파를 관측한다. 기존 제어 시스템은 거울 위치 제어 시 발생하는 잡음 때문에 10~30헤르츠(Hz) 저주파 대역에서 신호 탐지에 한계가 있었고 특히 중간 질량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충돌 초기 신호를 선명히 감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진은 강화학습 기반 AI 기법인 ‘딥 루프 셰이핑(Deep Loop Shaping)’을 도입해 라이고 거울의 위치 제어를 최적화했다. AI는 자체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며 잡음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학습했고, 실측 실험에서는 기존 대비 잡음을 30~100배 감소시키는 효과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중력파 검출기의 저주파 대역 민감도가 크게 향상되어 천문학자들은 중성자별 충돌을 두 배 빠르게 포착할 수 있고, 미지의 중간 질량 블랙홀 합병 탐색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번 성과는 단순히 중력파 연구에 그치지 않고, 우주선 항법, 로봇 제어, 반도체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정밀 제어 기술로 응용될 전망이다.
캘리포니아공대(Caltech)의 라나 아디카리 교수는 “AI 덕분에 라이고의 성능이 현저히 향상됐고, 미래에는 더 큰 중력파 관측 시설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사이언스(Science)’지에 발표됐으며, AI와 물리학이 만난 첨단 연구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중력파 관측이 진일보함에 따라 우주의 비밀을 해독하는 천문학·물리학 연구에 새로운 전환점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