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전국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이 2101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강남에서 결혼할 경우 이 비용이 3409만원까지 치솟아, 경상도(1209만원)의 세 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식 비용의 ‘깜깜이’ 시대가 끝나고, 소비자원이 처음으로 전국 실태를 공개하면서 지역별·항목별 격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결혼비용, ‘강남 3409만원 vs 경상도 1209만원’…지역별 최대 3배 차이
한국소비자원이 5월 28일 발표한 결혼서비스 가격조사에 따르면, 전국 14개 지역의 결혼식장(370곳)과 결혼준비대행업체(152곳) 등 522곳의 계약금액을 분석한 결과, 결혼서비스 평균 비용은 2101만원이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1시 시작 예식 5000건의 결혼식장 필수품목(대관료·식대) 계약 금액과 1814건의 '스드메'(스튜디오촬영·드레스·메이크업) 계약 금액을 분석한 결과 결혼 서비스 비용은 평균 2101만원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남 3409만원, 강남 외 서울지역 2815만원, 경기 1875만원, 인천 1834만원, 울산 1796만원 순으로 비쌌다. 저렴한 곳은 경상도 1209만원, 부산 1227만원, 제주 1543만원, 강원 1627만원 순이다.
스드메 세부 항목별로는 스튜디오 촬영 135만원, 드레스 155만원, 메이크업 76만원이 중간가격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스튜디오는 강원도가, 드레스는 대전이, 메이크업은 서울 강남이 각각 가장 비쌌다.
스드메 패키지 계약 금액의 중간 가격은 290만원이며 지역별로는 전라도(345만원), 광주(341만원), 부산(311만원), 서울 강남(295만원) 순으로 비싸고 인천(212만원)이 가장 저렴했다.
1인당 식대도 성수기(6만원)가 비수기(5만5000원)보다 5000원 더 높았다. 서울 강남(8만5000원)과 경상도(4만4000원)는 약 두 배 차이를 보였다.
결혼식장 예약은 예식일 ‘12개월~18개월 전’이 55.3%로 가장 많았다.

‘깜깜이’ 가격정보…10곳 중 6곳 미공개
이번 조사에서 결혼서비스 업체 10곳 중 6곳(63.6%)은 가격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결혼준비대행업체의 86.8%, 결혼식장도 54.1%가 최소한의 가격정보조차 알리지 않았다. 업체들은 ‘서비스 표준화의 어려움’(56.6%)과 ‘경쟁사 노출 우려’(28.6%)를 이유로 들었다.
정부, 결혼서비스 가격공개·법제화 추진…결혼비용, ‘신혼집’까지 합치면 2억~3억원 시대
정부는 결혼식장과 결혼준비대행업체의 가격정보를 자율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결혼서비스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내년부터는 식장 대관료와 스드메 패키지의 세부 가격이 공개되고, ‘참가격’ 누리집을 통해 지역별 결혼서비스 가격이 격월 단위로 제공된다.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표준약관 제정, 위약금·환불 등 제도 개선도 병행할 계획이다.
결혼식 준비비(식장·스드메 등)만 평균 2100만~5000만원 수준이지만, 신혼집 전세금까지 합치면 실제 결혼자금은 2억~3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금만 평균 5억원을 넘는 만큼, 결혼비용 부담은 청년층의 결혼 기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혼, 사랑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난다”는 말이 현실이 된 시대. 소비자원 실태조사는 결혼서비스 시장의 정보 비대칭 해소와 합리적 소비 유도를 위한 첫걸음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