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사상 최대 규모의 IPO를 기록하며 미국 나스닥 시장에 입성하였고, 입성과 동시에 글로벌 시가총액 5위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일론 머스크에 대한 기대와 우주항공에 대한 관심이 새로운 섹터의 지평을 넓히는 중인데,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커피가 아닌 코스피’ 라며 전국민이 전문 투자자의 길을 걷는 요즘의 대한민국에서 필자의 안주인님 역시 이를 놓칠 리 없다. “스페이스X 지금 사?” 아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간식을 먹던 딸아이가 되물었다. “엄마 뭘 산다고? 스페이스 그게 뭔데? 나는?” ‘투자는 자신의 몫 이란다.’ 라는 T발놈의 답변을 삼킨 채 ‘스페이스는 우주를 뜻한단다.’ 라는 품격있는 가장으로서의 답변을 들려주자 의외의 질문이 돌아왔다. “우주는 유니버스 라고 배웠는데?” ◆ 우주를 영어로 하면? 우주를 뜻하는 영어가 의외로 세가지나 있는데, Space, Universe 그리고 Cosmos이다. 언뜻 보기엔 비슷해 보여도 각 단어에는 고유의 시각이 담겨있다. - Space: 물리적 개념의 공간을 뜻하며, 탐사 가능한 공간 으로서의 우주를 정의 - Universe: 과학적 개념의 존재를 뜻하며, 관측 가능한 존
“암기하는 능력이 중요했고…… 있어보자. 그래 영어를 잘하는 게 중요했지.” 유치원에서 딸아이가 꿈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을 배운 날이었다. ‘아빠 어렸을 때는 뭘 잘하는 게 중요했어?’라는 질문에 필자는 기억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독서실에 상주하며 시험범위를 머리 속에 때려 박던 지난 날의 필자에게도 암기력은 무척이나 필요한 능력이었다. ‘어떻게 그걸 다 외웠니?’ 라는 감탄사로 대변되듯 머리가 좋다는 것이 암기를 잘 한다 로 인식되던 시대였고, 심지어 눈으로 사진을 찍듯 정보를 기억하는 혁신적 암기법의 비밀 과외가 암암리에 성행할 만큼 암기 능력이 중요했다. 이 암기 능력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것이 바로 영어 어학 능력이었다. 영어만 잘해도 대학을 간다는 공식이 성립하던 그때, 중고등학생 시절을 외국에서 살다온 것은 하나의 능력으로 받아들여졌다. 유창한 발음으로 영어를 하는 것이 모두의 선망이 되던 그 시대의 영어능력은 그 어떤 역량보다 우선시되었다. ◆ 암기능력의 진화, MLA 많이 외우고 정확하게 외우는 만큼 시험을 잘 보던 지난날의 교육 방식은 틀리지 않았었다. 머리 속 기억된 지식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인간에게 있어 암기력은 무기
“나는 한 글자씩 읽느라 힘든데 아빠는 어떻게 한 번에 쭉 읽어?” 취침 전 책을 읽어주는데 갑작스레 딸아이가 물었다. 본인은 한 글자씩 눈으로 쫓느라 바쁜데 대충 한번 쳐다보고는 술술 읽어내는 아빠가 신기하고도 얄미운 모양이다. “본하야. 앞을 한번 쳐다봐 봐. TV가 보이고 책장이 보이고 서랍이 보이지? 근데 본하는 이거 볼 때 하나하나 순서대로 봤어? 아니면 전체를 한 번에 봤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제법 대견스럽다. 7년의 삶을 통해 이제는 자연스럽게 한눈에 시야를 포착하듯, 책 읽는 연습도 꾸준히 하다 보면 결국 문장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올 것이라는 그럴싸한 답변을 하고 나니 갑자기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근데 왜 꾸준히 읽어야만 한눈에 들어오지?’ ◆ 일상 다반사 1. 얼마 전 일반유치원에서 영어유치원으로 옮긴 학부모의 걱정을 들었다. 영어 실력은 쑥쑥 성장하는 것 같은데 갑자기 한글을 까먹은 것 같다고. 분명 이전 유치원에서 한글을 다 떼었다고 생각했는데 2개월 남짓 지난 지금 한글이 흐릿해 지는 거 같아 걱정이라 하소연했다. 2. 숏폼을 즐겨본다던 회사 후배가 있었다. 즐겨 본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분야의
“으이그. 그러니깐 고운 마음으로 박을 키웠어야지.” 권선징악의 대명사이자 고전 명작의 아이콘 ‘흥부전’을 읽던 딸아이가 혀를 차며 안타까운 듯 읊조렸다. 일부러 다리를 부러트린 놀부에 대한 복수심으로 제비가 재앙의 씨앗을 물어 다 준거라 생각했던 필자에게는 상당히 신선한 접근이었다. 박씨는 같았지만 키우는 자의 마음가짐이 달라서 내용물이 달라진 것이라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던 찰나 휴대폰 속 ‘Figure AI의 휴머노이드 로봇 대량 생산 체재’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 예비 신부의 3대 신혼 가전 요즘 예비 신부들에게는 3대 신혼 가전 로망이 있다고 한다. 글을 읽는 당신이 만약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라면,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건조기’, 이 (없어도 될 것만 같은) 세가지 가전은 꼭 기억해두자. ‘내가 하면 되지 뭘 그런데 돈을 써?’ 라는 꼰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결혼의 꿈을 접어야 할 정도로 이 세 가전의 사용은 보편화 되었는데, 가만 보니 이 가전들의 공통점에서 익숙함이 느껴진다. 요즘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시간의 효율적 사용 선호’를 들 수 있다. 유투브 영상을 2배속으로 시청하다 그것조차 아까워 AI로 축약본을
유난히 실수가 잦았던 한주가 마무리되는 나른한 토요일 아침, 딸아이의 피아노 학원 보강으로 뜻하지 않은 여유가 생겼다. 집안을 둘러보니 저 멀리 분리 수거통이 눈에 밟힌다. 일주일이나 신경 써주지 않아 토라진 것 마냥 플라스틱 패트 병이 수거 통 틈 사이로 혀를 비죽 내밀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무거운 엉덩이를 끌고 분리수거장으로 향했다. 이미 많은 직장인들이 생활의 흔적을 정리하고 있었고, 필자 역시 그 대열에 자연스레 합류하여 일주일을 복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실수도 분리수거가 필요하지 않을까?” ◆ 일주일을 버티는 직장인의 비애 일에 치여 사는 직장인, 특히나 육아를 병행하는 직장인이라면 일주일 중 피로도가 가장 높은 날은 금요일이 아닐까? 이유인 즉 슨 일주일 간 회사와 집에서 차곡차곡 쌓여온 많은 일들과 그 속의 실수들로 인해 감정 소모가 누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누적이 되었을까? 퇴근시간이 늦어 분리수거장의 굳게 닫힌 문을 뒤로한 채 양손 가득 박스를 들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직장인처럼, 왜 우리는 그날의 일들을 바로 풀지 못한 채 일주일 내내 품고 있는 것일까? 하루하루가 여유 있는 삶이라면 매일
“저 이번주에 당근에서 경도모임 가볼까 합니다. 부장님.” 가까스로 ‘당근’을 알아들은 나자신을 칭찬하느라 뒤의 ‘경도모임’을 예상조차 하지 못한 필자의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육아의 꽃이라 불리는 당근 중고마켓 어플의 heavy 유저였던 39도 매너남에게도 ‘경도모임’은 금시초문이었다. 촌스럽게 ‘경영도서관 모임’ 같은 고리타분한 단어를 떠올리다가 는 머쓱한 표정으로 그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 경찰과 도둑 90년대 생들이 학창시절에 즐겨하던 게임 중에 ‘경찰과 도둑’ 이라는 게임이 있다고 한다. 참가자들이 경찰 팀과 도둑 팀으로 나뉘어 서로를 추적하거나 숨으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역할 기반 게임인데, 이것이 작년 말부터 ‘소셜링’과 결합한 새로운 형태로 유행을 타고 있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 모여 놀던 기성세대의 집합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경도(경찰과 도둑)모임은 당근과 같은 소셜 플랫폼에서 출발한다. 서로 검증되지 않은 낯선 타인들이 성별, 나이 만을 포함한 공지 글 하나로 모여, 짧은 시간동안 게임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며 자유로이 교류한다. 물론 온도를 통해 매너 확인이 가능한 당근 platform을 통해 모집한다는 1
“요즘 운동회는 무조건 무승부로 마무리한데요. 지는 팀이 생기면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생기고 자존감이 하락한다고 엄마들이 컴플레인 한다더라구요.” “저도 들었는데 요즘엔 상장도 교실에서 안 주고 따로 교장실로 불러서 개별적으로 전달한대요. 못 받은 애들이 상처받고 위축 될까봐.” 회사 점심시간, 예비 초딩 엄마들의 도파민 터지는 대화에 절로 귀가 기울여진다. 얼마 전 아파트 단지 내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는 지인에게 ‘망원경으로 교실을 감시하는 학부모’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적잖이 충격이었는데, 이건 새로운 결의 충격이다. ◆ 빼앗긴 들의 학생들 아무리 학창시절이 즐겁다 해도 학교생활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학업과 사회성 두 측면에서 끊임없이 성장해야 할 아이들에게는 지속을 위한 자극제가 필요한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도파민’이다. 필자의 과거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참 많은 도파민 유발 인자들이 있었다. 점심시간 대충 밥을 털어 넣고는 운동장으로 뛰어나가 반 대항 축구시합을 하곤 했는데, 한 운동장에서 열 팀의 경기가 동시에 이뤄지는 혼돈의 카오스지만 기어이 골을 넣어 이겼을 때의 짜릿함은 오후 수업 내내 가라앉질 않았다. 선
‘우리는 지금 핵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시대에 살고있다.’ 아이들의 개인화가 걱정이라는 부모들의 한숨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요즘, 새로운 세대의 사회 소통능력에 대한 기성세대의 불만과 걱정이 커지고 있다. 개인화는 이제 MZ세대를 정의하는 하나의 특성으로 자리잡았고, 소통과 협력을 미덕으로 삼는 기성세대에게는 여간 못마땅한게 아니다. ◆ 개인화 시대의 정착 칫솔마저 AI 칫솔이 나올 정도로 AI가 만연한 요즘, 개인화 마저도 AI로 인해 가속화 중인데, 바로 학습 방식의 변화 때문이다. 기존의 학습 방식이 사람들과의 관계(선생님과 학생, 선후배, 친구,등) 에서 사회화를 기반으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었다면, 요즘의 학습은 친절하고 상세하며 섬세한 AI를 통해 다양한 지식을 얻는 과정으로 변모하고 있다. 덕분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적 소모를 굳이 겪을 필요가 없으며, 온전히 개인에게만 집중하며 원하는 지식과 깨달음의 습득이 가능해졌다. 이에 효율성을 강조하는 요즘 세대에게 있어, 대면 사회화 과정은 시간과 감정이 소모되는 후순위적 선택이 되어버렸다. 인구의 감소 역시 개인화에 한 몫을 하고 있는데, 유치원과 더불어 초중고 학생
“비상! 비상! 비상!” 아침에 눈을 떴는데 와이프의 기분이 심히 불쾌해 보인다. 직감적으로 뇌 내 편도체가 상황을 감지하고는 초고속으로 행동을 지시했다. 캘린더의 오늘 날짜를 확인함과 동시에 집안의 곳곳을 샅샅이 스캔 했지만 다행히 결격 사유는 없어 보인다. 그제서야 안심한듯 전전두피질이 상황 해제를 발령했다. 그래도 만반의 준비를 하며 조심스레 이유를 물어보니 간밤에 필자가 바람 피는 꿈을 꾸어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다. 최근 ‘이혼숙려캠프’에 심취한 탓 이려니 하며 마음에도 없는 심심한 사과의 말을 건네고 나자 문득 궁금해졌다. ‘이런 쓸데없는 꿈은 도대체 왜 꾸는 걸까?’ ◆ 과적합 뇌 가설(overfitted brain hypothesis) 꿈을 꾸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까지도 많은 연구가 지속되고 있으며 그만큼 다양한 가설들이 존재하는데, 오늘은 AI시대를 맞이하여 다시 각광을 받는 이론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바로 에릭 호엘 교수의 ‘과적합 뇌 가설’ 이다. 우선 ‘과적합’이라는 용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과적합 이란 AI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서 특정 데이터에 너무 맞춰져서 훈련을 하게 되면 새로운 상황에 잘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를 뜻하는데
“하아. 칼퇴는 글렀구만. 혹시 저녁 먹을 사람?” 밀린 업무가 많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저녁 동지를 찾는데, 적진을 홀로 돌파할 기세로 이대리가 단호박 답변을 날렸다. “저는 저녁 먹으면 집중력이 떨어질 거 같아 그냥 다하고 집 가서 먹겠습니다.” 그녀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며 김밥을 사러 가는 길에 문득 생각이 스쳤다. ‘과연 저녁을 먹고 일하는 것과 쭉 이어서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낳을까?’ ◆ 휴식의 뇌 (Resting Brain) 직장인에게 있어 휴식은 늘 부족해서 갈망하게 되는 필수적 요소다. 하지만 집중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늘 배척해야 할 대척점에 있다고 여긴다. 멍 때리는 행위가 집중의 반대말로 받아들여 지듯이 말이다. 하지만 휴식은 집중의 반대가 아닌, 집중을 복구하고 강화하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 집중하는 우리의 뇌는 전전두엽을 계속 활성화시키면서 신경전달물질의 사용량 증가 및 에너지 소모를 발생시켜 궁극적으로 신경 피로를 누적시킨다. 이러한 상태에서의 ‘휴식’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 역할을 한다. 과열 방지 시스템: 스트레스 상태의 과부화 해소 신경 자원의 회복: 집중을 위한 연료 충전 무의식 정리 작업: 기존 정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