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최근 국내 가구업계를 뒤흔드는 대형 담합·갑질 의혹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시장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 한샘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현대리바트와 에이스침대 본사에 대해 대리점 갑질 의혹 현장 조사를 진행하며 가구업계 주요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 실태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한샘, 10년간 ‘아파트 시스템가구’ 입찰 담합…검찰 강제수사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6월 초 한샘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6개 건설사가 발주한 190건의 아파트 시스템가구 입찰에서 한샘을 포함한 4개 업체가 낙찰 예정자와 입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하는 등 조직적 담합을 벌였다는 공정위 고발에 따른 것이다. 담합 성공 건수는 167건, 관련 매출액은 약 3324억원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라 한샘은 10년간 빌트인 특판가구 입찰에서도 31개 가구업체와 함께 담합해 공정위로부터 총 93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25년 2월에도 20개 시스템가구 업체가 담합해 183억원 과징금과 검찰 고발을 당하는 등 ‘담합 단골기업’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현대리바트·에이스침대, 대리점법 위반 의혹 공정위 현장 조사
공정위는 6월 16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현대리바트와 에이스침대 본사에 조사관을 파견해 대리점 계약서와 내부 문서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번 조사는 본사가 대리점에 판촉비를 강제하거나 인테리어·시설 투자 비용을 떠넘기는 등 대리점법 위반 정황을 포착해 진행 중이다.
현대리바트는 과거에도 특판가구 입찰 담합에 연루돼 공정위 조사를 받았으며, 2023년에는 자진신고(리니언시)를 통해 가구업계 담합 적발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담합과 갑질’로 얼룩진 한국 가구산업
한샘과 현대리바트, 에이스침대는 국내 가구·침대 시장에서 각각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대기업으로, 이번 담합 및 대리점 갑질 의혹은 시장 경쟁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소비자 피해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한샘의 담합 행위는 아파트 분양가 상승과 직결돼 국민 생활비 부담을 가중시켰으며, 현대리바트와 에이스침대의 대리점 갑질 의혹은 중소 대리점의 경영권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시장 신뢰 회복은 요원…경쟁사 반사이익 가능성도
한샘은 반복된 담합 적발에도 불구하고 윤리경영 강화와 컴플라이언스 조직 신설을 선언했으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현대리바트는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한샘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한샘과 현대리바트, 에이스침대 등 대형 가구사들의 불공정 행위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시장 전체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며 “이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누적되고,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얻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