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수세기 동안 인류를 매혹시킨 자연현상인 번개의 기원에 대한 과학적 미스터리가 마침내 풀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빅터 파스코 교수팀은 1752년 벤자민 프랭클린의 연 실험 이래 273년 만에 번개가 실제로 구름 내부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2025년 7월 28일자)에 최초로 정량적·물리적으로 규명했다고 ScienceDaily, The Independent, Daily Galaxy 등의 매체들이 보도했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연 실험…전기와 번개의 본질을 밝힌 역사적 순간
1752년,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아들 윌리엄과 함께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과학 실험 중 하나인 '연과 열쇠 실험'을 직접 실시했다. 이 실험은 번개와 전기가 동일한 현상임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프랭클린은 전도성을 높이기 위해 연의 꼭대기에 금속(철)선을 달고, 연줄은 젖은 삼(hemp)끈을 사용했다. 삼끈의 끝에는 금속 열쇠(key)를 묶었고, 실험자는 안전을 위해 실크끈을 추가로 연결해 절연(전기 흐름 차단) 역할을 하게 했다. 실험은 뇌우가 몰아치던 날, 아들 윌리엄이 연을 날리고 프랭클린 본인은 헛간 혹은 문간에서 연줄(삼끈)의 끝을 잡았다. 이때 삼끈은 비에 젖어 전기가 잘 흐르고, 실크끈은 젖지 않아 프랭클린을 감전 위험에서 보호했다.
이 실험을 통해 번개와 '정전기'가 동일한 전기적 현상임을 최초로 입증했다. 프랭클린은 이후 피뢰침(lightning rod) 발명에 착수, 건축물과 생명을 보호하는 획기적 안전장치를 세상에 내놓았다. 실험 성공 사실은 1752년 10월 <펜실베이니아 가제트(Pennsylvania Gazette)>에 실렸고, 유럽 과학계에서도 널리 회자됐다. 특히 토마스 에디슨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며, 실험적 방법론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물리학회는 “프랭클린은 번개가 전기의 한 형태임을 세계에 증명했고, 이로써 현대 대기물리와 전기공학의 문을 열었다”면서 "프랭클린의 연 실험은 과학적 혁신의 아이콘이자 번개-전기 연관성에 대한 첫 결정적 증명이다. 인류는 '자연철학'이 실험과 논증에 의해 근대 과학으로 탈바꿈하는 핵심 전환점을 경험했다"고 기록했다.

번개, 우주로부터 시작되는 연쇄반응
연구에 따르면 번개의 시작은 지구 밖에서 온 '우주선(cosmic ray)'에서 비롯된다. 이 우주선이 지구 대기로 유입되면 초고에너지 전자를 생성하고, 번개 구름(뇌운) 내부의 강력한 전기장(최대 수백~수천kV/m)이 이 전자들을 거의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다.
가속된 전자가 공기 중 질소·산소 분자와 충돌할 때 X선이 방출되고, 동시에 추가적인 전자 및 고에너지 광자의 '전자 눈사태(electron avalanche)'를 일으키며, 이 피드백이 순식간에 폭발적 전자 증식을 일으켜 최종적으로 번개가 발화한다.
파스코 교수는 이 연결고리를 "X선, 전기장, 전자 눈사태가 맞물린 물리학적 핀볼게임"에 비유한다.
실제로 연구진은 '광전자 피드백 방전(Photoelectric Feedback Discharge)'이라는 고도 수학적 모델을 개발해, 위성·지상 센서·고고도 비행체 등에서 수집된 실측 데이터에 근거하여 이 현상을 정량적으로 검증했다.
모형에 따르면 번개 발생에는 낙뢰 기록의 300~400만분의 1 수준에서 감지되는 '지상 감마선 섬광(TGF, Terrestrial Gamma-ray Flash)'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일반 번개에 비해 현격히 짧은 수 마이크로초(millionths of a second) 단위로, 극히 제한된 구역에서 X선을 동반해 일어난다.

구름 속 '어둠의 번개'도 규명
연구팀의 모델은 특히,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감마선 섬광(TGF)'의 비밀도 풀어냈다. 번개 없이 X선 폭발만 관찰되는 이 현상은, 대기 중 극소영역에서 일어나는 전자 눈사태가 광학(눈에 보이는 빛)과 무선 신호를 거의 동반하지 않고, 매우 높은 에너지의 X선과 감마선을 일으키는 과정임이 밝혀졌다.
즉, 구름의 '어두운 번개(dark lightning)'라 불리는 이 미스터리도 실은 번개 발화 연쇄반응의 일부라는 설명이다.
2025년 일본 오사카대 연구진의 현장 관측에 따르면, 감마선 섬광은 실제 번개가 치기 약 31마이크로초 직전에 발생하며(과거 NASA·RHESSI 연구 기준 TGF 발생 빈도는 하루 약 500회로 추정), 거대한 방전 전류는 감마선 플래시의 직후에 형성된다. 이 값들은 최신 센서와 고속 영상 분석으로 최초 정량 측정에 성공한 결과다.

번개 예측과 대기과학 획기적 진전 기대
이번 연구에는 미국, 프랑스, 덴마크, 체코공화국,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등 국제연구진이 대거 참여했고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등 기관 지원하에 이뤄졌다. 파스코 교수팀은 “강한 전기장, 우주선 유입, X선 및 무선 신호의 상관성을 최초로 정량적 모델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대기과학과 낙뢰 예측, 나아가 항공·우주분야 안전기술에 핵심적 진보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재 지구에서는 연간 14억회, 1초당 44회가 넘는 번개가 칠 것으로 추정되며, 번개로 인한 직접 피해(사망·화재·산불 등)는 연간 2만여명에 달한다는 국제기상기구(WMO) 자료도 있다. 이번 연구의 결과는 미래 기상관측 및 재해예방 전략에 적용돼, 전세계 수십억 인구의 일상과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빅터 파스코 교수는 “이번 연구는 프랭클린의 실험 이후 273년 만에 번개 형성의 첫 물리적 공식 해석을 제공했다"면서 "우주에서 시작된 에너지가 구름 내부의 카오스(chaos)를 거쳐, 지상 낙뢰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의 전모가 드디어 밝혀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