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삼성화재 주식의 회계처리 방식을 두고 금융권과 학계가 논쟁에 휩싸였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7월 30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공식 질의서를 보내 “국제적 회계기준과 해외 사례, 제도적 일관성”을 근거로 명확한 해석과 신속한 기준 제시를 요구했다. 이 쟁점은 단순 ‘지분율 게임’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글로벌 신뢰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15.43% 지분, “자회사 편입”과 “지분법”의 경계에서
2024년 말 기준,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주식 14.98%(7,009,088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2025년 4월 삼성화재 자기주식 소각으로 지분율이 15.43%로 상승, 보험업법상 자회사 편입(15% 초과)에 해당하게 됐다. 삼성생명은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금까지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주식을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FVOCI)’ 금융자산으로 분류해 왔다. 하지만 자회사 편입 이후에는 실질적 유의적 영향력(significant influence) 여부를 기준으로 ‘지분법(Equity Method)’ 회계처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올 6월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에 대한) 회계처리 방안이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고, 전임 이복현 원장은 “지분율 20% 미만이면 원칙적으로 지분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국제회계기준(IFRS) 및 국내 회계규정은 ‘지분율’ 이외에도 실질적 경영참여, 자료 접근권, 사업 연계 등을 총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논쟁별 쟁점과 국제기준 분석
일부에서는 법적 자회사 편입이 자동으로 ‘실질 영향력’ 변화를 의미하지 않으며, 기존처럼 FVOCI 자산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 등 해외 일부 대형 생명보험사도 타그룹 계열사 주식 지분 15~20% 미만 보유 시 FVOCI 분류 관행이 다수 존재한다.
반면, 국내외 회계기준(국제회계기준 28호·IFRS 28)과 여러 해외 사례(일본 미쓰이스미토모FG, 캐나다 Manulife 등)는 15% 내외라도 이사회 자료 접근, 공동플랫폼, 주요 재무자료·의사결정 공유, 사업적 연계 등 ‘실질적 영향력’이 있으면 반드시 지분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IFRS는 “20% 미만이라도 유의적 영향력이 실질적으로 인정되면 지분법을 쓴다”고 명확히 규정한다.
지분법 소급적용론
경제개혁연대를 필두로 일부 학계 및 시민단체는 삼성생명이 과거에도 삼성화재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미쳐왔다는 점을 근거로, 이번에 한정하지 않고 과거 재무제표까지 모두 소급적용(지분법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 경우 과거 손익에 상당한 변동과 투명성 강화 효과가 기대되긴 하지만, 현실적 쟁점도 많다.
해외와 국내 감독당국의 태도
2023~2024년 IFRS 해석위원회, 미국 금융감독위원회(SEC) 등은 “실질 영향력” 유무를 놓고 구체적으로 사안을 심사한다. 미국 GAAP(ASC 323)도 영향력의 실질성을 중시, 대형 금융지주 AIG·Prudential 등도 15~20% 내외 지분에서 지분법을 채택한 사례가 있다(미국 SEC, 2023).
반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법적 자회사 편입만으로 유의적 영향력 행사로 볼 근거는 불충분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업계의 혼선을 키우고 있다.
투자자 감시의 눈 그리고 파장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지분을 지분법으로 변경하면, 삼성화재의 손익 일부가 삼성생명 실적에 반영되고 공정가치 변동분이 자본이 아닌 손익에 잡힌다. 이는 실적 변동성 확대, 주주 및 투자자 혼란, 관리회계 투명성 강화 등의 파급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순 법령상 자회사라는 이름이 아닌, 실제 영향력 기준과 업계관행, 국제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관된 회계처리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이번 논란은 “실질적 영향력” 평가 기준의 모호함,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국내 회계제도의 글로벌 표준 부합성 측면에서 한국 자본시장에 중요한 신호를 던지고 있다. 금감원, 한국회계기준원, 업계가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시장 신뢰를 높이고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하려면, 실질적 영향력에 대한 구체적 기준 제시와 모든 기업에의 공정한 적용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