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SK그룹 계열 부동산 개발사 SK디앤디의 경영권을 전면 인수하면서 단독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한앤컴퍼니는 이달 초 SK디스커버리가 보유한 SK디앤디 지분 31.3%에 해당하는 582만1751주를 약 742억원에 공개매수했으며, 공개매수 이후 남은 주식 37.4%도 매입해 지분 100%를 확보하고 상장폐지를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주당 매매가는 1만2750원으로, 소액주주에도 동일한 경영권 프리미엄이 적용된다.
한앤컴퍼니는 부동산 개발업의 장기 프로젝트 특성과 실적 변동성으로 상장사 규제 체계가 사업 특성과 맞지 않다고 판단, 비상장 전환을 통해 기업 가치 극대화와 장기 성장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SK디앤디는 국내 유일 대기업 계열 상장 디벨로퍼로, 오피스와 임대주택 개발에 강점을 지녀 싱가포르투자청(GIC), 국민연금(NPS) 등과 협업해왔다.
SK디스커버리 측은 이번 매각을 "SK그룹의 포트폴리오 재조정 전략 일환"으로 설명하며 "친환경 소재, 에너지, 바이오 등의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비핵심 자산 정리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최근 계열사 및 사업부문 매각을 통해 현금 유동성 확보와 미래성장 기반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가 보유한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경영권 지분 70.6%를 두산그룹이 인수를 검토 중이다. SK실트론은 SK그룹이 반도체 소재·부품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각 대상으로 내놓은 기업으로, 추산 몸값은 1조원대 후반에서 2조원 수준이다.
두산은 자사 전자BG 부문의 급성장에 힘입어 반도체 및 첨단소재 분야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아 SK실트론 인수로 반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두산 전자BG부문은 AI 가속기용 동박적층판(CCL) 생산이 확대되고 있어 반도체 산업 내 수익성과 시장 지배력이 점차 올라가는 상황이다. 두산은 SK실트론 인수 자금으로 현금성자산 1조2709억원과 추가 차입을 조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SK그룹의 계열사 매각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미래 준비에 초점을 맞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전략의 구현이다. SK그룹은 친환경 소재, 바이오, 에너지 등 고성장 핵심 사업 영역에 경영 역량을 모으면서, 부동산과 일부 비핵심 자산 분야에서 점진적으로 손을 떼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SK디앤디의 비상장 전환 결정은 사업 특성에 부합하는 경영 유연성과 장기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반면 두산그룹은 반도체 밸류체인을 확충하는 M&A를 통해 신성장동력 확보와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어 향후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같은 매각 사례들은 기업이 시장 환경 변화와 산업별 성장 트렌드에 대응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재배치하는 전형적인 사례로, 각각의 득실이 존재한다. SK그룹은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 재원 확보와 핵심 사업 집중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일부 자산 가치 하락과 사업 다각화 제한 우려가 따른다. 두산은 반도체 진출 강화로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반면, 대규모 인수 자금 조달과 시장 변동성 리스크를 함께 감내해야 한다.
재계 인수합병 관계자는 "향후 SK그룹과 두산그룹의 사업 방향과 재편 성과는 국내외 투자자와 시장의 관심을 끌 것"이라며 "한국 대기업들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전략이 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지속적인 관찰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