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은 왜 목이 길까?” “높은 곳에 있는 나뭇잎을 먹어야 되잖아.” 에버랜드 로스트벨리 앞을 서성이던 두 어린이의 대화가 흥미롭다. 기린은 진정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높은 나뭇잎’이라는 자신 만의 블루오션을 독점하기 위해 긴 목의 형태로 진화한 것일까? 또 시작이냐는 듯한 와이프의 차가운 시선을 뒤로한 채 자연과학적 사고를 조심스레 이어나가 본다. [외적응 (Exaptation)] 종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여러 문구 중 화자가 좋아하던 문구가 문득 떠올랐다. ‘기능은 기원이 될 수 없다.’ 기능은 결과일 뿐이고 그 과정의 시작점에 다른 목적의 기원이 있다는 뜻이다. 높은 나뭇잎을 먹는 ‘기능’ 은 긴 목이 수행할 수 있는 하나의 결과일 뿐이기에 그것이 진화의 기원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진화생물학 에서는 이를 ‘외적응(Exaptation)’ 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외적응이란 원래의 기능을 위해 생긴 구조가, 나중에 전혀 다른 기능을 갖게 되는 것을 뜻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새의 깃털이다. 원래는 체온유지용으로 진화한 깃털은 후에 비행이라는 예상치 못한 기능을 갖게 해주었다. [김대리의 외적응] “김대리, PPT기가막히게 만들었구만. 자넨
최근 기업용 사무 자동화 모델인 Anthropic의 ‘Claud Cowork’과 개인의 생활비서 ‘Molt-bot’이 등장하며 전세계에 AI Agent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포했다. 이와 동시에 AI가 다양한 분야 및 여러 방면에 스며들기 시작했는데 의료업계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Microsoft AI Diagnostic Orchestrator] 통칭 MAI-DxO라 불리는 이 도구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발한 의학 진단용 AI이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그 성능은 우리의 예측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복잡한 의료 사례를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 최대 85.5%의 진단 정확도를 기록하였고 (이는 경력 5~20년 차 의사 21명의 평균 인20% 보다 약 4배 이상 높은 정확도이다.), 진단 시 필요한 검사 수를 줄여 전체 진단 비용을 인간 의사 대비 약 20%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녀석의 작동 원리가 굉장히 흥미롭다. MAI-DxO는 총 5개의 개별 AI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치 다섯 명의 인간이 협업하듯 진단을 도출한다. 1) Hypothesis AI: 가능한 진단에 대한 가설을 설정 2) Test-Chooser AI: 가장 적합한 검사를
“0.007%의 확률 뚫은 신의 한수였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제4국에서 드디어 승리를 거머쥔 이세돌 9단의 이야기다. 이날을 기점으로 바둑계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구글의 딥마인드는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 Lee 모델에 이어 강화학습 방식을 채택한 새로운 모델 알파고 0(제로)를 출시하였고, 해당 모델은 바둑의 규칙 정도의 기본 정보만 학습시킨 후 보상을 통해 스스로 승부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단 3일만에 490만판의 대국을 시뮬레이션 하였고 (이는 매일 한 번의 대국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1만3400년에 이르는 숫자이다.), 그 결과 기존 알파고 Lee모델에게 가볍게 승리를 거두었다. Blue Spot의 등장 알파고 이전에는 없던 바둑계의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블루 스팟(blue spot)이다.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승률을 가장 많이 올려주는 다음 한 수.’ AI가 치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신의 한수가 될 자리에 파란색으로 표기해주는 이 블루 스팟은 이제 바둑의 대국 분석에서 필수적 요소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인간이 처음 이 블루스팟을 접했을 때의 반응이 흥미롭다. “나중에 보니 좋은 수였다
“먼지도 아니고 냄새 나는 게 턴다고 털어지니?” 중국집 홍보대사라도 된 것 마냥 온몸에 짜장 향을 휘감은 채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직장 동료가 사무실 한 구석에서 온몸을 툭툭 두드리며 털고 있었다. 이를 본 화자가 의아한 듯 물었더니 그는 제법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냄새는 분자 니까요.” 그렇다. 냄새는 분자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냄새를 일으키는 것은 분자다. 우리가 냄새가 난다고 느끼는 것은, 공기 중에 떠도는 특정 분자가 우리의 코로 들어와 코 속 후각 수용체에 붙게 되고, 여기서 발생되는 전기신호를 우리의 뇌가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직장 동료의 분자 털기 행동은 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제법 의미 있는 행동이라 할 수 있겠다. [실수의 냄새] 아무리 AI급 완벽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직장인이라 할 지라도 실수의 순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이런 실수 중 소위 ‘사고’ 급의 실수는 마치 배어버린 냄새 와도 같아 그 향이 한동안 내 주위를 머무는데, 자꾸 스멀스멀 올라오는 과거의 실수 향은 앞으로 나아가려는 우리의 발목을 잡은 채 또다른 실수를 유발시키는 고약한 녀석이다. 물론 우리는 실수를 통해 어떠한 부분이 잘못되었고, 앞으로는 이러한
“일요일 오전에는 OTT로 매주 영화 한 편을 보면서 여유를 가졌습니다.” 전국의 수험생들이 넷플릭스 시청의 당위성을 피력하기 위해 줄기차게 인용될 예정인, 2026년 수능 만점 자 최장우 학생의 인터뷰 내용이다. 광주학생의회 의장과 전교회장을 역임하며 수능 만점의 쾌거를 이룩한 그의 배경은 참으로 대단하지만, 필자가 더욱 경탄했던 부분은 그의 학습 방식이었다. AI: 강화 학습과 지도 학습 AI업계에서는 최근 RL(Reinforcement Learning) 즉 ‘강화 학습’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강화 학습이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사고하여 정답을 찾도록 하고 정답을 찾은 행동에 대해 보상하여 자율적 사고를 가속화하는 방식이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최적의 행동 전략을 학습하는 것이 목적인 이 강화 학습은 최근의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14 버전에서도 활용되어, 인공지능이 자율적으로 주행 의사를 결정하고 반복적 경험을 통해 운전 실력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와 함께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지도 학습’ 인데, ‘Supervised Learning’ 이라는 영문표기에서도 알 수 있듯
“아빠, 나뭇잎은 초록색을 사랑 하나 봐. 온통 초록색 이잖아.” 방학숙제로 식물원을 탐방하던 딸아이가 문득 필자에게 화두를 던졌다. 나뭇잎은 과연 초록색을 사랑하는가. 이 어린 아이의 단순하지만 심오한 질문을 아빠는 굳이 물리학적으로 접근해 보았고, 그 결과 전혀 반대의 답을 얻게 되었다. 햇빛은 파장이 다른 여러 가지 색의 전자기파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뭇잎은 빛을 구성하는 여러 색들 중 유일하게 초록색만을 흡수하지 않고 반사 시켜 버린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우리는 반사된 빛인 초록색을 나뭇잎의 색으로 인지하게 되는데, 즉 간단하게 말하자면 나뭇잎은 초록색을 싫어하기 때문에 초록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언제나 밝아요." 세상 모든 부모가 쉽게 하는 착각 중 하나가 바로 ‘우리 아이는 제가 제일 잘 알죠.’ 일 것이다. 만약 부모가 아이의 내면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보여지는 생활 속 모습만으로 판단하려 한다면, 마치 나뭇잎이 초록색이라서 초록을 좋아한다고 아는 체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언젠가 과하리 만큼 밝은 아이를 만난 적이 있다. 밝은 미소를 무장한 채 만나면 언제나 웃음으로 인사하며 ‘행복’이라는 단어를 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