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중국 연구진이 1980년대 카세트 테이프의 향수와 첨단 생명공학을 결합한 혁신적인 데이터 저장 시스템을 공개했다.
중국 광둥성 남방과학기술대학교의 장싱위(邢昱) 교수팀은 최근 기존 카세트 테이프의 형태에 첨단 생명공학을 결합한 ‘DNA 카세트’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2025년 9월 10일 Science Advances 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는 디지털 이미지를 DNA 형식으로 변환한 뒤 테이프로부터 성공적으로 복원함으로써 시스템의 기능성을 입증했다.
TechXplore, New Scientist, Science Advances, The Register, Ainvest, SynbioBeta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최대 36페타바이트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데, 이는 3억곡 이상의 음악파일(각 10MB 기준)을 한 곳에 담기 충분한 용량이다.
카세트 외형을 유지하면서도, 내부에는 폴리에스터-나일론 혼합물 플라스틱 테이프 위에 합성 DNA 가닥이 프린트된다. DNA의 네 가지 염기(A·T·C·G)는 컴퓨터 이진코드처럼 디지털 정보를 분자 수준에서 압축·저장한다는 점에서 기존 자기 저장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글로벌 데이터 저장 시장의 구조적 변화
2025년 예상 데이터 생성량은 180제타바이트(1제타바이트=1조GB)에 달하며, 이 중 상당량이 인프라·금융·유통·문화 등에서 장기 보관용 ‘콜드 스토리지’로 분류된다. DNA는 이론상 그램당 455엑사바이트의 저장밀도를 갖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 데이터센터의 공간·에너지 한계를 뛰어넘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DNA 저장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2025년 4500만 달러에서 2032년 21억 달러로 연평균 58.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 응용분야는 장기 기록보존, 정부문서, 대규모 연구데이터, 미디어 아카이브, 엔터프라이즈 콜드 스토리지 등이다.
데이터 검색 문제, 바코드 파티셔닝으로 해법
장 교수팀은 DNA 저장 기술의 가장 큰 장애였던 ‘데이터 검색·인덱싱 속도’를 바코드 패턴화와 파티셔닝으로 해결했다. 1km 테이프당 최대 28.6mg의 DNA를 저장하고, 1000m 테이프 기준 54만5000개의 주소 파티션을 구현했다. 파티션당 최대 1570개를 초당 처리할 수 있어, 기존 자기테이프의 한 면 12곡 한계와 달리 100m DNA 카세트로 30억곡 이상도 저장·검색이 가능하다. 이 방식은 도서관에서 책을 찾는 과정에 비유된다.
‘크리스탈 아머’, 수백 년 데이터 보존 실현
DNA 정보는 제올라이트 이미다졸레이트(ZIF) ‘크리스탈 아머’ 코팅으로 결합 분해를 원천적으로 방지해 장기간 보존성을 크게 높였다. 연구팀은 실제 156.6킬로바이트의 데이터를 분할 코딩 후 2.5시간 내 완전 복원하는 데 성공했으며, 회복·삭제·조작도 가능한 구동기를 개발했다.
실험상 47분까지 회복시간 단축이 가능해졌지만, 이는 아직 상용화에 필요한 접근속도·합성비용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참고로 자기테이프·하드디스크의 통상적 사용수명이 수십 년에 불과한 반면, DNA 저장물은 수백~수천 년 기록도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미래 산업·환경적 가치
DNA 데이터 저장은 데이터센터 전력소모 절감(현재 전 세계 3% 점유, 2% 탄소배출)과 환경부하 저감 효과가 크며, 정부·미디어·과학연구 등 초대형 장기 데이터 보관을 요구하는 산업에 적합하다.
음악 레이블, 스트리밍 서비스, 유전체 빅데이터 기업 등이 DNA 카세트 기반 데이터 아카이브 도입을 모색 중이며, 기술발전과 함께 합성비용·속도 향상도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실제 외신들은 “DNA 카세트가 디지털 문명시대의 아카이브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게임체인저”라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