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모두 힘든 시기인 듯 합니다. 예전엔 다양한 안부였는데 요즘은 한문장이 옵니다. “잘 살고 있냐?” 전 그런 아류의 질문에 이렇게 현문우답(우문현답?)으로 답하지요 “연명하고 있습니다” 열에 아홉은 웃어 넘기시지만 그 웃음들이 유쾌하게 들리기만 하진 않았습니다. 매년 연말이 되면 교수신문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하곤 하죠. 하나의 트렌드가 됐고 기다려지기도 하는데 신기하게도 그 선정되는 네글자의 조합은 흔히 들었던 문구 보단 조금 현학적인 표현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모 나쁘단 건 아니고 제가 더 유식해져야 겠습니다) 아주 쉬운 누구나 들어본 단어로 제게 선정해 보라고 하면 전 올해 단연코 이 두개의 사자를 뽑고 싶습니다. 바로 ‘오비삼척’ 과 ‘동상이몽’ 입니다. 내 코가 석자고, 함께 있지만 다 각자의 주판알을 튕기느라 바빠 보이네요. 인공지능(ai) 전성시대죠. 제가 몸담고 있는 일터도 이 사업을 영위중에 있고, 고도화를 위해 매진중입니다. 우리회사 제품이 아니라 존심이 상하지만 그래도 현재 제일 잘나가고 있다는 챗gpt에 ‘인생’이 뭐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나오겠지만) 제 챗gpt에 물었다고 하면 ‘쳇바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1)잊을 수 있다는 것 2)잊혀 진다는 것 3)잊어야 한다는 것…. 이 중 뭐가 가장 힘들까요? 우선 잊을 수 있음은 본인의 의지가 투영되어 어느정도 조절이 가능하단 이야기일테고, 잊혀 진다는 것은 내 뜻과는 별개로 시간이 흘러야 한다는 물리력을 내포하며 좀 걸리는 상황일꺼며, 잊어야 한다는 것은 의지치는 물론 must의 관점이니 아마도 이게 가장 어려울 꺼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억력이 좋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능력으로 인정받아 사회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암기가 필수이던 그 때 그 시절. 이 기억이란 녀석이 검색 기반의 스마트 시대가 되면서 아카이브로 승화된 반면, 딜리트가 중요시 되면서 뭔가 잊혀짐이 반대로 중요시 되는 요즘 입니다. (흔히들 삭제할 권리, 잊혀질 권리라고도 말하더라구요) 무심에 심취한 가까운 지인이 말했습니다. “그냥 애써 생각하지 말자. 뭐 하라고 하면 그때 해도 된다. 내 나이 52세인데 인생 절반이 지난 이 시기는 도모 대신 관리의 시대니 넘 에너지를 쏟지 말자”라구요. 물론 100세 시대라는 가정하, 이 말은 특정 세대에게만 어느정도 공감을 사는 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라도 흐르는 시간은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사람들은 패배라고 하지…..“ 한때 유행했던 유행가 가사 중 한 소절 입니다. 무심에 비로소 가까워 진 사람들은 말합니다. ”(좀) 듬직하게 기다리시죠! 뭘 그리 급하게 매일 미리 재단하고 걱정하나요?“ 그러더니 ”물이 끓는 그 순간을 못 참아서 식은 물일때 컵라면에 붓고 설익었다고 후회하지 맙시다“라고 덧붙입니다. 그렇습니다. 조금만 참으면 아주 맛난 라면을 먹을 수 있었을텐데 그 잠깐(?)을 못 기다려 우리는 설익은 라면을 맛나다고 치부하며 만족하는 모양새를 띄웁니다. 여기서 잠깐(!) 그 잠깐의 정의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 ‘잠깐’이란 녀석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에 재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산술적 의미로 몇일 내지 몇개월 일까요? 넓고 길게 보면 몇년 일까요? 이도 저도 아니라면 어느 정도를 일컫는 걸까요? 인생이 긴 것 같아도 짧고, 희극 같다가도 비극이라지만 정말 잠깐이라 함은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 느낌치 입니다. 따라서 누군가에겐 수 년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겐 수 개월일 수도 아니 그 이하일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다음 결과물을 받야야 하는 그 직전까지의 시간이 바로 ‘잠깐’일 것입니다. 오
“(좋아하는) 영화 보고, (즐기는) 스포츠 관람하고, (인기있는) 노래 부르며 (몰입하며) 게임을 우리들은 왜 하는 지 아시나요?” 물론 무심 관점에서의 질문입니다. “잊기 위해서 입니다. 찰나든 긴시간이든 사고 자체를 멈추기 위함이지요“ 라고 제가 자문자답 해봤습니다. 생각이 너무 많은 자체가 문제입니다. 사실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많은 고민과 근심으로 스트레스를 받죠.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란 맥심이 있지만, 무심을 적용해 보면 이는 아래와 같이 반어적으로 바꿔도 무방합니다. ‘인간은 생각하지 않는 동물이다’라고 말이죠. 창의적 사고를 위해 골똘히 빠지는 것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진짜 문제 해결을 위해 몰두하지 말라는 말도 아니구요!! 비아냥적인 표현이나 무뇌아로 살자는 자조적인 멘트도 아니랍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인위적이지 않게, 너무 빠지지 말자는 아주 지극히 단순한 ‘알람’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분주히 살다보면 지치기 마련이고, 정해진 항로에서 이탈하기 십상이니 ‘스톱(그만)’이 아닌 ‘포즈(pause)’의 미학을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차곡차곡 쌓는 창고라는 마음 공간도 필요하겠지만, 누적된 산물을 비울 수 있는 휴
intermission 20분. “관객 여러분, 소지하신 입장권을 가지고 나가셨다 오시길 바랍니다…” 보통 120분이 넘는 연극이나 공연을 보면 중간 쉬는 시간을 주며, 저런 안내멘트가 친절하게 흘러나옵니다. 어림 잡아 평균수명 80년이라고 보고 가정해 보면, 현재 기준 40세를 넘어가고 있는 당신! 바로 1막을 마치고 인생 인터미션에 접어든 시기일 것입니다. 비유적 표현이나 그 브레이크 타임이 지나면 2막이 시작되죠~ 어떻게? 본격적으로! 그렇습니다. 1막이 끝나고 2막이 오는 시점이 바로 ‘무심’이 가장 필요한 타임이며, 그렇게 어렵게 연습하며 배양한 무심을 기반으로 다시금 2막을 살아내야 합니다. 정말 뜻대로 되지 않아 막장에 부딪힐 수도 있겠으나, 상시 훈련한 마인드셋을 기반으로 2막을 맞이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급작스런 날벼락,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 변수로 불가피한 변화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그 순간! 바로 그때가 2막으로 들어가는 타임 입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 사실 확 와닿지만은 않는 나이가 됐습니다. 그저 듣기 좋은 희망찬 나팔소리에 귀기울여지는 연배도 아니게 됐구요
이렇게 열대야가 수일째 지속되던 때가 있었나요? 정말 머리에서 후끈후끈 쥐가 날 정도입니다. 엄청 울어대는 매미소리에 잠깐 넋놓고 먼산을 바라봤습니다. 그렇게 무덥고 그렇게 우리를 힘들게 했던 올여름 역시 곧 끝날 것입니다. 막팍 무더위의 발악(?)이 끝나면, 조석으로 차가운 기운을 받게 될 것이며 동시에 시간의 무심함도 느껴지겠죠.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란 말이 있습니다. 해석은 해봐야 무의미 할 것 같고, 저는 이렇게 가을 대신 다른 두글자를 대입해 보기로 했습니다. 가을은 ‘무심’의 계절이라고 말이죠. 혈기 왕성한 청년도 아니지만 떨어지는 낙엽에 눈물이 나고, 아침/저녁 불어오는 스산한 찬바람에 외로움을 느끼며, 시간의 허무함과 세월의 무상함에 한숨 짓는 우리들은 지극히 ‘정상’ 입니다. 하지만 웬지 서글프고, 안타깝고, 아쉬움이 커가며 허무해 지기 십상이긴 하죠. 그래서 가을이 되면 우리들은 ‘무심’을 더욱 장착해야겠습니다. 이또한 사계절 변화 속 자연스러운 흐르이며, 인간의 희노애락 역시 이 때즘엔 더욱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매년 10월의 마지막 날이 되면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데 우리 ‘무심’은
수년 전 본의아니게 자리가 자리인지라 도의적 책임(?)을 지고 회사를 그만두게 된 형이 제게 말했습니다.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어~ 적어도 언젠가 나가야 하는 게 직장인의 운명이라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울 수가….근데 앞으로 딱 뭘 해야할 지 막막하더라….” ‘막막’하단 네 글자에 저 역시 ‘먹먹’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밀려나게 되고, 밀리고 나서야 그때 깨닫게 되고, (그러다보니) 답답함을 넘어 분노하게 되고, (결국) 안좋은 상황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라고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그래서) 무심을 평소 잘 장착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순간에 직면해도 무심정신으로 그래도 속히 평정심을 되찾고,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 적어도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죠. 그렇습니다! ‘(적어도) 나는 아닐 꺼라는 착각’ 대신 ’내가 그 대상이다‘라고 평소 마인드 트레이닝을 해 놓는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예외나 열외는 사실 일종의 ‘특혜’일 때가 많고,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입니다. 군대에서도 그 흔한 열외를 꿈꾸지만, 선정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을 많이 경험하셨을 줄 압니다. 하지만 또 혹자는 이
사전에 치열하게 고민하고 계획해서 플랜대로 일을 진행하는 이들도 있고, 그냥 큰 그림만 그려 놓은 채 디테일 없이 일을 해 나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쪽에 해당하시는지요? 무 자르듯 딱 어떤게 맞고 어떤 것이 좋다라고 말씀 드리는 건 아니고, ’무심‘ 관점에선 후단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씀 드립니다. 생각없이 대충 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판을 짜고 그 판에 맞게 끼워 넣으려다 보면 생각이 많아지고 그리되면 결국 ’무심‘이 아닌 ’유심‘이 된다는 반어적 강조지요. 예를 들어 몇시에 나갔다 몇시쯤 귀가한다 정도만 염두에 두고, 산책보다 조금 거리가 있는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는게 진짜 혼행(나홀로 여행)의 맛일 수 있습니다. 잡념을 버리고 나를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지속 몰려오는 고민거리를 애써 지우는 마음가짐이 바로 ‘무심’이고 그러기 위해 더더욱 계획을 세우지 말고 떠나보는 것입니다. 저는 사실 콘텐츠 소비를 좋아하긴 하지만 시간 때우기 및 머리를 비우기 위해 보는 영화나 tv시청도 줄여보시라고 덧붙여 봅니다. 이유인 즉, 사실 영화 속 비춰지는 건 ’현실‘이 아니란거죠~ 그래서 잠시 스트레스도 풀리는 것 같고, 오감만족에 도움을 주는 것 같
가슴은 답답, 머리는 지끈 가끔 식은땀도 줄줄~에 한숨은 기본장착! 우리 모두는 늘 조급해 합니다. 사실 시간이 약이라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지만, 결국은 먼저 참지 못하고 기다리지 못한 채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다반사죠. 현자들은 말합니다. 너무 성급히 하거나 서두르지 말고 그냥 기다리는 소위 just wait & see 자세를 견지해 보라고. 신기하게도 모든 것이 꼬일대로 꼬여 한치 앞도 안보이던 이들의 앞날도 지나고 보면 많이 좋아졌고, 나아가 즐기는 여유를 보이기도 합니다. 절대적인 시간이 가야하고, 세월을 흘려 보내야 된다는 말이죠. 단축하기 위한 비법은 없답니다. 그니까 절대 조바심 내지 말았으면 합니다. 딱 하루만 기다릴껄….. 딱 한달만 버텨볼껄….. 딱 일년후 결정할껄….. 우리는 후회하며 ‘껄껄껄’ 씁쓸한 미소를 짓습니다. 그래서 이 마당에 다시 등장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무심’이죠. 욕된 마음을 비우고, 의도대로 안간다고 포기하지 않고, 뭔가를 기대하다 실망하지 않는 그런 ‘없는 마음’이 바로 ‘무심’이니까요. 오늘 하루도 또 한번 살포시 다짐해 봅니다. 그리고 성급하지 않게 해달라고 속으로 기도합니다. 잘 갖춰
’내가 지한테 어떻게 했는데…이럴 수가 있어?‘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럼 내가 (이렇게) 할텐데…‘ 누구나 하루에도 몇번 씩 저런 마음을 갖기 마련이죠. 하지만 무심 관점에서 잘 들여다보면 저기엔 바로 ‘욕(심)’이 담겨 있습니다. 보통 ‘욕’이라 함은 뭔가를 강하게 원하는 갈구함이고 그 원한다는 자체가 무심이 아닌 유심인 것이죠. 혹자들은 말합니다. 그냥 물 흐르는대로~ 다시 말해 순리대로~ 그저 지내면 그 뿐이라고…뭔가 계획을 단계적으로 수립해 플랜에 맞춰 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뜻대로 안된다고 스트레스를 받고 또 화를 내면 무의미란 의미겠죠. 그렇습니다. 뭔가를 바라고, 애원하고, 그리워하다 보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더욱 낙담할 수 있습니다. 어찌 사람이 기대없이 살아가고, 계획없이 행동하고, 뜻없이 이뤄가냐고 반문하실 듯 한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무심’이란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늘 강조한 흐름대로의 삶을 영위하자는 취지 입니다. 역행하지 말자! 거스르지 말자! 인위대로 말자! 그리고 순리대로!! 흐르는대로!! 내키는대로!! 무심 장착을 위해 오늘도 노력하신 여러분, 위에서 말씀 드린 ‘말자’와 ‘대로’만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