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과학자들이 기존 인터넷 광섬유 케이블을 정교한 지진계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며, 지진 탐지와 조기 경보 체계에 혁명적인 발전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과 캘리포니아주립공과대학 연구진은 2024년 멘도시노(Mendocino) 지진(규모 7.0)을 광섬유를 통해 '이미지'화하여 지진의 크기와 위치, 연성(rupture) 특성을 초정밀하게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Science 저널, 미국지질조사국(USGS), NBC News, San Francisco Gate, Nature Communications, 미국 ShakeAlert 시스템 연구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레이저 펄스를 기존 인터넷 케이블에 쏘아 반사되는 빛의 변화를 측정하는 분산형 음향 감지(distributed acoustic sensing, DAS) 기술을 핵심으로 하며, 연구팀은 2년 전 캘리포니아 아카타 경찰서에 설치한 장비의 케이블에서 지진파 신호를 감지해 세밀한 지진 파열 과정을 분석했다.
이 기술은 기존 육상 지진계가 닿지 못하는 해저 지진과 같은 치명적 ‘사각지대’를 메워 조기 경보의 시간을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재 지구 표면의 약 70%가 바다로 덮여 있으나, 전통적인 지진계 대부분은 육지에 집중돼 있어 해저 지진 탐지가 늦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UC 샌타크루즈의 에밀리 브로드스키 교수는 이러한 사각지대를 “흐릿한 안경을 쓰고 지진을 추정하는 것과 같다”라고 평가했다. DAS 기술은 광케이블을 따라 수미터 간격으로 지진 진동을 실시간 측정하며, 해저 케이블에 적용 시 최대 90마일(약 145km) 거리까지 신속한 감지가 가능하다.
한편, 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은 AI 기반 신호 증폭 기술로 배경 소음 속에서 2.5배 이상 신뢰도 높은 미세 지진 신호를 검출하는 데 성공, 상업용 인터넷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과학적 감지가 가능함을 2024년 시연했다. 아이슬란드 기상청은 이 기술을 활용해 화산 폭발 조기 경보를 운영 중이며, 알래스카 연구진도 기존 관측망에 나타나지 않았던 섭입대 지진을 감지해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미국의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인 ‘셰이크얼러트(ShakeAlert)’는 위성 및 전통 지진계와 더불어 DAS 통합을 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해저 지진 발생 지역인 샌프란시스코 인근 해양 단층대에 적용하여 경보 정확도와 속도를 개선하고자 노력 중이다.
그러나 이 기술의 확대 적용에는 넘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통신사는 귀중한 인프라에 과학장비 부착에 관한 보안과 운영 문제를 우려하며, 정부 차원의 규제와 정책 프레임워크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광섬유 케이블이 지진파 중 느리게 도착하는 S파에는 민감하나 손상이 크고 초기 도달하는 P파 감지는 상대적으로 어려워, 기존 지진계와의 보완적 활용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 1000만 킬로미터 이상 설치된 광섬유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이 기술이 해저와 육상 모두를 아우르는 최첨단 지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조기 경보 시간을 확대해 수천 명의 인명을 구할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 연구 성과는 전 세계 지진 연구와 조기경보체계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특히 해저 지진 관측 능력 강화와 국민 안전 확보에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올 전망이다.
최근 인터넷 광섬유 케이블을 이용한 지진 감지 기술이 급부상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국내외 핵심 기업들의 역할과 해저 케이블 시장 동향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지진 감지 분야의 분산형 음향 감지(Distributed Acoustic Sensing, DAS) 기술에서는 미국의 Luna Innovations 산하 OptaSense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최첨단 DAS 인터로게이터 장비를 제공하며, 해저 및 육상 광케이블을 활용해 지진 및 미세지진 감지에 뛰어난 성능을 보이고 있다. Schlumberger, Halliburton, Baker Hughes 등 글로벌 에너지 및 계측 기업들도 이 분야에서 핵심 선수로, DAS 기술을 석유 및 가스 탐사와 함께 지진 감지 기술에 적용 중이다.
국내 해저 케이블 시장에서는 LS전선이 단연 주목받는 기업이다. 일본과 한국을 연결하는 260km 해저 통신 케이블 프로젝트(JAKO 프로젝트)를 마이크로소프트, AWS 등 글로벌 IT 기업과 함께 주도하며, EPC(설계·조달·시공) 전 과정을 맡아 차세대 클라우드 및 AI 전송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또한, 2025년 충남 당진에 해저 케이블 생산 공장을 완공하며 국내 최초 상업용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 640kV급 초고압 전력 케이블 생산을 위한 신규 공장도 2027년 가동 예정이다. 이외에도 타이한과 같은 기업들이 해상 풍력과 연계한 고성능 해저 케이블을 제작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은 2024년 기준 약 1000만 달러 규모에 달하는 해저 케이블 시장에서 향후 2030년대까지 지속적인 성장세가 기대된다. 5G 백홀 및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간 초저지연 통신 요구가 확대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신형 광케이블과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터넷 광섬유 기반 지진 조기 경보와 해저 케이블 시장은 상호보완적 혁신 생태계를 구축, 한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디지털 인프라 허브로 부상하는데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