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유통업계에 가격인상 폭풍이 불고 있다. 지금 안올리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국혼란을 틈타 기습인상이 판치고 있다.
라면, 과자는 물론 맥주, 와인과 커피까지 식음료업계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대부분이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품목들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고민도 깊어 가고 있다. 소비자들은 비상식적이고, 빈번한 가격인상에 대해서는 정부부처 및 규제감독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다음달 1일부터 카스·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 가격을 평균 2.9% 인상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고환율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각종 원부자재의 비용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전반적인 내수 상황과 소비자 부담을 고려하여 인상률은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도 이달 들어 데땅져·얀 알렉상드르 등 와인·샴페인 800여종 중 200여종의 가격을 평균 1.9% 인상했다. 앞서 롯데아사히주류가 수입하는 일본 맥주 '아사히'도 지난 1일 부로 가격을 8~20% 인상했다.
이미 우유, 라면 가격도 오름세다. 식품업체들은 원재료 가격 인상에 따른 결정이라고 호소하지만 소비자 부담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매일유업은 다음달부터 컵커피, 두유, 아이스크림, 가공유 등 제품 51종 가격을 평균 8.9% 인상한다. 대표 제품인 '바리스타 룰스 250㎖'가 3.6%, '스트링치즈 플레인'이 7.4% 각각 오른다.
오뚜기는 다음달부터 총 27개의 라면 유형 중 16개의 제품 출고가를 평균 7.5% 인상한다. 오뚜기가 라면류 가격을 인상한 것은 지난 2022년 10월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3분 카레, 컵밥, 짜장 분말, 스프 등의 대표 제품 가격도 올리고 있다.
앞서 라면 1위 업체인 농심도 지난 17일 부로 신라면을 비롯해 너구리, 짜파게티 등 라면·스낵 17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7.2% 올렸다. 삼양식품은 "현재로선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며, 하림 측도 "아직까지 가격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커피·디저트 전문점인 투썸플레이스도 26일부터 대표 제품인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스초생)을 포함한 케이크와 커피, 음료 등 58종의 가격을 평균 4.9% 올린다. 앞서 원두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과 원-달러 환율 급등 여파로 커피 전문점들이 잇달아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지난 1월 스타벅스에 이어 폴바셋, 할리스 등도 가격을 올렸다.

가격인상을 추진한 기업들의 인상논리와 주장은 거의 동일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환율에 지속적인 원자재 가격, 임대료 및 인건비 상승으로 회사 자체적으로 부담을 안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며 "더 버티기 힘든 상황에 이르러, 부득이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들이 중개 수수료를 내린 것이 무색하게 치킨 등 프랜차이즈 업계가 가격을 올리면서 소비자들의 체감물가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미 치킨 업체 중 교촌치킨은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상의 ‘주범’ 취급을 받으며 더 미운털이 박혔다.
올해 들어 이디야커피, 맘스터치, 굽네치킨 등이 배달 메뉴 가격을 매장보다 비싸게 받는 '이중가격제’ 도입을 늘렸다.

최근 대통령 탄핵이슈 등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점, '조기 대선'이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편승해 규제당국의 감시의 눈초리가 상대적으로 덜한 이 시기를 이용해 교묘히 인상을 추진하는 것이 소비자입장에서는 반갑지만은 않다.
공교롭게도 탄핵이슈와 선거철을 앞두고 상습적으로 반복되어 온 모습이다. 또 1위 기업이 가격인상을 하면서 총대를 매면, 후발 업체들도 슬그머니 가격인상에 동참하는 방식도 유사하다.
소비자들은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인상열풍에 제동을 걸 곳은 공정거래위원회라며 제대로 된 역할을 해줘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몇년 전 치킨가격 인상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BBQ가 공정위가 조사를 벌이겠다고 하자 가격 인상을 전격 철회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가격인상과 관련한 공정위법 규제는 크게 3가지. 가격담합(카르텔국), 독과점사업자의 가격남용(시장감시국), 재판매가격유지(시장감시국)등의 사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별사업자의 가격결정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관여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가격담합등 공정위법 위반행위가 있다고 판단되면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