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판매되는 대표 간식 ‘소떡소떡’의 99%가 수입산 원재료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호두과자’와 ‘우동’도 각각 100% 수입산 호두와 면을 사용, 국산 농산물의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 같은 비판 여론 속에 CJ프레시웨이, SK에너지, SPC, 코오롱엘에스아이, 풀무원 등 주요 5개 기업이 농어촌상생협력기금 5970만원을 신규 출연하며 뒤늦게 상생 행렬에 동참했다.
휴게소 간식의 충격적 현실
15일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휴게소 판매 상위 10대 품목 중 ‘호두과자(호두)’와 ‘우동(면)’은 100% 수입산, ‘소떡소떡(떡·연육)’은 99% 수입산이었다. ‘맥반석 오징어’ 또한 국내산 사용 비율이 2013년 95%에서 2024년 12%로 급감하며, 10곳 중 9곳 이상이 외국산 재료를 쓰는 상황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전국 208개 휴게소 중 205개를 민간에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서 의원은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시설마저 수입산 일색”이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기업들의 뒤늦은 동참…총 5970만원 출연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업 및 농촌을 지원하기 위해 2017년 조성된 민간자발기금이다. 기금은 올해 8월 기준 총 2780억원이 모였으나 이는 당초 목표액 1조원의 3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공공기관 출연액은 1607억원(57.8%), 민간기업 출연은 1165억원(41.9%)으로 민간의 참여가 저조했다.
이번에 기금을 낸 주요 기업별 금액은 ▲SPC 2000만원 ▲풀무원 1710만원 ▲SK에너지 1000만원 ▲CJ프레시웨이 917만5000원(현금 300만·현물 617만5000원) ▲코오롱엘에스아이 300만원 순이었다.
서삼석 의원은 “수입산 원재료를 재가공해 수익을 얻는 기업의 책임 있는 참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도로공사, 국내산 가점제 신설…소비 확대 유도
한국도로공사는 비판 여론 이후 휴게소 운영 평가항목에 ‘국내산 농산물 활성화’ 가점 제도를 신설했다. F&B 평가 점수 총 12점 중 3점을 이 항목에 배정해, 국산 농축수산물 사용 실적이 좋은 운영업체에 가점을 주는 방식이다. 또한 ‘메뉴 국산화 캠페인’을 추진하며, 전국 휴게소 메뉴 개발 경진대회를 통해 인지도 높은 간편식 7종을 상품화할 계획도 세웠다.
국산 자재 비율, 식품 산업 전반에서도 저조
농림축산식품부의 국가농식품통계서비스(KASS)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식품 제조업체의 국산 농축수산물 사용 비율은 31.9%에 불과했다. 이는 수입 원료 가격 경쟁력과 FTA 확산 영향으로 국산 수요가 지속적으로 밀리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농촌상생기금, 연장·확대 논의 본격화
현재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사업 종료를 2027년 1월로 앞두고 있으며, 목표액의 70% 이상이 미달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민간기업의 참여 의무화와 기금 사용의 투명성 강화가 병행돼야 지속 가능한 체계가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윤준병 의원은 “중소기업 상생기금에는 2조원 가까이 쏟아붓는 기업들이 농어촌 기금엔 인색하다”며 “정부와 국회가 출연 유도 입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국산 식자재의 위축은 단순히 가격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라 먹거리 안전과 지역 농가 생존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공기업, 민간기업이 함께 국내산 농축수산물 사용률 확대를 위한 실질적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