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2024년 5월, 20년 만에 발생한 초대형 태양폭풍(G5급 슈퍼스톰) 기간 동안 한국의 우주날씨 관측 큐브위성 ‘도요샛’(SNIPE·Small scale magNetospheric and Ionospheric Plasma Experiment)이 지구 전리권에서 일어나는 전례 없는 변화를 실시간으로 포착했다는 연구 성과가 공개됐다.
이 성과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 등 세계 선진국의 대형 위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의 데이터를 저비용 초소형 위성이 연속 관측으로 실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슈퍼태양폭풍, 1989년 이래 최강…플라즈마 구조 대이동
2024년 5월 10일~13일(세계시 기준), 2003년 ‘할로윈 스톰’ 이후 가장 강력한 태양폭풍이 지구를 덮쳤다. NOAA 기준 Dst지수 -410nT, Kp 9의 극한 상황에서 오로라는 한국 강원도와 미국 플로리다, 남미 등 위도 30도 부근까지 출현했다. NASA와 유럽 우주국, 각국 주요 위성의 실측 자료에 따르면 지구 주변에는 약 3개월 이상 지속된 새로운 임시 방사선 벨트(고에너지 전자·양성자대)도 추가로 형성됐다.

‘도요샛’이 직접 잡아낸 전리권 변화, 과거와 달랐다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공동개발, 2023년 5월 25일 누리호로 쏘아올린 10kg급 큐브위성 도요샛 군(가람·나래·다솔·라온)은 초소형 군집 편대비행으로 기존 관측사각지대였던 고도 500km 여명-황혼궤도에서 랭뮤어 탐침(Langmuir Probe)을 활용해 60시간 연속으로 전리권(고도 60~1000km)의 플라즈마 밀도 및 온도를 정밀 관측했다.
슈퍼태양폭풍 전, 적도 부근(위도 0~10도)에서 최댓값을 보이던 플라즈마 밀도는 폭풍이 시작되자마자 위도 25~40도 중위도까지 대거 확장·이동하였다.
적도 이온화 이상(EIA) 현상에 더해, GPS 측정기반 TEC(Total Electron Content) 밀도 분포상 위도 20도(N)~40도(S) 지역에서 고밀도 플라즈마가 대거 관측됐고 적도 지역의 전자밀도는 오히려 급감했다.
같은 시기 극지역에서는 전자온도가 맹렬하게 상승하며 플라즈마 특성이 극명히 변화하는 양상이 포착됐다.

글로벌 수준 데이터 신뢰성, 초소형 위성의 실질적 변혁
공동 분석에 참여한 미 국방부(DoD) DMSP 위성과 ESA의 ‘Swarm’ 위성군의 광역 전리권 자료와 비교분석 결과, 도요샛이 확보한 전리권 플라즈마 데이터는 대형 위성에 필적할 만큼 신뢰도가 높았다.
특히 해외 위성의 관측공백(500km 고도 여명-황혼궤도)에서 연속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점은 초소형위성에 의한 우주환경 모니터링 패러다임의 변화를 입증한 대목이다.
사회적·실질적 영향: GPS·통신·인프라 오류 위험성 시사
2024년 5월 태양폭풍 기간과 그 직후 지구 전리권에 극적인 플라즈마 분포 변화가 발생하면서, GPS 신호 오류(위치 오차), 통신 장애, 전력망 손상, 위성 궤도 하강(실제 도요샛은 당시 평균 200~500m 궤도 감소) 등 실질적 우주환경 리스크가 확인됐다.
전자 온도·밀도 변화 데이터는 저궤도 위성 및 글로벌 인프라 운영에 중요한 과학적, 실무적 경고 신호를 제공한다.

국내 위성 독자개발·운용의 상징, 후속 프로젝트 추진
도요샛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이 자체적으로 개발, 발사, 운용하며 세계적 학술지(Space Weather, 2025년 7월 26일자 등)에 연구성과를 공개했다. 이는 한국 우주과학·위성산업 역량의 가시적 진전을 의미한다. 현재 정상 운용 중인 ‘나래’와 ‘라온’ 위성을 포함, 차세대 초저고도용 ‘도요샛2’(SNIPE-2)가 기획 단계에 들어갔다.
도요샛 프로젝트 연구책임자인 이재진 책임연구원은 "국내 큐브위성의 관측임무 결과를 이용한 첫 번째 연구성과이며, 국내 독자적으로 개발된 위성을 우리 기술로 발사하고, 그 연구 결과를 세계적 학술지에 발표했다는 점이 큰 의미를 갖는다"며 "최근 2년여 간의 도요샛 관측 운영 경험을 통해 후속 임무로 최근 초저고도용 도요샛2(SNIPE-2)에 대한 기획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를 기반으로 후속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