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약 10억 달러(약 1조3400억원) 규모의 테슬라 주식을 대규모로 매입하며 8개월 만에 주가가 400달러대로 치솟았다. 이번 거래는 머스크가 2020년 이후 5년 7개월 만에 단행한 최대 규모의 주식 매수로, 시장의 신뢰도를 크게 높였다.
Bloomberg, CNBC, NYT, BBC, Investopedia, Al Jazeera, Yahoo Finance에 따르면, 9월 1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TSLA)는 전일 대비 3.62% 상승한 410.26달러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한때 425.70달러까지 치솟으며 1월 23일(412.38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최근 5거래일 연속 상승 랠리를 보였으며, 8일 종가(346.40달러)와 비교해 단기적으로는 약 18% 가까운 급등이다.
머스크의 대규모 주식 매입은 12일 그가 2,570,000여주(1주당 평균 372~397달러)를 신탁을 통해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일 매입 건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며, 2022년 트위터(현 X)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200억 달러 이상 테슬라 주식을 매도했던 과거와 대조돼 시장에 장기적 신뢰 신호를 보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머스크의 이번 매입은 테슬라 이사회에서 추진 중인 '1조 달러(약 1390조원)급' 역대 최대 CEO 성과급 방안과 맞물려 주목받았다. 테슬라 이사회는 2035년까지 10년간 시총 8.5조 달러 달성 등 12단계 도입 조건 충족 시 주식 보상 총액이 1조 달러에 이르는 성과급을 머스크에게 지급하는 안을 11월 6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상정 예정이다.
이를 위해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1.3조 달러(9월 15일 기준)에서 8.5조 달러로 7배 가까이 증가해야 하며, 자율주행 택시 100만대와 로봇 100만대 양산, 연간 순이익 24배 증가 등 초대형 성과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이에 대해 웨드부시증권 댄 아이브스 연구책임자는 머스크의 이번 매입이 “테슬라 강세론자는 물론, 인공지능(AI) 베팅 강화와 혁신에 대한 신호”라고 밝혔고, 호라이즌 인베스트먼트의 애널리스트 드미트리 슬리아프니코프는 “옵티머스 로봇과 로보택시 사업 조기 성공 기대감이 커진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테슬라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회의론도 여전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186배로, S&P 500 평균 23배의 약 8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CFRA의 개럿 넬슨 애널리스트는 “주가와 수익 사이의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단기 역풍에도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관대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주가 상승 배경에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전기차(EV) 세금공제 종료 임박으로 인한 수요 집중, AI·로보택시 사업의 미래성장 기대와 같은 긍정 신호가 작용했다. 반면 반독점 위기 및 경쟁 심화가 장기 불확실성으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 테슬라의 미국 내 EV 시장 점유율은 8년래 최저치(40% 미만)로 하락했고, 중국 시장에서도 현지 브랜드와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증권가의 전망에 따르면 테슬라 주가는 9월 436달러, 10월 480달러, 11월에는 53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반면 연말과 내년 초 단기 조정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처럼 머스크의 초대형 주식 매입과 테슬라 이사회의 1조 달러 보상안이 맞물리며 투자자·업계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향후 테슬라가 '로봇·AI 혁신기업'으로 도약할지, 혹은 지나친 밸류에이션 부담에 흔들릴지 투자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