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이탈리아 최대 야당인 민주당(PD)이 정부의 차세대 국방위성(SICRAL 3) 발사에 미국 스페이스X가 관여하는 방안에 대해 강력히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야당은 “국가 안보는 외국, 특히 머스크와 같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개인 기업에 맡길 수 없다”며, 이탈리아 혹은 유럽 기업에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8월 1일(현지시간) 공식적으로 밝혔다고 로이터, 이코노믹타임스, DW 등의 매체들이 보도했다. 야당의 경고는 최근 유럽 내 스페이스X 의존 논란, 머스크의 스타링크와 국가 안보에 대한 영향 우려까지 겹치면서 주요 현안으로 부상했다.
SICRAL 3, 2027년 상반기 발사 예정…7억6700만 유로 투입
이탈리아 하원 국방위원회는 이번 주 노후화된 시크랄(SICRAL) 위성 시스템을 2027년 상반기 발사 예정인 SICRAL 3로 교체하는 정부 제안을 승인했다. 계획에 따르면 2028년까지 사업비 7억6700만 유로(약 8억7800만 달러)가 투입된다.
현재 SICRAL 위성은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Leonardo)와 프랑스 탈레스(Thales) 합작사인 텔레스파지오(Telespazio)와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Thales Alenia Space)가 개발 책임을 맡고 있다.
야당 논리: "우리 우주는 이탈리아·유럽 기술로 지킨다"
민주당 소속 스테파노 그라치아노 국방위원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SICRAL처럼 안보에 직결되는 사안에는 이탈리아 혹은 유럽 기업만 참여하길 원한다"고 직설적으로 강조했다.
민주당은 국방위원회 투표에서는 특정 국가 회사 배제 명확화를 요구하며 기권했다. 당내 우려에는 스타링크(Starlink) 등 머스크 계열 위성 서비스가 자칫 이탈리아 국가 안보 및 군사 기밀 유지에 미칠 위험성이 포함됐다.
국방부 입장: "스페이스X, 기술력 인정…최종 결정은 미정"
이사벨라 라우티 국방차관은 “SICRAL 3의 독립적이고 전략적인 장거리 통신 역량은 이탈리아 안보의 핵심”이라며 “스페이스X가 시장에서 가장 진보된 기업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다양한 옵션을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해당 논평요청에 별도의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유럽 전체로 번지는 외국 기술 의존 논란
이번 논란은 유럽 전역에서도 주요 현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UE)은 자체 위성 발사 역량인 아리안(Ariane) 6의 지연과 예산초과 등으로 인해 올해 초에도 스페이스X의 서비스 의존 논란이 반복됐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은 자체 통신·정찰위성 확보, 발사체 개발 등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목표 대비 일정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유럽기상위성 발사에서도, 기술적 결함과 지연 등으로 결국 스페이스X의 팔콘9 발사를 택한 사례도 있다.
이에 대해 유럽내 위성·방위업계,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략적 자율성 약화” “국가 안보 리스크” 등 비판이 나오고 있다.
머스크 ‘슈퍼딜’ 좌초…정치적 반감 확산
일론 머스크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친분, 15억 유로 규모의 스타링크 통신계약 성사설이 불거졌지만 정치권과 여론이 반발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야권은 “머스크의 영향력과 대미 예속 심화가 안보 도박이 될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SICRAL 시스템 개요 및 전략적 의미
시크랄(SICRAL, Sistema Italiano di Comunicazioni Riservate ed Allarmi)은 지구정지궤도(GEO) 위성을 통한 군사·전략·전술 통신 인프라로, 나토(NATO) 연합군 및 해외파병 등 이탈리아 방위 역량의 핵심축이다.
현행 SICRAL 1B와 SICRAL 2 위성은 SHF·UHF 군통신 밴드에 특화돼 있으며, SICRAL 3는 추가로 Ka 밴드를 도입해 2027년 이후 군 통신 및 정찰 효율이 비약적으로 강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