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에서 ‘리서처(Researcher, 연구원)’라는 전통적 직함을 공식적으로 삭제하고, 모든 기술 직원을 “엔지니어(Engineer)”로 통일한다고 선언한 조치가 글로벌 기술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머스크의 결정은 빅테크 업계 내 연구-엔지니어 직함 경계의 폐지라는 최근 조직문화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xAI, 연구자와 엔지니어 구분 공식 폐지…”이원화, 실질적 의미 없다”
americanbazaar online, ndtv 등의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번 변화는 xAI 엔지니어 아디트야 굽타가 X(트위터)에 “리서처와 엔지니어를 모집한다”고 공지하자, 머스크가 직접 “이건 잘못된 명칭”이라며 공개적으로 정정한 뒤 즉각 적용됐다.
머스크는 “’연구자’라는 명칭은 본질적으로 2단계 엔지니어링 시스템을 부드럽게 포장한 것”이라며 “이제 모든 기술 인력은 오직 ‘엔지니어’로만 통칭한다”고 밝혔다. 그는 연구자 직함을 “책임이 낮고 허세스러운 학계 용어”라고 비판했고, 실제 스페이스X의 엔지니어링 중심 조직 모델이 혁신 추진에 효과적이었다고 강조했다.
AI 산업계, “경계 무너진다” 평평한 조직구조 확산
머스크의 조치는 최근 실리콘밸리 AI업계에서 빠르게 퍼지는 직함 단순화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오픈AI는 이미 모든 기술직을 “Member of Technical Staff(기술 직원)” 한 가지로 통일했고, 사장 그렉 브록먼은 2023년 회의에서 “연구자와 엔지니어로 사람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앤스로픽도 똑같이 ‘기술 직원’ 단일 직함을 채택하며, “대형 언어모델의 등장으로 연구-엔지니어 경계가 붕괴됐다”고 밝혔다.
타임즈 오브 인디아 등 다수 매체는 “조직이 넓어질수록 위계구조를 줄여 민첩성과 실행력을 극대화하려는 실리콘밸리의 조직문화 변화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연구’보다 ‘실행’ 중시…진짜 혁신 막나?
머스크는 “우주는 지상 모든 대학 연구실을 합친 것보다 훨씬 혁신적인 연구가 진행되는 곳”이라며, 이론적 연구보다는 실질적인 시스템 구현 역량을 중시해야 한다는 자신의 엔지니어링 철학을 명확히 했다.
익명의 AI업계 관계자들은 “머스크가 제품과 프로토타입이라는 결과에 집착해 임팩트 창출을 중시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연구 업무 자체를 없애면 근본적 혁신이나 AI 안전 연구 등 장기적 리스크 탐색이 약화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로 구글, 메타, 엔비디아 등 빅테크 AI 조직은 여전히 R&D(Intensive Research & Development) 연구개발 인력을 별도 트랙으로 뽑는다.
구글 알파벳 임직원 구성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 브레인의 경우 2024년 기준 전체 소속원 2000명 중 53%가 연구직 타이틀을 유지하는 등 다양한 역할 체계가 병존하고 있음이 조사됐다.
채용 실상은 ‘이중화’…명칭 통일, 실제 업무구분은 여전
흥미롭게도, xAI의 공식 채용 페이지에는 여전히 “AI Research 경력” 및 “엔지니어링&리서치” 사업부가 별도 표기돼 있어, 내부적으로 정작 역할의 이원화는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오픈AI 역시 자유로운 직함 사용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리서치 과학자(Research Scientist)’,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같은 이중 채용을 지속하고 있다는 비판이 업계 내 존재한다.
결국 중요한 건 명칭이 아닌 ‘실행력과 혁신’
대다수 전문가들은 직함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조직문화가 혁신을 이끈다는 데 동의하지만, “정교한 연구와 공격적 실천의 균형이야말로 AI 혁신의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AI업계 전문 분석기관 인포월드 리서치는 “2024년 기준, 글로벌 AI 스타트업 중 62%가 조직직함을 단순화하거나 평면화하는 실험을 하고 있으나, 본질적 목적은 ‘책임소재 명확화’와 ‘실행력 제고’에 있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 인공지능 스타트업 한 창업자는 “직함이 연구원인지, 엔지니어인지가 혁신의 본질을 정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중요한 것은 결국 성과와 사용자 임팩트라는 ‘실행’이 결국 회사를 평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