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지하터널 굴착업체 보링컴퍼니가 미국 연방철도청(FRA)이 추진하는 85억 달러(약 12조원) 규모의 ‘프레더릭 더글러스 터널’ 프로젝트 수주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미국 정가에 이해충돌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미 교통부와 FRA는 최근 보링컴퍼니와 만나 볼티모어~워싱턴~버지니아를 연결하는 암트랙 혼잡 구간의 신규 터널 건설 방안을 논의했다. 기존 152년 된 터널을 대체하는 이 사업은 당초 60억 달러로 책정됐으나, 예산이 85억 달러까지 치솟으며 비용절감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교통부는 “보링컴퍼니를 포함한 여러 민간기업과 논의 중이며, 표준 입찰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머스크, 정부 고위직 겸임 ‘이해충돌’ 우려 증폭
문제는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스페이스X 등 다수 기업의 CEO이자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연방기관 구조조정과 예산삭감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점이다.
실제로 머스크는 DOGE를 통해 연방 규제기관의 인력과 예산을 줄이며, 자신이 소유한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와 조사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 상원은 머스크가 DOGE와 보링컴퍼니를 동시에 이끌며 “연방기관을 감독하는 위치에서 자신의 기업에 특혜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머스크가 관여한 테슬라·스페이스X·보링컴퍼니 등은 이미 20여 년간 380억 달러 이상의 정부계약, 보조금, 세제혜택을 받아왔고, 현재도 100억 달러가 넘는 연방계약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미 의회 일각에서는 “머스크의 영향력은 연방정부 거버넌스의 신뢰를 위협한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정치권·시민단체, ‘머스크법’까지 추진
이 같은 논란에 미 하원에서는 ‘ELON MUSK Act’(특수 정부고문이 연방계약을 수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어떠한 정부 고문도 자신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진 기업이 연방계약을 따내는 데 관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머스크 사례를 대표적 이해충돌 사례로 지목했다.
미의회 상원조사위 역시 보링컴퍼니에 “DOGE와 연계된 모든 기록을 보존하고, 이해충돌 관리방안을 명확히 밝히라”는 공식 질의서를 발송했다. 그러나 보링컴퍼니는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해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
한편, 보링컴퍼니가 암트랙과 협력해 고속 지하터널을 구축할 경우 미국 철도 인프라 혁신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보링컴퍼니의 기존 프로젝트가 대부분 실적 부진에 머물러 있어, 실제 사업성과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FRA와 교통부는 “아직 입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표준 계약절차를 준수하겠다”고 밝혔지만, 머스크의 영향력과 이해관계가 중첩된 상황에서 투명한 심사가 이뤄질지 업계와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초대형 인프라 사업의 향방과 함께, 미국 정부와 머스크 간의 ‘공공-민간 경계’ 논쟁이 새로운 분수령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