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칼럼] 타노스의 인피니티 스톤? 미래경제 패권, 5개 금속에 달렸다…리튬·구리·니켈·코발트·희토류가 뭐길래

  • 등록 2025.05.28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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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10주년을 맞아 2018년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Avengers: Infinity War,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하고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모션 픽쳐스가 배급)에는 우주에 흩어진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빌런인 타노스가 우주의 한정된 자원과 인구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구의 절반을 무작위로 소멸시키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판단, 6개의 인피니티 스톤(파워 스톤, 리얼리티 스톤, 소울 스톤, 타임 스톤, 스페이스 스톤(테서랙트), 마인드 스톤)을 찾지하기 위해 사투를 그렸다.

 

이런 영화같은 상황이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어니스트 샤이더의 신간 『광물 전쟁』(위즈덤하우스)은 21세기 산업과 지정학의 핵심 변수로 '리튬, 구리, 니켈, 코발트, 희토류' 다섯 금속을 꼽는다. 이 5개의 금속(스톤?)이 있어야 지구를 구할 수 있고, 미래 패권까지 쥘 수 있다는 의미에서 영화와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이 금속들은 전기차, 재생에너지, 첨단 전자기기, 국방산업 등 미래 경제와 안보의 뼈대를 이루는 전략 자원이다. 왜 이 다섯 금속이 중요한지, 어떤 특성과 자원 분포를 가졌는지, 그리고 각국이 왜 이 자원 확보에 사활을 거는지 알아봤다.

 

왜 이 다섯 금속이 중요인가?

 

『광물 전쟁』 저자 어니스트 샤이더 로이터 에너지 전문기자는 "이들 5대 금속 없이는 전기차도, 스마트폰도, 풍력발전도, 첨단 무기도 만들 수 없다. 미래의 패권 전쟁은 자원 확보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차와 모바일 기기의 핵심이며, 희토류는 전자제품·전투기·풍력발전 등 첨단 산업의 필수 소재다. 구리와 니켈, 코발트 역시 배터리와 신재생에너지, AI·로봇산업 등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금속으로 자리 잡았다.

 

 

1. 리튬(Lithium) : 21세기의 '하얀 석유'


리튬은 에너지 밀도가 높고 가벼워 전기차·스마트폰·노트북 등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재생에너지 저장장치, 우주탐사 장비 등 미래 산업 전반에 필수적이다.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은 볼리비아(2300만톤), 아르헨티나(2200만톤), 칠레(1100만톤), 호주(870만톤), 중국(680만톤) 등에 집중돼 있다. 특히 남미 '리튬 삼각지대(리튬 트라이앵글, 볼리비아·아르헨티나·칠레)'는 세계 리튬의 약 60%이상을 차지한다.

 

국내(한국)에도 일부 페그마타이트형 리튬 광상 존재하나, 매장량과 경제성은 제한적이다. 생산은 호주·칠레·중국이 주도, 가공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어 공급망 불안이 전기차·배터리 산업에 직접적 타격을 준다.

 

매장량도 중요하지만 채굴의 어려움이 큰 단점이다. 염호(소금호수)에서 추출 시 엄청난 물이 소모된다. 리튬 1t 생산에 190만 리터의 물이 필요해 지역 수자원 고갈 및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 환경오염, 지역주민 반발, 인권 문제, 채굴·정제 기술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광물이다.

 

2. 구리(Copper) : 전력·정보화 시대의 '신경망'

 

구리는 전기전도성·열전도성이 뛰어나 송전망,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 전자기기 등 거의 모든 산업의 필수 소재다. 항균성도 뛰어나다. 전기차 1대엔 내연기관차의 4배(약 83kg)의 구리가 들어갈 정도로 필수재에 가깝다.

 

칠레, 페루, 중국, 미국, 콩고 등에 대규모 매장돼 있으며, 특히 남미 안데스산맥 인근에 세계 매장량의 39%가 집중돼 있다.

 

구리 역시 채굴이 만만치 않다. 구리 원광의 품위(구리 함량)는 1% 미만이 대부분이라 대량의 암석을 파내야 한다. 또 채굴·정제에 막대한 물과 에너지 필요(예: 칠레 대형 광산 1년 물 사용량 3조 리터)하다. 침출·정제 과정에서 폐기물·유독 화학물질 발생, 토양·수질 오염 및 생태계 파괴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구리 원자재 가격 변동이 산업 경쟁력에 직접 영향을 준다. 또 환경 규제 등으로 미국 등 선진국 내 채굴은 제한적이라는 점도 변수다.

 

3. 니켈(Nickel) : 배터리와 철강의 핵심


니켈은 내식성, 고강도, 높은 에너지 저장 효율의 특성이 있다. 전기차 배터리(특히 고용량 NCM·NCA 배터리),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필수적이다. 인도네시아, 호주, 필리핀, 러시아, 캐나다, 중국 등지에 집중돼 있다. 2020년 기준 세계 매장량 약 9400만톤이며, 인도네시아가 최근 생산 1위로 부상했다.

 

이 금속 역시 채굴이 어렵다. 니켈 광산은 열대우림 등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많기 때문이다. 채굴 과정에서 삼림 파괴, 토양 침식, 대량의 폐기물과 탄소배출 발생이 따른다. 고온·고압 정제공정이 필요하고, 처리하기 어려운 폐기물과 공정 중 환경오염 문제도 부수적이다.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에 편중돼 있다보니 원광 수출 제한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하다는 점이 있다.

 

 

4. 코발트(Cobalt) : 배터리 안정성의 열쇠

 

코발트는 대부분 구리·니켈 광산의 부산물로 생산되며, 희소성이 높고, 재활용 가능성이 우수하다. 코발트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안정성·내구성을 높이는 핵심 소재다. 풍력터빈, 연료전지, 항공·국방산업 등에도 쓰인다.

 

전 세계 매장량 중 절반가량을 콩고민주공화국이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압도적 1위이며, 호주·인도네시아 등이 뒤를 잇는다. 콩고 등 일부 국가에 편중돼 있는 금속이다보니 인권·환경 문제와 공급 리스크가 상존하는 단점도 있다.

 

즉 채굴 과정에서 산림 파괴·토양오염·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인권(아동노동, 노동착취)문제도 심각해 국제사회로부터 지속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5.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 첨단산업의 '비타민'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REE)는 주기율표상 17개의 화학 원소를 통칭하는 용어다. 이 17개 원소는 화학적 성질이 매우 유사하며, 광물 속에서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란타넘족 15개 원소(La~Lu)인 란타넘(La, 57) 세륨(Ce, 58) 프라세오디뮴(Pr, 59) 네오디뮴(Nd, 60) 프로메튬(Pm, 61) 사마륨(Sm, 62) 유로퓸(Eu, 63) 가돌리늄(Gd, 64) 테르븀(Tb, 65) 디스프로슘(Dy, 66) 홀뮴(Ho, 67) 에르븀(Er, 68) 툴륨(Tm, 69) 이테르븀(Yb, 70) 루테튬(Lu, 71)과 함께 스칸듐(Sc, 21) 이트륨(Y, 39) 이렇게 총 17개 원소가 희토류로 분류된다.
 

이름과 달리 지각 내 존재량은 비교적 많지만, 경제적으로 채굴 가능한 고농도 매장지는 드물고, 분리·정제가 까다로워 ‘희토류’라는 이름이 붙었다.

 

강한 자성, 우수한 전기·광학적 특성, 높은 열전도성 등으로 첨단산업(전기차, 스마트폰, 반도체, 풍력발전, 국방 등)에 필수적이다. 전기차·풍력터빈·스마트폰·반도체·군사용 레이더·미사일 등 첨단산업의 핵심이다.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등은 강력한 자석 소재로 필수다.

 

매장량은 세계에 1억3000만톤 가량으로 추정하는데, 중국이 압도적인 1위이며 베트남·브라질·러시아 등의 순서로 매장량이 많다. 중국이 생산·가공 90% 이상 독점, 수출 규제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북한에도 대규모로 매장이 있을 정도로 추정하지만, 기술·경제성 부족으로 실질 채굴은 미미하다. 대부분 품위(함유량)가 낮고, 채굴·정제 과정이 복잡하며 환경오염 위험이 크다. 정제 과정에서 방사성 폐기물, 유독 화학물질도 발생한다. 즉 환경 보호 비용·규제, 기술적 난이도, 경제성 부족 등으로 실제 채굴 가능한 지역은 제한적이다.

 

 

미·중, 미래 핵심 금속 공급망 패권전쟁 : 전략 비교


희토류·구리·니켈·코발트 등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리는 핵심 금속을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이 전방위적인 공급망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국의 전략은 구조적으로 다르며, 각국의 강점과 한계,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한다.

 

중국은 희토류,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주요 금속의 채굴부터 정제·가공, 소재·부품 생산까지 밸류체인을 자국 내에 집중시켰다. 예컨대 희토류의 경우 세계 채굴량의 약 70%, 정제·가공의 90%를 차지한다. 코발트, 리튬, 니켈 등도 가공 비중이 압도적이다. 즉 공급망의 수직 통합과 생산·가공 독점적 체계로 ‘자원 무기화’ 글로벌 전략을 공공히 하고 있다.

 

또 아프리카(콩고 코발트), 남미(아르헨티나·볼리비아 리튬), 호주, 동남아 등지에서 광산 투자·개발권을 확보했으며,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통해 자원 부국과의 협력 강화 및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Belt and Road Initiative, BRI)는 중국이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 주도로 제안한 초대형 국제 경제협력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고대 실크로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중국과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지의 국가들과 대규모 인프라와 경제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경제 성장과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21세기형 신실크로드 프로젝트다. 일대일로 대상 지역은 세계 인구의 약 63%, 세계 GDP의 25~30%에 해당하는 초대형 경제권이다. 사업 예산만 1조 달러 이상이며, 2049년까지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처럼 중국은 자원 무기화 전략으로 첨단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을 좌우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동맹 네트워크’와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구사중이다. 하지만 자원보유국 대상의 전방위적 무차별 자원외교의 한계, 선진국으로서 가지는 환경규제 문제등으로 인해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5대 금속, 왜 미래 경제와 지정학 패권전쟁의 핵심인가


이들 금속은 '녹색 전환', 'AI·빅데이터 시대', '국방 첨단화'의 핵심이자, 국가 경제안보의 전략 자원이다. 중국은 일찍부터 희토류·리튬·코발트·구리 광산 확보와 가공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공급망을 장악했다. 반면 미국 등 서방은 환경규제와 산업기반 약화로 채굴·가공 역량이 부족해, 공급망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즉 리튬·구리·니켈·코발트·희토류는 21세기 산업·에너지·안보의 '핵심 자원'이자, 미래 경제의 패권을 좌우할 전략적 금속이다. 이들의 확보와 공급망 안정화는 각국의 경제와 안보, 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자원분야 전문가들은 "이제는 석유가 아니라 '핵심 광물'을 장악한 국가가 미래의 패권을 쥔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역시 대부분의 핵심 광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자원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시급하다.

이종화 기자 macgufin@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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