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칼럼] 산이 더 높을까? 바다가 더 깊을까? 마리아나 해구 vs 에베레스트 비교…심해와 우주의 공통점

  • 등록 2025.03.26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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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과 가장 깊은 바다를 비교하면?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구(마리아나 해구)와 가장 높은 산(에베레스트)을 비교하면, 깊이와 높이 차이는 얼마나 될까?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의 높이는 8848.86m이고, 가장 깊은 해구는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딥(Challenger Deep)으로 1만994m이다. 두 곳의 차이는 무려 2145.14m로 마리아나 해구가 에베레스트보다 약 2.15km 더 깊다.

 

재미있는 비교를 하나 해보자. 만약 에베레스트를 마리아나 해구에 그대로 집어넣는다면? 에베레스트 정상이 해수면 아래 약 2km 이상 잠기게 된다는 설명이다.

 

산정상과 물 깊은 곳에서의 공기와 물의 압력 차이는 어떨까. 깊이와 높이 차이뿐만 아니라, 압력의 차이도 극명하다.

 

에베레스트 정상의 공기압은 약 33.7 kPa(평균 해수면 기압의 약 1/3 수준)이다. 공기가 희박해서 인간은 산소 마스크 없이 정상에서 1~2시간 이상 생존이 어렵다. 


마리아나 해구 챌린저 딥의 수압은 약 1086 bar(108.6 MPa)이다. 지표면 기압(1 bar)의 1086배에 달한다.

 

이 정도 압력이면 철제 잠수정도 쉽게 찌그러질 수 있다. 

 

에베레스트는 공기가 부족한 극한 환경, 마리아나 해구는 극한의 수압 환경이다. 다시 정리하면 에베레스트 정상은 사람이 갈 수는 있지만, 공기가 너무 희박해서 숨쉬기 어려운 곳이다. 반면 마리아나 해구는 압력이 너무 강해서 인간이 직접 내려갈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인간의 도전은 위대했다. 에베레스트와 마리아나 해구 모두 인간이 탐험에 성공한 장소다. 


에베레스트 최초 등반은 1953년 에드먼드 힐러리(Edmund Hillary), 텐징 노르가이(Tenzing Norgay)가 약 2개월에 걸쳐 등반에 성공했다.

 

마리아나 해구 최초 탐험도 1960년 이뤄졌다. 탐험가인 자크 피카르(Jacques Piccard), 돈 월시(Don Walsh)가 트리에스테(Trieste) 탐사선을 타고 약 4시간을 내려가 20분간 체류했고, 다시 3시간에 걸쳐 올라왔다.

 

이후 2012년 영화 아바타, 타이타닉의 감독이자 탐험가인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이 탐사선 딥 시 챌린저(Deepsea Challenger)를 타고 단독 탐험에 성공했다. 하강 2시간 36분, 체류 3시간, 상승 1시간 10분이 소요됐다.

 

이런 인간이 직접 갈 수 없는 극한의 마리아나 해구의 바닷속에는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을까?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마리아나 해구는 빛이 전혀 닿지 않는 어둠, 극저온, 엄청난 압력(1086bar) 속에서도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극한 환경이다. 이곳의 생물들은 일반적인 해양 생물과는 완전히 다른 특수한 적응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마리아나 해구 생물들은 우선 수압에 적응한 몸 구조를 갖고 있다. 일반적인 생물의 단단한 뼈나 껍질은 깊은 곳에서 부서질 수 있다. 그래서 젤리 같은 몸, 유연한 세포막을 가진 생물들이 많다.

 

두번째로 빛이 없는 환경에 적응가능하다. 대부분의 생물은 눈이 없거나 발광(생체 발광, Bioluminescence) 능력을 가지고 있다. 즉 심해어들은 적색이나 검은색 피부가 많은데 이는 빛이 없는 곳에서 완벽한 위장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극한의 저온에서도 생존가능하다. 마리아나 해구 바닥의 수온은 약 1~4℃로 엄청나게 차갑다. 이런 극저온을 버틸 수 있도록 세포 내 특수 단백질과 지방층을 보유한 생물만이 생존가능하다.

 

네 번째는 음식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생존가능해야 한다. 심해에서는 유기물, 바다 동물의 사체 등이 주요 먹이다. 일부 박테리아는 화학 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생성하며 심지어 몇 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생물도 존재한다.

 

 

마리아나 해구의 생물들은 강한 압력, 극저온, 어둠, 먹이부족이라는 지구에서 가장 극한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특수한 적응 능력을 발달시켰다. 

 

마리아나 해구에서 발견된 대표적인 생물은 마리아나 달팽이물고기(Mariana Snailfish)다. 가장 깊은 곳(약 8000~8200m)에서 발견된 척추동물이다. 뼈가 약하고 젤리 같은 몸을 가지고 있어 엄청난 수압을 견딜 수 있다.

 

심해 앵무조개(Deep-sea Nautilus)는 4억년 전부터 존재한 살아있는 화석이다. 높은 수압을 견디는 특수한 껍질 구조를 갖고 있으며, 포식자들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심해로 도망다닌다.

 

바다의 바퀴벌레라고 불리는 '거대 심해 등각류(Giant Isopod)'는 수십 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생존 가능하다. 주로 사체나 유기물을 먹으며 살아간다.

 

투명한 몸체로 포식자를 피해 다니는 심해 해파리(Deep-sea Jellyfish)는 강한 압력에도 몸이 부서지지 않도록 특수한 겔(gel) 구조를 갖고 있다.

 

이외에도 해구 미생물 (Hadal Microbes)이 존재한다. 해저 열수 분출구(수온 400℃)에서도 생존하는 박테리아 생물로서, 일부 미생물은 메탄과 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지구 심해 생물들은 외계 생명체 연구에도 중요한 단서가 된다. 실제로 NASA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 같은 심해 바다가 있는 천체에서 비슷한 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을 연구 중이다.

 

심해 생물과 우주 환경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비교하면, 극한 환경에서의 적응이라는 공통된 원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주요 공통점은 아래와 같다.

 

첫째는 극한 환경에 대한 적응이다. 심해는 높은 수압(마리아나 해구에서는 1000기압 이상), 저온(약 1~4℃), 완전한 어둠, 극한의 영양 부족 환경에서 생존이라면, 우주는 진공 상태, 극단적인 온도 변화(-270℃~수백℃), 강한 방사선, 미세 중력 환경에서 생존해야 한다.

 

둘째는 에너지 확보 방식이다. 심해 생물은 햇빛 없이도 생존 가능하며, 화학합성 박테리아를 이용해 황화수소나 메탄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 가설이지만 우주 생물이 태양광이 닿지 않는 행성이나 달에서도 생존하려면, 심해 생물처럼 화학 합성 기반 에너지 시스템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셋째는 DNA 및 세포 보호 기작이다. 심해 생물은 강한 수압과 저온에서 DNA와 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압력 저항성 단백질과 막 안정화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극한 미생물같은 우주 생존 가능 생물의 경우 방사선과 건조 환경에 강한 DNA 복구 시스템(예 : Deinococcus radiodurans 같은 박테리아)을 갖고 있어야 한다.

 

넷째는 느린 대사 및 휴면 상태다. 심해 생물은 에너지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극도로 느린 대사를 유지하며 오랜 시간 생존 가능하다. 이 또한 가설이지만 우주 생물이 외계 행성에서 생존하려면 포자 상태로 오랜 기간 버티거나, 극저온에서도 살아남는 능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잠재적 외계 생명과의 유사성이다. 유로파(목성의 위성), 엔셀라두스(토성의 위성) 등의 얼음 밑 바다에서 지구 심해 생물과 유사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즉 지구의 심해 환경이 우주의 얼음 위성 내부 바다와 비슷하므로, 심해 생물 연구는 외계 생명체 탐사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특히 심해의 화학합성 생태계는 태양빛 없이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우주에서의 생명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사례가 된다.

이종화 기자 macgufin@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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