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암호화폐 시장이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수입품 100% 관세 발표 충격과 연이은 매물 폭탄으로 24시간 동안 190억 달러(약 26조원) 이상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는 사상 최대의 변동성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이더리움(ETH) 고래 투자자들은 대규모 매수에 나서며 시세 바닥 매수세를 견인했다.
특히 대형 채굴업체 비트마인(BitMine) 소유로 추정되는 신규 고래 지갑 2곳은 FalconX와 Kraken 등 주요 거래소에서 총 3만3323 ETH(약 1억2640만 달러 상당)를 인출했고, 장외(OTC) 대형 고래 투자자도 FalconX·Coinbase·Wintermute를 통해 약 1만4165 ETH(5550만 달러 상당)를 집중 매수한 사실이 온체인 데이터 업체 Lookonchain에 의해 확인됐다.
TradingView, cryptopotato, CoinCentral, forklog.media, Cointelegraph, aminagroup.com에 따르면, 이처럼 기관 및 초대형 투자자의 ‘저점매수(Buy the Dip)' 전략은 유동성 급락과 공포 분위기 한복판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폭락 이후에도 고래들의 누적 매집세는 꾸준하게 강화되고 있다. Fundstrat 공동설립자 토마스 리가 이끄는 비트마인 이머전(BitMine Immersion Technologies)은 1340억 달러(약 183조원) 규모의 암호화폐 및 현금 보유액과 함께 283만 ETH(약 134억 달러 상당)로, 세계 최대의 이더리움 보유고를 확보했다.
현재 이 회사가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ETH는 총 발행량의 2%를 초과하며, 리 대표는 5%까지 ‘연금술(alchemy of 5%)’ 전략적으로 확대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가파른 고래 매입과 함께 거래소 유통량은 사상 최저치로 급감해, 공급 경색(squeeze)과 희소성 요인도 동반 심화되고 있다. CryptoQuant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9월 고점 2880만 ETH에서 3년 만에 38% 넘게 감소해 1740만 ETH(2025년 9월 기준)까지 하락했으며, 최근 시장 폭락 직후 48시간 동안에만 약 23만 ETH(9억 달러 상당)가 추가로 거래소 지갑에서 빠져나갔다.
거래 플랫폼에 남은 ETH 총량은 2016년 이래 최저 수준이며, 올해 8월 주요 글로벌 거래소(예: 바이낸스)에서 1주일만에 10% 넘게 이더리움 보유량이 감소하는 등 세부 지표들도 바닥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4월 이후 68개 이상 주요 기관이 약 526만 ETH(217억 달러 상당)를 장기로 취득했고, 이더리움 ETF까지 합치면 베어마켓 속에서도 기관이 전체 ETH 유통량의 10%를 넘게 통제하게 됐다. ETF 순매수 규모는 2024년 7월 론칭 이후 130억 달러를 상회하며, 기관급 자금이 가격 하락기에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거래소 잔고 감소, 기관·고래 매집, ETF 자금 유입의 삼각추세는 이번 급락장에서 이더리움 시장의 ‘패닉 셀링’ 이상으로 고래 및 기관의 전략적 매수와 장기보유(홀딩) 트렌드가 뚜렷함을 보여준다. 주요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물량을 모으는 모습은 유통량 축소와 공급 경색에 따른 ‘희소성 프리미엄’이 향후 강한 반등장을 이끌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