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제주도에서 창업을 꿈꾸던 2030 청년 사장님들의 현실이 냉혹하다. 최근 2~3년 사이 제주에서 2030 청년 기업 100곳이 문을 열면 95곳이 문을 닫았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30대의 폐업률은 2년 만에 30%포인트나 급증하며, 제주 청년 창업의 ‘폐업 쓰나미’가 현실화되고 있다.
창업 열풍에서 폐업 쓰나미로…제주 청년 기업의 ‘냉혹한 현실’
한국은행 제주본부와 제주신용보증재단 등 지역 기관에 따르면, 제주에서 청년 창업 열풍이 불었던 2021~2023년 사이, 청년(20~30대) 창업 100곳 중 95곳이 폐업하는 등 폐업률이 9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제주신용보증재단의 자료를 보면, 2020년 618건이던 소상공인 폐업은 2021년 723건, 2022년 965건, 2023년 1706건으로 3년 만에 176%나 폭증했다. 2024년 상반기에도 이미 963곳이 문을 닫아, 연말엔 또다시 폐업 신기록이 예상된다.
특히 제주도 내 소상공인은 전체 사업체의 95.4%를 차지할 만큼 지역 경제의 근간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각종 지원이 종료되고, 대출 만기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줄줄이 폐업하는 상황이다.
관광객 감소·과당 경쟁…카페·숙박업 폐업 ‘직격탄’
제주 폐업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은 단연 관광객을 상대로 한 카페, 음식점, 숙박업이다. 지난해 제주에서만 252곳의 커피전문점이 문을 닫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보다 더 많은 수치다. 올해 1분기에도 80곳이 추가로 폐업했다.
숙박업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1~5월에만 227곳의 소형 호텔과 게스트하우스가 폐업했고, 홈스테이 업주 219명도 영업을 접었다. 코로나19 시기 제주 숙박업체는 2021년 5933곳에서 2023년 6960곳으로 급증했으나,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내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대량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2030 폐업률, 전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아
전국적으로도 2030 세대의 폐업률은 심각하다. 2023년 전국 20대 폐업률은 19.8%, 30대는 13.6%로, 40대(9.4%), 50대(7.5%), 60대 이상(6.6%)보다 월등히 높다. 제주도는 관광업종 쏠림과 외지 청년 창업자의 비중(85%)이 높아, 지역 네트워크 부족과 지원정책 미흡까지 겹치며 폐업률이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돈다.
“제주살이, 창업의 무덤이 되지 않으려면”
전문가들은 “제주에서의 청년 창업은 단순한 취업 대안이 아니라, 자본·네트워크·경험 등 복합적 역량이 요구되는 고위험 도전”이라며 “관광·외식업에 쏠린 창업 구조를 다변화하고, 지역 밀착형 지원정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제주도 역시 대출 만기 연장, 재창업 특별보증 등 다각적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폐업 쓰나미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제주에서 부푼꿈을 안고 카페 창업을 시도했던 20대 사장은 "제주살이, 창업의 낭만은 짧고 현실은 길다. 제주 청년 창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한마디"라며, "제주도 창업이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에 비해 실속은 없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