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유럽연합(EU)이 9월 5일(현지시간) 구글(Alphabet)에 29억5000만 유로(미화 3.45~3.5억 달러, 한화 4조8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즉각 반발하며 무역법 301조를 동원한 보복 관세를 경고했다. 구글이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며 경쟁을 제한했다는 것이 EU의 판단이다.
EU 공식 집행위원회 발표, Reuters, CNN, CNBC, DW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구글이 2014년부터 자사 광고 교환 플랫폼인 애드익스체인지(AdX)를 경쟁사보다 우대하며 온라인 디스플레이 광고시장에서 지배력을 남용했다고 결정했다. 실제로 구글은 퍼블리셔 애드서버(시장 점유율 약 90%), 광고 네트워크(40~80%), 광고 교환소(50%)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EU 경쟁정책 총괄 테레사 리베라 집행부위원장은 “구글이 광고기술 시장에서 수년간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출판사, 광고주, 소비자 모두에 피해를 주었다”며, “이는 EU 반독점 규정에 따라 불법이다. 디지털 시장은 국민의 신뢰와 투명성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구글이 60일 내에 자사 우대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구조적 이해상충 해소방안을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구글이 진정성 있는 해법을 내놓지 않을 경우 사업부 분할 등 강력한 조치를 추가로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기업에 부당 과징금”…301조 무역보복 경고
EU의 발표가 나온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본인의 트루스소셜에 “유럽이 또 미국의 위대한 기업인 구글에 35억 달러 과징금을 때렸다”며 “사실상 미국 투자와 일자리를 빼앗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는 “미국 납세자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현 행정부도 유럽의 차별적 조치에 결코 관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보복 관세 가능성까지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트럼프는 애플과 메타 등 다른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EU의 과징금도 “경제적 강탈”이라 부르며, “이해할 수 없는 규제와 과징금이 혁신을 저해한다”며 무역보복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실제 미국 통상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 조사, 시정 요구, 미이행 시 관세 등 보복이 가능한 규정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 4번째 대형 EU 제재…공식 항소 예정
이번 과징금은 구글이 지난 10년간 EU로부터 받은 네 번째 반독점 처분이다. 앞서 ▲2017년 쇼핑 서비스 관련 27억 달러(약 2.42억 유로), ▲2018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관련 50억 달러(약 4.3억 유로), ▲2019년 AdSense 광고계약 관련 17억 달러(약 1.49억 유로), ▲2025년 광고기술 사건의 29억5천만 유로 등 총액 기준 110억 달러에 육박하는 역대급 과징금이 이어졌다.
구글의 리 앤 멀홀랜드 글로벌 규제담당은 “EU의 결정은 부당하며, 광고 구매자와 판매자에게 실질적 경쟁 제한이 없고 대안도 많다”며 공식 항소 절차에 착수했다. 실제 구글은 이전 과징금 중 일부에 대해 승소 또는 감액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EU가 발표를 미루는 과정에서 미국의 자동차 관세 협상과 트럼프 행정부 대응을 의식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U와 미국 간 빅테크 규제 이슈가 정치·통상 갈등으로 확산될 조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