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축구선수 메시와 닭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왼발잡이라는 점이다.
왼발잡이가 많은 닭은 왼쪽 다리 근육이 오른쪽보다 더 발달해서 단백질 함량이 높다. 그래서 오른쪽 다리 보다 왼쪽 다리가 더 맛있다는 속설이 있다. 구별방법은 잘라진 단면을 보면 두툼한 살이 있는 다리가 왼쪽 다리다. 이는 근육 전구세포의 좌우 발달 패턴과 배아 단계에서의 분자 신호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동물들의 세계에도 사람처럼 왼손잡이, 오른손잡이, 왼발잡이, 오른발잡이의 구분이 존재한다.
이를 ‘측성(lateralization)’ 또는 ‘손잡이(handedness/pawedness)’라고 부른다. 여러 연구에서 다양한 동물 종들에서 좌우 방향 선호가 발견됐으며, 종과 개체에 따라 그 분포와 경향이 다르다. 동물 세계에서 왼쪽과 오른쪽의 차이와 비대칭성은 생물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이러한 좌우 비대칭성은 단순한 외형상의 차이를 넘어서 근육 발달, 장기 위치, 기능적 특성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그 기전과 의미도 종마다 다양하게 진화되어 왔다.
보통 영장류에서는 침팬지의 약 65~70%가 오른손잡이, 고릴라는 75% 정도가 오른손잡이로 나타나는 반면, 오랑우탄은 66%가 왼손잡이로 나타난다. 즉, 종마다 좌우 선호가 다소 차이를 보이는 것.
고양이와 개 같은 포유류에서는 개체별 좌우 다리(발) 사용 선호가 존재하며, 고양이는 약 45%가 오른발, 55%가 왼발이라고 보고된다. 포유류 전반에서는 대체로 개체별 편차는 있지만 특정한 집단적인 선호는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조류 중 ‘글로시 블랙 콕카투(검은 앵무새)’는 모두 왼발을 주로 사용하여 씨앗을 잡는 행동을 보인다.
캥거루류는 놀랍게도 왼손잡이가 많아, 실제 야생 캥거루가 사료를 먹거나 몸을 털 때 왼손을 주로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곤충, 어류, 무척추동물에 이르기까지 측성 현상은 매우 광범위하나, 인간처럼 압도적인 우세성(예: 90% 이상)은 드물다. 전 세계 인구에서 왼손잡이의 비율은 약 10~12%로 추정된다. 국가 및 문화권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네덜란드(13.2%),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은 10% 이상, 아시아권이 인도(5.2%), 대만(5.0%), 일본(4.7%), 중국(3.5%) 낮은편이다.
한국인의 왼손잡이 비율은 옛날에는 2%수준이었으나 최근엔 5% 수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손잡이는 뇌의 좌우 반구 기능 분화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왼손잡이·오른손잡이 경향은 두뇌 반구의 전문화(degrees of lateralization)와 연관되어 특정 행동 수행 시 반응 시간이 빨라지거나 효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인간처럼 동물 중에서도 왼손잡이나 왼발잡이 개체는 분명 존재하며, 영장류, 포유류, 조류 등 다양한 종에서 좌우 선호가 관찰된다.
‘측성(lateralization)’ 또는 ‘손잡이(handedness/pawedness)’ 외에도 ‘좌우 비대칭성(left-right asymmetry)’개념도 있다.
동물 세계에는 언뜻 보기에는 대칭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쪽과 다른 쪽이 서로 다른 비대칭적 특성을 의미 있게 지닌 경우가 적지 않다. 단순한 외형의 차이를 넘어 근육 발달부터 장기 배치, 기능적 분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리학적 현상과 진화적 적응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다.
좌우 비대칭성은 가장 기본적으로 배아 발생단계에서 유전자와 세포 신호의 비대칭적 발현에 의해 결정된다. 척추동물의 경우, 배아 내 특정 신호 경로는 좌우를 구분하는 좌우 축을 정립하며, 이 과정에서 심장, 간, 위 등 내부 장기의 위치와 구조에 좌우 차이를 발생시킨다. 이는 생존에 필수적인 내부 장기 기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진화해온 것이다. 때로 이 과정에 이상이 생기면 ‘situs inversus’라는 내장 위치의 뒤바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 세계의 다양한 동물들은 좌우 비대칭성을 갖고 있으며, 이는 진화적 이유와 기능적 적응에서 기인한다. 예를 들어, 카리부 사슴의 뿔은 좌우 비대칭이며, 교미철에 상대 눈을 보호하거나 전투용으로 쓰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유독 한 이빨이 좌우로 다르게 발달하는 하니배저, 긴 코끼리상어의 왼쪽 송곳니가 자라나는 경우도 있다.
해양 생물의 경우, 흰긴수염고래는 머리의 좌우 색깔과 패턴이 달라서 한쪽은 더 어둡고 복잡한 무늬를 띠며, 향유고래는 좌측 콧구멍이 숨구멍 기능을 하는 반면 우측 콧구멍은 음파 탐지 기능을 담당하는 등 좌우 기능이 아예 다르다.
곤충과 연체동물 등 무척추동물도 독특한 좌우 비대칭을 보인다. 예를 들어, 게의 한쪽 클로는 더 크고, 달팽이 껍데기는 특정 방향으로 돈다. 이런 비대칭은 환경 적응과 공격, 방어 메커니즘에 밀접히 연관되며 결국 생존과 생식에 유리하도록 진화한 특성이다.
이처럼 동물계에서 좌우 비대칭성은 단순한 형질을 넘어서 생리적 기능과 생존에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진화 과정에서 다양한 기전을 통해 유지되고 발달되어 왔다. 따라서 닭의 왼발잡이로 인해 왼쪽 다리가 더 발달하는 예는 전반적인 생물 좌우 비대칭 패턴의 한 가지 사례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