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국산화에서 ‘K-항공엔진’까지…韓 항공 ‘아킬레스건’ KAI·두산·한화가 깬다

  • 등록 2025.05.29 21: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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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한국 항공산업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온 항공엔진 국산화가 본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현재 국내 항공엔진 국산화율은 사실상 0%에 가까우며, KF-21 전투기 엔진조차 미국 GE의 기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해 한국항공우주(KAI) 등 국내 기업들이 정부와 손잡고 첨단 엔진 독자개발에 착수하면서, ‘K-항공엔진’ 시대를 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세계 항공엔진 시장, ‘빅3’와 소수 선진국 독점


항공엔진은 극한의 고온과 고압, 수만 시간의 내구성을 요구하는 첨단 기술 집약체다. 현재 독자적으로 항공엔진을 설계·생산하는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우크라이나 등 6개국뿐이다.


시장 점유율로는 미국의 GE(제너럴일렉트릭), 프랫앤휘트니(P&W), 영국의 롤스로이스가 ‘빅3’로 꼽힌다.


이들은 민간·군용 양쪽에서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보잉, 에어버스 등)에 엔진을 공급하며, 기술·부품·정비(MRO)까지 전 세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한국의 슬픈 현실…국산화율 0%, 연간 수천억 해외 유출


한국은 KF-21 보라매 등 첨단 전투기까지 자체 개발에 성공했지만, 핵심인 엔진은 아직도 해외 기술에 80~100% 의존한다.


KF-21 엔진의 실질 국산화율은 20% 안팎에 불과하며, 전체 엔진 비용(4600억원 중 약 3100억~3500억원)이 미국 GE 등 해외업체로 빠져나간다. 엔진 정비(MRO) 역시 대부분 해외에 의존, 항공사들은 매년 100억원 이상을 외화로 지출한다.


이처럼 항공엔진 국산화는 방산 자주성, 수출 확대, 비용 절감 등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최고 난이도’ 과제로 꼽힌다.

 

한화·두산, 독자개발 출사표…정부도 3조원대 투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0년간 엔진 조립·정비 경험을 바탕으로, 2030년대 중후반까지 1만5000~1만6000파운드급 첨단 전투기 엔진 독자 개발에 도전한다. 이미 소형 무인기·헬기 엔진은 자체 생산 중이며, 고온 내열합금 소재·장수명 부품 등 핵심기술 국산화도 추진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발전용 가스터빈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KAI·대한항공 등과 협력해 중대형 무인기·유인기 엔진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2039년까지 3조3500억원을 투입, 1만6000lbf급 첨단 항공엔진 개발을 지원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와 함께 소재·부품·설계·시험평가 등 전주기적 생태계 육성과 인재 양성, 세제 혜택, 특성화대학원 설립 등도 병행된다.

 

 

KAI 항공엔진 구성품 국산화…동력전달장치 개발에 800억 투자

 

KAI는 2024년 12월 두산에너빌리티와 ‘항공기용 엔진 개발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엔진 개발을, KAI가 항공기 체계 개발을 각각 맡는 방식이다. 

 

KAI 강구영 사장은 “국내 항공기와 가스터빈 분야 선도 기업 간의 전략적 협력은 거대한 시너지를 만들 것”이라며, “항공기 엔진 국산화에 단계적으로 성공해 K-방산 수출경쟁력을 더욱 향상하겠다”고 밝혔다.


KAI는 항공엔진의 구성품 국산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3년 말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890억원 규모의 개발 협약을 맺고, 동력전달장치(PGB)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 중이다. 이미 2021년부터 약 800억원을 자체 투자해 주기어박스 등 장치 국산화를 추진해왔으며, 이번 협약을 통해 최종 설계, 조립, 시험평가까지 수행할 계획이다.

 

KAI는 항공엔진 국산화가 단순한 부품 생산을 넘어, 국내 항공산업 전체의 경쟁력과 자주 국방 역량을 좌우하는 국가전략기술임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 대한항공, 국방과학연구소 등과 협력해 대형·중형·소형 엔진 개발에 참여하고, 정부의 중장기 항공엔진 개발 로드맵에 맞춰 산업생태계 조성과 인재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기술·시장 장벽…“10~20년은 더 필요”


항공엔진 개발은 수십 년의 기술 축적, 고숙련 인재,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고온(1500도 이상) 내열소재, 수만 시간 내구성, 180개 항목의 감항인증 등 진입장벽이 극히 높다.


미국 전문가들은 “한국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려면 최소 10년, 완전 독자화까지는 20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 국내 기술력은 선진국의 70% 수준, 소재는 40~50%에 머문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독자 엔진 기술 확보는 방산 수출 자유도와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정부와 기업의 장기적 투자와 협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방산업계에서는 “한화는 생산경험, 두산은 기술역량이 강점”이라며, 향후 10년 내 K-항공엔진의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항공엔진 분야는 ‘K-방산’의 마지막 퍼즐이자, 국가 전략기술의 정점이다. 한화·두산 등 국내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쳐 0% 국산화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

김시민 기자 newsspace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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