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고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매년 5월 15일, 전국의 학교와 교실에는 ‘감사의 물결’이 넘실댄다. 스승의 날은 학생들이 선생님께 존경과 고마움을 전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기념일이다. 이 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는 전통적인 행사와 현대적 변화가 어우러진 다양한 풍경이 펼쳐진다.

1. 스승의 날의 유래…학생들이 만든 ‘감사의 날’
스승의 날은 정부가 주도한 공식 기념일이 아니다. 학생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작된 날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1963년 충남 논산 강경고등학교의 JRC(청소년적십자, RCY의 전신) 단원들이 “은사의 날”을 만들자고 결의한 것이 시초다. 이들은 평소 은혜를 베풀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1963년 5월 26일을 ‘은사의 날’로 정해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듬해인 1964년에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스승의 날 제1회 기념식’이 열렸다.
2. 스승의 날의 법제화
1965년부터 대한적십자사 학생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가 주관해 5월 26일에 치러졌으나, 1973년 정부의 교육정책 변화와 맞물려 한때 폐지되기도 했다. 이후 1982년 부활했고, 1985년부터는 5월 15일로 날짜가 변경됐다. 1987년에는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5월 15일이 ‘스승의 날’로 법제화됐다.

3. 왜 5월 15일인가?…세종대왕의 탄신일
왜 스승의 날은 5월 15일일까? 5월 15일은 조선시대 성군(聖君)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의 탄신일(양력)이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하고 백성을 가르치는 데 힘쓴 ‘스승의 표상’으로 여겨져, 이 날을 스승의 날로 삼게 된 것이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은 세종대왕의 교육적 업적과 스승으로서의 상징성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의미있는 날이다. 스승의 날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감사의 날’에서 출발해, 세종대왕 탄신일에 맞춰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교육문화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4. 다른 나라에도 스승의 날이 있나?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교사의 날(UNESCO World Teachers’ Day)은 매년 10월 5일이다. 100개국 이상에서 교사의 권리와 지위를 논의하는 국제적 행사도 함께 열린다. 이 날은 단순한 감사의 날을 넘어 교사의 처우 개선과 교육정책 논의의 장이 된다.
또 미국에서는 5월 첫째 주 화요일(Teacher Appreciation Day), 태국은 1월 16일, 멕시코는 5월 15일, 포르투갈이은 5월 18일, 인도는 9월 5일, 중국은 9월 10일(教師節), 싱가포르는 9월 첫 금요일, 대만/홍콩은 9월 28일, 베트남은 11월 20일(Ngày Nhà giáo Việt Nam), 스페인은 11월 27일(공립학교 창립자 호세 데 칼라산스 기념), 파나마는 12월 1일을 스승의 날로 정해 기념하는 행사를 한다.
심지어 스승의 날을 아예 공휴일로 정해 쉬는 나라도 있다. 인도, 베트남 등의 일부 국가에서는 스승의 날에 학교가 쉬거나, 학생들이 직접 수업을 진행하는 ‘역할 바꾸기’ 이벤트가 열리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휴일은 아니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자율적으로 휴업하거나 단축수업을 한다.

5. 다른 나라 스승의 날에 얽힌 흥미로운 사실
미국은 5월 첫째 주 화요일(Teacher Appreciation Day이 스승의 날이지만, 한 주 전체를 ‘스승의 주간(Teacher Appreciation Week)’으로 기념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선생님께 감사 편지와 소정의 선물을 전하는 풍습도 있다.
특이한 점은 이날 '사과'를 선생님께 드리는 전통이 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수업료 대신 사과나 감자를 드린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멕시코는 공교롭게도 스승의 날이 한국과 동일한 5월 15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승의 날을 가진 국가는 포르투갈이다. 1899년 5월 18일 세계 최초로 스승의 날을 공식 기념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태국에서는 1월 16일이 스승의 날이다. 학기 초에는 스승께 예를 올리는 ‘와이크루(Wai Khru)’ 행사를 연다. 학생들이 두 손을 모아 인사(와이)하고, 직접 만든 꽃을 드린다. 태국은 불교국가이다보니 불교의식처럼 기도로 스승의 은혜를 기리고, 학생이 교사에게 꽃 팔찌를 선사하고, 단체 식사도 진행한다.
대만/홍콩은 9월 28일(공자 탄신일, 孔子誕辰)이 스승의 날이다. 이날 공자에 대한 제사와 함께 스승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 홍콩은 1997년 이후 중국 본토와 같은 9월 10일로 변경했다.
중국(9월 10일)에서는 스승의 날마다 졸업생들이 옛 학교를 찾아와 은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문화가 있다. 평소 연락이 뜸했던 제자들도 이날만큼은 스승을 찾아 뵙는 것이 일종의 사회적 의무처럼 여겨진다.
인도는 9월 5일, 제2대 대통령이자 교육자였던 사르바팔리 라다크리슈난의 생일을 스승의 날로 삼았다. 그가 대통령이 된 뒤 “내 생일을 축하하는 대신, 교사들에게 감사하는 날로 삼아달라”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인도에서는 선생님께 작은 크리스탈 타지마할 모형을 선물하는 전통도 있다.
싱가포르(9월 첫 금요일), 태국 등은 스승의 날에 공식적으로 학교를 쉰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쉬거나, 사제 간의 친목을 다지는 행사가 열린다.

이처럼 유네스코 기준 10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스승의 날을 공식적으로 기념하며, 매년 수천 건의 행사와 캠페인이 열린다.
또 스승의 날은 각국의 역사와 문화, 교육에 대한 가치관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날이다. 대통령 생일에서 유래한 날, 학생이 선생님이 되는 이벤트, 졸업생의 역귀환, 학교가 쉬는 나라, 코스프레 파티 등, 단순한 감사 인사를 넘어선 다채롭고 유쾌한 전통이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스승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사제 간의 정을 깊게 하고 교사에 대한 존경과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카네이션 한 송이, 손편지 한 장에 담긴 존경과 사랑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히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