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글로벌 빅파마 암젠(Amgen Inc.)의 한국법인 암젠코리아 유한회사(대표이사 신수희, 서울시 중구 을지로5길 19, 페럼타워 20층)가 2025년 매출 2,55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2,724억원) 대비 6.2% 뒷걸음질 친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이익도 118억6,000만원에 그쳐 전년 145억5,000만원 대비 18.5% 급감했고, 매출의 23.9%(676억원)가 '매출에누리'로 빠져나간 데다 특수관계자(본사·해외 계열사)와의 거래가 상품매입의 약 90%에 달하는 등 사실상 본사에 종속된 수익구조를 재확인했다.
설립 11년째인 암젠코리아는 누적 이익잉여금 214억원을 보유하고도 단 한 푼의 배당도 실시하지 않은 채 본사로부터 빌려온 약 488억원 규모의 외화차입금(이자율 1.74%)을 안고 있어, 이전가격(Transfer Pricing)과 조세회피 논란의 불씨가 이번 감사보고서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체 매출의 55.6%가 본사·계열사로부터의 상품 매입원가(1,421억원)로 귀속되는 구조 역시 한국법인의 '파이프라인 판매창구' 역할을 수치로 증명했다.
외형 역성장…주력 품목 부진에 매출 6.2% 감소
4월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공시된 암젠코리아 유한회사 제11기 감사보고서(한영회계법인)에 따르면 회사의 2025년 매출액은 2,556억127만원으로 전년(2,724억3,026만원) 대비 6.18% 감소했다. 글로벌 본사 암젠(NASDAQ: AMGN)이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367억5,000만 달러(전년비 +9%)를 기록하며 레파타·업리즈나 등 블록버스터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것과는 대비되는 수치다.
매출 내역을 뜯어보면 상품매출(의약품 판매)은 2,830억원에서 67억원 감소한 반면, 매출에누리는 584억원에서 676억원으로 15.8% 불어났다. 이는 건강보험공단과의 위험분담제(RSA) 환급금·급여할인 등이 주원인으로 추정되며, 상품매출 대비 매출에누리 비율이 19.4% → 23.9%로 치솟아 실질 판매단가 하락 압력이 가중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의료자문·임상 등 본사향 용역매출은 294억원→402억원으로 36.7% 증가해 외형 감소 폭을 일부 방어했다.
이에 대해 암젠코리아측은 "2025년 실적은 국내 의약품 시장 환경 변화, 주요 제품의 가격 조정, 경쟁 심화 및 포트폴리오 변화 등의 복합적 요인이 반영된 결과"라며 "글로벌 실적과의 차이는 각 국가별 시장 구조, 규제 환경 및 포트폴리오 구성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률 4.6%로 추락…지급수수료만 22% 폭증
영업이익은 118억6,294만원으로 전년(145억5,768만원)보다 18.5%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5.34%에서 4.64%로 0.7%포인트 악화됐다. 매출총이익은 978억원(전년 953억원)으로 소폭 개선됐지만, 판매비와 관리비가 807억원에서 860억원으로 6.5% 증가하며 이익을 갉아먹었다.
판관비 항목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지급수수료다. 329억원에서 403억원으로 한 해 만에 22.47% 폭증하며 전체 판관비의 46.9%를 차지했다. 반면 광고선전비(60억4,300만원, -12.5%), 급여(205억7,300만원, -4.9%), 접대비(11억8,900만원, -14.0%) 등 직접비용은 오히려 축소됐다.
지급수수료의 구체적 내역은 감사보고서상 공개되지 않았으나, 유한회사 특성상 컨설팅·자문·로열티성 비용이 이 계정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본사·계열사향 서비스 수수료의 실체에 대한 '확실하지 않은'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지급수수료는 마케팅 및 홍보 대행 수수료, 법률 자문 및 회계 감사 수수료, 외부 용역 및 컨설팅 비용 등과 같이 외부 전문가나 기관에 의뢰한 서비스 비용을 말한다. 지급수수료의 급증은 홍보대행사, 법무법인, 본사의 컨설팅 등 외부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암젠코리아측은 "지급수수료는 유통, 물류, 외주 용역 서비스 등 사업 운영 전반에 필요한 비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5년에는 지속적인 임상 투자로 인해 일부 외주 용역 서비스 비용이 증가했다"며 "세부 내역 및 특수관계자 관련 비중은 계약상 기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102억1,158만원으로 전년(47억687만원) 대비 117.0% 급증했다. 그러나 이는 전년 반영됐던 외화환산손실 75억8,520만원이 이번 기에 사라지고 오히려 외화환산이익 12억2,025만원이 발생한 데 따른 '착시효과'에 가깝다. 환율(2024년 말 1,470원 → 2025년 말 1,434.9원)이 원화 강세로 돌면서 4,000만 달러 외화차입금의 평가이익이 터진 결과로, 본업 수익성은 되레 후퇴한 셈이다.
배당 '0원' 11년 연속…이익잉여금 215억 전액 유보
암젠코리아가 사원총회에서 확정할 예정인 2025년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에는 배당지급액이 '제로(0)'로 기재됐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전기 113억원에서 215억원으로 1년 만에 배 가까이 불어났지만, 100% 모회사인 Amgen Inc.(미국)에 대한 현금 배당은 설립 11년째 한 번도 집행되지 않았다. 통상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은 배당 대신 고율의 상품매입단가(이전가격)와 로열티·지급수수료로 본사 자금을 이전하는 경향이 있는데, 암젠코리아 역시 그 전형적인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관측된다.
유보된 이익잉여금의 향후 활용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암젠코리아측은 "중장기 성장과 안정적 사업 운영을 위해 이익의 일부를 연구개발, 운영 효율화, 인재 확보 등 핵심 분야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수관계자 거래 1421억…매출원가의 90% '본사 종속'
특수관계자는 암젠코리아의 수익구조가 얼마나 본사에 편중돼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25년 특수관계자로부터의 매입 총액은 1,421억3,836만원으로, 이 중 Amgen Manufacturing, Limited(푸에르토리코)에서만 1,365억4,989만원을 상품으로 들여왔다. 이는 2025년 전체 매출원가 1,577억2,074만원의 86.6%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한 Amgen Technology Ireland(ATI) 매입분 55억8,847만원까지 합치면 매출원가의 약 90%가 사실상 본사·계열사에 지급되는 '내부거래'임을 알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매출원가 항목에 '이전가격보전손익' 18억6,359만원이 양(+)의 방향으로 가산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본사와의 이전가격 정산에서 한국법인이 추가로 본사에 비용을 지급(또는 원가 조정)했음을 의미하며, 전년(-44억5,935만원, 환입)과 정반대의 방향이다. 요컨대 환율·원가구조가 불리해질 때마다 한국법인이 이전가격 명목으로 추가 원가를 떠안는 구조가 재차 작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본사 차입 488억 '저리(低利) 1.74%'…부채비율 328%
암젠코리아는 네덜란드 소재 계열사 Amgen Global Finance BV로부터 장기차입금 487억8,660만원(미화 3,400만달러)을 안고 있다. 금리는 연 1.74% 고정으로, 2025년 4월 말 3조원대 국고채 3년물 금리 2.7~2.8% 수준(한국은행)을 감안하면 사실상 '특혜성 저리' 다.
회사는 2025년 중 기존 차입금 117억6,000만원(미화 약 800만 달러)을 조기 상환해 총 차입잔액을 617억원 → 488억원으로 축소했으나, 이 중 143억4,900만원(2026년 1월 26일 만기)은 1년 내 상환 부담으로 유동성차입금에 재분류됐다.
부채비율은 536.1%에서 327.8%로 개선됐지만, 여전히 국내 제약업계 평균(약 70~100%)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유동비율은 162.5%(유동자산 2,266억원/유동부채 1,395억원)로 양호하고 현금성자산도 630억원(원화 608억+외화 USD 152만달러 상당 22억원)을 보유해 단기 유동성 자체는 견조하다.
다만 유동부채 1,395억원의 55.6%(775억원)가 Amgen Manufacturing 등에 대한 매입채무라는 점에서, 이 역시 본사 상대 '내부채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로열티·무형자산 '미공시'…유한회사 특유의 정보 블라인드
이번 감사보고서에서는 별도의 로열티 지급 내역과 무형자산(산업재산권·판매권 등)이 계정상 표시되지 않았다. 비유동자산 총액이 8억4,038만원에 불과하고 이 중 유형자산(비품·임차개량자산) 5,716만원, 임차보증금 6억9,131만원 등이 전부다.
기업재무분석 전문가는 "암젠코리아는 로열티를 별도 계상하지 않고, 본사·계열사로부터의 상품매입 단가에 이를 포괄(embedded)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한회사 전환으로 상법상 공시 의무가 축소된 가운데, 로열티·배당·경영진 보수 등 핵심 정보가 재무제표에서 가시화되지 않는 '정보 블라인드' 구조가 이번에도 되풀이된 셈이다"고 지적했다.
법정소송·우발부채…변호사 조회는 이뤄졌지만 금액 '미표시'
우발부채와 주요 약정사항에는 진행 중인 소송의 건수나 피소 금액이 명시되지 않았다. 다만 외부감사 실시내용 상 변호사 조회가 'O(이행)'로 체크돼 있어 감사인(한영회계법인)이 법률 리스크 점검을 수행한 정황은 확인된다.
암젠코리아측은 "통상적인 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이슈를 관리하고 있으며, 재무제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관련 기준에 따라 반영하고 있다"면서 "개별 소송 건수 및 금액은 공개가 어려운 점 양해바란다"고 해명했다.
회사는 항암제 키프롤리스·블린사이토 판매와 연계된 위험분담금 환급을 담보하기 위해 도이치은행에 지급보증 약정 275억5,000만원을 개설한 상태다. 2025년 12월 만기가 도래한 43억8,000만원 지급보증은 2026년부터 한도 46억5,000만원으로 갱신됐다.
주요 경영진 보수도 '블랙박스'
주요 경영진에 대한 급여·퇴직급여 내역 역시 별도 주석으로 공시되지 않았다(일반기업회계기준 적용 유한회사). 다만 판관비에 계상된 전체 급여 205억7,327만원, 상여 43억1,856만원, 퇴직급여 24억9,462만원, 주식보상비용 5억6,083만원이 전체 임직원 통합 수치로 집계됐다.
주식보상(RSU·Performance Unit)은 최상위 지배기업 Amgen Inc.의 주식을 무상 부여하는 방식으로, 당기 신규 인식 보상원가만 5억6,083만원, 누적 총보상원가 기준 잔여보상원가는 18억7,192만원에 달한다. 즉 경영진·핵심인력의 인센티브는 한국법인 배당이 아닌 미국 본사 주식 상승분으로 귀속되는 구조로, 한국 내 이익 유보와 배당 부재의 또 다른 배경으로 지목된다.

신수희 대표 체제 2년차…신사업·구조조정 흔적은 '제한적'
2024년 6월 취임한 신수희 대표이사 체제의 첫 온전한 회계연도인 2025년에는 대규모 투자나 신사업 진출, 인력 구조조정의 흔적이 재무제표상 포착되지 않는다. 투자활동 현금유출은 5,513만원에 불과했고, 이는 비품 취득 3,500만원과 임차보증금 증가 2,013만원이 전부다.
다만 본사 암젠은 2026년 마리타이드(비만·당뇨 치료제) 생산 준비에 26억달러 자본투자를 선언한 상태로, 마리타이드 국내 도입 시 한국법인의 파이프라인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TIKR, 2026.3.16). 암젠코리아는 2032년까지 10개 이상의 혁신 치료제를 국내에 도입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기업재무분석 전문가는 "외형 역성장과 영업이익률 4.6% 동반 추락에도 불구하고, 매출원가의 86%가 푸에르토리코·아일랜드 등 본사 계열사에서 흘러들어가는 이 구조는 '한국법인은 단순 판매창구'라는 전형적 MNC(다국적기업) 포트폴리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특히 "연 1.74% 초저리로 본사 금융계열사(Amgen Global Finance BV)로부터 488억원을 차입하면서도 11년 연속 무배당을 고수하고, 이익잉여금 215억원을 전액 유보한 것은 곧 '한국에서 번 돈을 한국에 남기지 않겠다'는 시그널로 읽힌다"면서 "매출에누리 676억원(전년비 +15.8%)과 지급수수료 403억원(+22.5%)이라는 두 개의 비용 블랙박스가 동시에 팽창하고 있는 점, 로열티·경영진 보수·소송 금액이 모두 유한회사 공시 미비로 가려진 점은 향후 국세청 이전가격 조사와 시민사회의 조세정의 이슈에서 가장 먼저 겨냥될 3대 아킬레스건이다"고 지적했다.
암젠코리아측은 "당사는 혁신 치료제의 국내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일정과 투자 규모는 글로벌 개발 및 허가 일정, 시장 환경 등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확정된다"면서 "향후에도 환자 접근성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며, 국내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에 대한 정보는 전달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