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대원제약이 자사의 대표 국산신약 ‘펠루비’ 특허소송에서 1심, 2심에 이어 대법원(3심)에서도 연이어 패소하면서, 경영진의 전략 부재와 위기관리 능력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판결로 인해 펠루비의 약가 인하가 사실상 불가피해지면서, 수백억 원대 매출 감소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 4번씩이나 패소에 또 소송?… 4연속 패소한 핵심 이유
대원제약이 자사의 대표 국산신약 ‘펠루비’의 특허를 둘러싼 소송에서 4차례 연속 패소했다. 이번 3심 대법원 판결까지 이어진 연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2019년 영진약품 등 제네릭(복제약) 업체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펠루비 제네릭이 대원제약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 2021년 4월, 특허심판원은 제네릭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원제약의 특허가 제네릭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대원제약은 이에 불복해 특허법원에 심결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2년 9월에도 패소했다. 이후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2025년 5월 15일 대법원 역시 대원제약의 주장을 기각하며 최종적으로 제네릭사들의 승리로 결론이 났다.
이와 별도로 대원제약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펠루비 약가 인하 처분 취소 소송도 진행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번 특허소송 결과가 약가인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원제약이 4연속으로 패소한 핵심 이유는, 법원이 제네릭사들의 제품이 대원제약의 특허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대원제약이 주장한 특허의 독창성이나 권리범위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제네릭사들의 특허 회피 전략이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각 단계의 재판부 모두 대원제약의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반복된 패소, 무리한 소송전이 부른 ‘시간벌기’의 한계
펠루비는 2028년 11월까지 제제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영진약품, 휴온스, 종근당 등 후발 제약사들이 특허 회피 소송을 제기해 2019년 1심에서부터 대원제약이 패소했다. 대원제약은 불복해 2심, 3심까지 소송을 끌고 갔지만, 결과는 모두 패배였다. 그 사이 영진약품과 휴온스는 이미 제네릭 제품을 시장에 출시했고, 종근당 역시 진입을 앞두고 있다.
결국 대원제약은 특허 방어 논리의 한계, 그리고 제네릭사들의 치밀한 특허 회피 전략 앞에 연이은 패소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펠루비의 약가 인하와 매출 감소는 불가피해졌으며, 대원제약은 향후 더욱 치열한 시장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
대원제약은 소송을 지연하는 동안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약가 인하를 유예하며 시간을 벌었으나, 근본적으로 시장 방어에 실패했다. 오히려 법적 분쟁에 집착하다가 제네릭 진입을 막지 못하고, 약가 인하라는 더 큰 리스크를 자초한 셈이다.
◆ 약가인하 직격탄, 매출 수백억 증발 위기
복지부와 심평원은 이미 펠루비와 펠루비서방정의 상한금액 인하를 예고했다. 펠루비는 180원에서 96원으로, 펠루비서방정은 304원에서 179원으로 약 40~50% 인하된다. 지난해 기준 펠루비 패밀리 처방액은 620억원에 달해, 약가 인하분만 적용해도 200~300억원의 매출이 증발할 수 있다.
특히 대원제약이 진행 중인 약가인하 취소 소송 역시 이번 특허 패소로 인해 승산이 희박해졌다. 소송의 논리가 ‘특허가 유지되므로 약가 인하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 후속 제품·복합제 개발도 ‘삐걱’…혁신 역량, 시장 대응력, 전략적 기민함 '의문'
대원제약은 펠루비 단점을 보완한 ‘펠루비에스’와 트라마돌 복합제 등 후속 제품 개발로 위기 돌파를 시도하고 있지만, 복합제의 경우 특허 등록 자체가 진보성 부족 등으로 거듭 거절당하며 상용화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기존 펠루비 시리즈의 성장세가 약가 인하 충격을 일부 상쇄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
펠루비는 제네릭 진입 이후에도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유지해왔으나, 이는 경쟁사 제네릭의 영업력 부족에 기댄 측면이 크다. 대원제약은 특허 방어 실패, 약가인하 리스크 관리 실패, 후속 제품의 권리화 실패 등 의사결정과 위기대응에서 연속적인 전략적 무능을 드러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원제약이 최근 수년간 진행한 법정공방은 이해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승산은 적었고, 오리지널 약가 인하를 막기 위한 ‘지푸라기 잡기’에 불과했다”면서 "식약처, 국세청 단골집이란 오명처럼 잦은 조사와 질긴 악연과 함께 후진적 가족경영, 낮은 ESG 점수, 실적 부진과 재무 불안 요소까지 겹친 생긴 악재"라고 분석했다.
제약업계 뿐만 아니라 재계쪽 전문가들도 대원제약의 펠루비 특허 패소 사태는 단순한 소송 패배가 아니라, 위기관리와 미래 대비 전략 부재, 그리고 경영진의 무능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사례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네릭 공세와 약가 인하라는 예측 가능한 위협에 대해, 대원제약은 소송 지연 외에 실질적이고 혁신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수백억원 규모의 매출 손실과 함께, ‘국산신약 성공신화’의 상징이었던 펠루비마저 성장판이 닫힐 위기에 처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