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아예 사실과 다른 말을 만들어내는 ‘작화증(confabulation)’ 증상을 보이며 치매 초기 증상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2008년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캠프에서 활동한 크리스 트루악스 변호사는 8월 1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에 ‘트럼프의 정신적 쇠퇴는 부인할 수 없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하며 이를 집중 지적했다.
작화증: 현실과 허구를 구분 못하는 치매 초기 신호
작화증은 기억장애 환자가 손실된 기억을 보충하려 무의식적으로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증상이다. 본인이 경험하지 않은 일을 진짜처럼 말하며, 본인 또한 진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게 특징이다. 트루악스 변호사는 특히 노인들에게 이는 알츠하이머 등 치매의 가장 명확한 초기 신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최근 연설에서 자신의 삼촌이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핵, 화학, 수학 세 분야 학위를 받았고, ‘유나바머’ 테드 카진스키를 가르친 일화를 직접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트럼프 삼촌은 전기공학과 물리학 전공에 MIT 교수였고, 카진스키는 MIT가 아닌 하버드를 졸업했다. 더구나 삼촌은 카진스키 사건이 발생하기 11년 전에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따라서 트럼프가 들었다는 일화 자체가 사실이 아니다.
수학적 개념 혼동… “1000% 약값 인하” 발언은 논리적 오류
트루악스는 두 번째 치매 징후로 ‘수학적 개념에 대한 어려움’을 꼽았다. 트럼프가 약값을 1000% 깎겠다고 외친 것이 그 예다. 실제로 100% 인하는 약값을 0원으로 만드는 것이지, 1000% 인하는 불가능하고, 수학적으로도 의미를 갖지 못한다.
평생 기업 경영을 해온 인물이 이에 대한 개념을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 이 발언은 심각한 인지기능 저하를 암시한다는 진단이다.
시기錯認의 증거… ‘엡스타인 사건’ 음모론
트루악스는 세 번째 증거로 트럼프가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을 전혀 다른 인물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음모로 몰아가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엡스타인은 2019년 체포됐는데 오바마는 이미 2017년 퇴임한 상태다. 트럼프가 과거 사건 발생 시점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것 역시 작화증, 즉 치매 초기 증상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 “대통령 치매 의심은 중대한 문제…공공과 가족이 경계해야”
인지과학 및 신경학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작화증 증상이 노년 치매, 특히 알츠하이머병과 연관돼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미국 알츠하이머 협회는 치매 초기 증상으로 기억 혼란, 현실과 사실 구분 어려움, 복잡한 과제 수행 저하 등을 꼽고 있다. 치매 환자의 수학능력 저하 사례도 다수 언급된다.
트루악스는 “대통령이라는 중대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 수학적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기억을 가진다는 것은 결코 간과할 문제가 아니며, 주변 이웃이나 가족 등은 이미 그 상태를 감지했을 것”이라며 “국가 최고 지도자의 건강 문제를 눈감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