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미투더문] 노래가 시절을 기억하듯, 단어는 고객의 삶을 기억한다

  • 등록 2025.08.0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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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자의 플라이미투더문 ⑤

 

이른 점심시간의 식당, 설레는 마음으로 음식을 기다린다. 오늘의 메뉴는 남자의 2대 소울푸드 중 하나인 제육볶음. 동석한 회사 후배와 이런저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는데 문득 귓가에 익숙한 멜로디가 들린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가사의 멜로디가 머릿속을 스쳤다면 아마도 필자와 같은 시대를 향유 했으리라. 멜로디로 촉발된 기억속에는 노래 가사뿐 아니라 그 시절의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대학시절 친구들 과의 술자리, 동아리 MT, 전공 수업 등 노래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으나 그 시절이 기억이 패키지화 되어 고스란히 담겨있다.

코칭 세션을 진행하면서 가장 신나는 순간이 언제 인지 묻는다면 나는 자신 있게 고객 삶의 “단어”를 찾았을 때라고 답할 것이다. 고객의 언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반복되는 단어, 인생의 중요한 사건 사고에 어김없이 등장하고 자신에 대한 설명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이 단어는 마치 시절을 기억하는 멜로디 와도 같이 고객의 삶을 기억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단어의 사전적인 정의에 얽매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전적 정의는 모두에게 통용되는 객관적인 의미를 뜻하지만, 보통 이러한 고객 삶의 단어는 사전적 정의 이상의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거나 본인만의 독특한 정의를 지니는 경우가 많다.

얼마전 코칭에서 “실수” 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하는 고객을 만난 적이 있다. “실수” 라는 단어는 지극히 평범한 단어이자 어느 누구도 그 의미를 헷갈릴 수 없는 비교적 명쾌한 의미를 지니는 단어임에도 고객에게는 미묘하게 다른 의미를 지니는 특별한 단어임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있어요.” 라는 고민을 털어놓을 때만 해도 누구나 겪을만한 상황 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모범적인 사람이 되려면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이후 이어지는 코칭에서 고객의 삶 속 “실수”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한 결과, 이 단어 속에 memorize된 유년시절의 두 가지 작은 사건들과 이로 인해 잘못 해석된 정의를 깨닫게 되었다.

 

구체적인 사건을 언급할 수는 없으나 잘못된 정의를 이야기하자면, 이 고객에게 있어 실수 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의도를 가지고 행위를 하는 것” 이라는 그릇된 의미로 자리잡아 있었다.

딸아이 유치원의 주간 안내문에서 본 적이 있다.

“옳지 않은 행위를 알면서도 행하는 나쁜 행동은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해요.”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드는 말이다. 나쁜 행동은 늘 유혹이 있지만 이성으로 이겨내야 한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든지, 쓰레기를 길에 버리지 않는다든지 등의 경우 말이다. 이는 명백히 “실수” 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고객은 이러한 “나쁜 행동”을 어린시절 어떠한 계기로 “실수” 라는 단어로 인지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실수” 라고 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으로 마음속에 자리잡았던 모양이다.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실수는 고객에게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되는 기제로 자리잡다 보니, 일을 함에 있어 늘 실수를 할까 망설이고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고, 실수가 발생했을 때마다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이 때부터 고객과 필자는 “실수”라는 단어와 “나쁜 행동” 이라는 단어의 비교를 통해 재정의 과정을 거쳤고, 이후 고객은 본인의 두려움의 본질을 마주하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코칭에서 코치가 가장 버려야 할 것을 묻는다면 단연 “EGO” 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게 맞을 거야.”, “너는 이렇게 생각 했던 게 분명해.”, “그럴 땐 이렇게 해야 해.” 등의 생각은 모두 코치의 에고로부터 출발한다.

 

그렇다면 고객의 단어에 대한 정의는 어떨까? “실수란 의도와 다르게 잘못된 판단이나 행동을 하여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행위이다.” 라는 정의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이는 코치의 에고가 아니야 라는 생각이 오히려 또다른 에고가 될 수 있다. 아무리 객관적인 단어와 표현이라 할 지라도 상대방에게 있어서는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으며, 코치는 이를 상대방의 입장과 시선에서 함께 바라봐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에고를 버린 고객중심의 코칭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늘 코칭 시작 전 “힘 빼기” 의식을 실시한다. 살면서 깨달은 몇 안 되는 깨달음 중 하나가 바로 이 “힘 빼기” 이다. 노래를 잘 부르려면 목에 힘을 빼야 하고,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는 스윙에서 힘이 빠져야 하며, 옷 잘입는 사람이 되려면 스타일이 과하지 않아야 한다. 코칭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지식 들에서 힘을 뺀다면 코치는 온전히 고객에게 집중할 수 있을 것이고, 자연스러운 흐름에 몸을 맡겨 성공하는 코칭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칼럼니스트 ‘쿠자’는 소통 전문가를 꿈꾸며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였고, KBS 라디오 DJ를 거쳐, 외국계 대기업의 인사업무를 담당하며 역량을 키워왔습니다. 다양한 강의와 공연을 통해 소통의 경험을 쌓아온 쿠자는 현재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과 더불어 코칭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의미 있는 소통 전문가가 되고자 합니다.

김문균 기자 newsspa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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