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미투더문] "너는 마치 에어컨이다"…'사물 의인화 기법' 아시나요?

  • 등록 2025.07.11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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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자의 플라이미투더문②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지는 폭염의 계절에는 더욱이 시원한 카페를 찾곤 한다. 각얼음 가득 담긴 아메리카노를 한잔 들고 에어컨 앞 로얄석에 앉으니 상쾌함과 더불어 막상 감기를 걱정하는 아이러니함이 고개를 드민다.

 

그때 문득 마음 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마치 에어컨 같았던 그 사람이다.

고객의 의식을 확장하고 새로운 인식을 일깨우기 위한 코칭의 기법 중 “사물 의인화 기법” 이라는 것이 있다. 코칭을 공부하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 부분에서 유독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는 이유는, 이 기법의 사용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만약 앞에 있는 책상이 지금의 나에게 조언을 한다면 뭐라고 할까?”, “지금 머리위의 형광등이 내게 한마디를 던진다면?”. 조심하라. 자칫 잘못 쓰면 신뢰도 하락과 함께 망상에 빠진 사람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필자는 이러한 사물 의인화 기법을 자주 애용하곤 하는데, 물론 사용 방법은 앞의 예시와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주로 특정 인물의 역량과 뿌리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용도로 해당 기법을 사용한다. 보통 “그 사람을 생각하면 어떠한 사물이 떠오르나요?” 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그 사물의 이야기로부터 풀어나간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생각이 깊은 사람일수록 떠올린 사물에 굉장히 많은 의미들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뇌 속 neural network의 능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껏 봐왔던 수많은 행동과 행위 및 말들을 기반으로 비슷한 이미지와 기능을 떠올려 생각해 낸 하나의 사물은, 그 사물의 기능과 역할 측면에 있어서 대입 대상인 사람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에어컨 남자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는 늘 시원했다. 필자는 상사에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문제를 유발하는 눈치 없는 동료로 인해 뜨겁게 데워질 때면 늘 그를 찾곤 했고, 그럴 때마다 시원하게 맞장구를 쳐주며 그 누구보다도 호쾌하게 그들을 미워해 주었다.

 

그는 마치 현장의 온도를 감지하여 자동 센서로 시원함을 조절하는 AI 에어컨과도 같이 상대방의 속상함 정도를 미세하게 읽어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늘 내가 더 속상하면 할수록 반응하는 풍량이 거세지곤 했다. 풍량과 함께 소음도 커지는 것 역시 에어컨의 본투비 성향이라 하겠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내가 더워서 그를 찾았음에도, 풍량이 거세지는 시간이 지속되면 화자는 슬그머니 화제를 돌려 온도를 올리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에어컨 전원을 끄기 위해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곤 했다. 그는 술자리를 좋아했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시원한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 목적 때문일 수도 있겠 으나, 그러한 동조성 비난 발언을 거침없이 하다 보면 필터에 쌓인 먼지를 술로 씻어내야 했을 수도 있으리라.

 

또한 에어컨은 계절성 가전이다. 마치 겨울에는 커버를 씌운 채 찾지 않듯, 필자는 마음의 안정과 여유가 있는 시기에는 굳이 에어컨 남자를 만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필자는 그를 떠올리니 에어컨이 떠올랐고, 에어컨을 보니 그가 떠오른 모양이다. 즉 사람과 사물의 작동 원리가 닮아 있고,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사물을 통해서 역으로 그 사람이 잘할 수 있는 것과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성향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아마도 그는 에어컨 한 대가 넓은 공간에 영향을 주듯, 일정 공간을 장악하는 1대多의 에너지를 지녔으리라. 그리고 분명 원활한 가동을 위해 뜨거운 바람을 뿜어대는 실외기 와도 같은 본인만의 해소기제가 있었으리라. 만약 그러한 기제를 아직 지니지 못했다면 이를 개발한다면 더욱 성능 좋은 에어컨이 되지 않을 까 생각해본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사물과 현상에는 인과관계에 의거한 법칙이 존재하며 사람 역시 이러한 법칙에 있어 예외가 될 수 없다. 코칭이란 이러한 법칙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조금 더 자세한 자아의 사용설명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도 할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사물 의인화 기법” 과 같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 칼럼니스트 ‘쿠자’는 소통 전문가를 꿈꾸며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였고, KBS 라디오 DJ를 거쳐, 외국계 대기업의 인사업무를 담당하며 역량을 키워왔습니다. 다양한 강의와 공연을 통해 소통의 경험을 쌓아온 쿠자는 현재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과 더불어 코칭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의미 있는 소통 전문가가 되고자 합니다.

김문균 기자 newsspa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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