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효성家 3세인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코오롱家 4세인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이 글로벌 타이어코드 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특허 소송전을 벌이는 가운데,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원팀’으로 손을 잡아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HTC 타이어코드 특허소송…누가 더 유리한가
양사의 특허 분쟁은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HTC)’라는 차세대 자동차용 핵심 소재를 둘러싸고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HS효성첨단소재가 자사의 HTC 특허를 침해했다며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HS효성은 미국 특허청(PTAB)에 코오롱 특허 무효심판(IPR)을 청구하며 맞불을 놨다.
미국 법원은 올해 들어 코오롱의 특허 침해 주장에 대해 두 차례(7월, 9월) 기각 결정을 내렸다.
판사는 “코오롱의 직접 침해 주장은 HS효성이 아닌 타이어 제조사의 판매 행위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간접·고의 침해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법적 우위는 HS효성 쪽에 기울었지만 최종 결과는 뒤집힐 수 있다. 이에 코오롱은 소장을 보완해 재제출했고, 미국 특허청의 IPR 심사 결과에 따라 판세가 뒤집힐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는 HS효성이 코오롱 특허 무효소송 1심에서 패소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즉, 미국에선 효성이, 국내에선 코오롱이 부분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경영 승계 앞둔 ‘자존심 대결’
HTC 타이어코드는 전기차·하이브리드카 등 미래차 시장 확대와 맞물려 연평균 7% 이상 성장하는 고부가가치 시장이다. HS효성첨단소재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각각 글로벌 시장점유율 51%, 16%를 차지하며, 기술력과 특허를 둘러싼 자존심 싸움이 더욱 치열하다.
특히 이번 소송은 계열분리 후 독립경영에 나선 조현상 부회장과, 경영권 승계를 앞둔 이규호 부회장 간 ‘차세대 오너’들의 첫 글로벌 법정 공방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적과의 동침’…APEC 성공 위해 손 맞잡다
이처럼 법정에선 한 치 양보 없는 싸움을 벌이지만, 두 사람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라는 ‘국익’ 앞에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현상 부회장은 올해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의장, 이규호 부회장은 위원으로 활동하며, 10월 경주 정상회의 준비와 글로벌 공급망, 첨단산업 협력 등 핵심 의제 논의에 힘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