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서울 강남의 상징, 압구정2구역 재건축 시공권을 두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끝장 승부’에 들어갔다.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비, 한강변 초역세권 프리미엄, 그리고 압구정 재건축 6개 구역 중 첫 주자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지면서 양사의 경쟁은 건설업계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압구정2구역, 왜 ‘끝판왕’인가
압구정2구역은 1982년 준공된 신현대아파트 9·11·12차와 대림빌라트 일대로, 기존 1924가구를 최고 65~70층, 2571가구(임대 321가구 포함)의 초고층 단지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한강 조망, 압구정역 초역세권, 현대백화점 등 핵심 인프라가 도보권에 위치해 입지적 프리미엄이 극대화된 곳이다. 특히 6개 압구정 재건축 구역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빨라 ‘재건축 첫 테이프’라는 상징성도 크다.
압구정 2구역은 강남 부촌의 상징이자, 향후 압구정 전체 재건축 판도를 좌우할 ‘기준점’이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반드시 수주하고 싶은 현장이다. 게다가 향후 여의도·성수동 등 대형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된다. 즉 압구정 2구역 수주는 단순히 한 단지의 시공권을 넘어, 해당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승자 회사 담당자들에겐 엄청난 승진과 선물이, 패자 회사엔 상당한 후유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또 서울시가 재건축 동의율 요건을 60%에서 50%로 완화하는 등 정책 변화가 맞물리면서, 압구정 2구역을 시작으로 강남·서울 전역의 노후 단지 재건축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2030년까지 서울에서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가 875곳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압구정 2구역의 성공이 이러한 재건축 활성화 정책에 ‘불씨’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사 장단점과 핵심 경쟁력…‘브랜드 유산’ vs ‘글로벌 기술력’
삼성물산은 세계 최고층 빌딩 시공 경험(부르즈 할리파, 메르데카 118 등)과 첨단 스마트홈, 친환경 설계, 층간소음 저감 등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실제로 압구정 맞은편에 프라이빗 라운지 ‘압구정 S.Lounge’를 개관해 조합원들을 집중 공략 중이다. 최근에는 개포주공, 잠실우성 등 다른 강남 재건축 수주를 포기하면서까지 전사적 역량을 압구정2구역에 쏟고 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라는 브랜드 유산과 50년 전 시공 경험을 내세우며, 상표권을 한글·한자로 출원해 브랜드 계승을 강조한다. 최근에는 ‘압구정재건축영업팀’ 신설 등 조직을 강화하며, 한남4구역 수주전 패배 설욕을 벼르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승자는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질 전망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구역에서의 승패가 이후 다른 강남권 대형 재건축 수주전의 주도권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민 분위기와 표심 변수… "조합원 실익이 가장 큰 영향"
압구정2구역은 이미 재건축 기대감이 실거래가에 반영될 정도로 지역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최근 인근 아파트의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으며, 조합원들은 사업 속도와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에 높은 기대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일부 조합원들은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안에 대해 공원 위치, 공공기여(기부채납) 부담 등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공공기여 확대에 따른 분담금 증가, 임대주택 수 확대 등도 조합원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표심의 핵심은 “입찰 제안서의 구체적 내용, 이주비 대출금리, 분담금 등 실질적 혜택”에 달렸다는 게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브랜드·기술력 못지않게 조합원 실익이 최종 선택을 가를 전망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사무소의 A대표는 “조합원실익, 브랜드 가치, 기술력의 3박자가 표심을 가를 것”이라며 "브랜드와 기술력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보여져 결국 조합원 실익이 가장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주 결과에 따른 향후 파장…"서울 재건축 시장의 향방 결정짓는 분기점, 1패 이상의 큰 타격"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각각 국내 시공능력평가 1, 2위를 다투는 업계 대표 건설사다. 최근 한남4구역 등 대형 정비사업에서의 경쟁 구도와 맞물려, 이번 압구정 2구역 수주전은 양사의 자존심이 걸린 ‘리턴 매치’ 성격도 강하다.
양사의 수주 가능성은 ‘브랜드 유산’과 ‘글로벌 기술력’의 대결 구도다. 삼성물산은 초고층·스마트홈 등 미래형 주거를 강조하며 조합원 실익에 집중하고, 현대건설은 지역의 역사성과 브랜드 자부심, 친화력을 무기로 맞선다.
건설업계에서는 “입찰 제안서의 구체적 조건과 금융 혜택, 분담금 산정 등이 표심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압구정2구역 시공사 선정은 단순한 한 구역의 문제가 아니다. 향후 3·4·5구역 등 압구정 전체 재건축의 판도를 가를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수주전에서 승리한 건설사는 압구정 전체 재건축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조합은 6월 입찰 공고, 9월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있다. 양사의 치열한 신경전과 전략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압구정2구역 재건축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브랜드 유산’과 ‘글로벌 기술력’ 대결로, 조합원 실익과 프리미엄, 상징성이 표심을 좌우할 전망이다"며 "국내 최대 재건축 시장인 압구정을 놓고 겨루는 자존심 대결이라는 점에서 이번 수주전 결과는 향후 전체 재건축 시장의 향방을 결정짓는 기준점이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압구정 2구역 재건축은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기준점이자, 프리미엄 주거 트렌드와 부동산 시장 심리, 정책 변화, 건설사 경쟁 구도 등 전방위적으로 큰 파장을 미칠 핵심 프로젝트다. 이 사업의 결과에 따라 강남, 나아가 서울 재건축 시장의 방향성이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