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회복 연구실] 나의 ESG 점수 진단하기…개인의 지속가능성 체크리스트

  • 등록 2025.09.1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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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비(LABi)의 마음 회복 연구실 ⑪

 

◆ 지속가능한 나를 위한 안내서가 있나요?

 

스트레스가 가득한 날 반신욕은 내게 주는 작은 사치다. 그러다 문득 욕조에 가득 담긴 물이 나에게는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소중한 시간이지만, 지구 반대편 누군가에게는 생명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입사 첫날, 종이컵이 없어 이웃 팀에서 빌려 다녔던 기억도 떠올랐다. ESG경영을 진심으로 실천하는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가 내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다. 완벽한 실천은 불가해도 텀블러를 두고 온 날이면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지속가능성은 과연 기업만의 숙제일까?

 

번아웃으로 쓰러져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시대, 오히려 개인에게 더 절실한 화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기업의 언어(ESG경영)를 살짝 빌려서, '지속가능한 나'를 돌아보기 위한 세 가지 이야기와 코칭 질문을 생각해 보려 한다.

 

◆ E (Environmental): 나를 위한 환경은 건강한가?

 

기업이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Value Chain의 전 과정을 점검하듯, 나 또한 내 주변의 환경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내 방의 정리 상태, 충분한 수면, 건강한 식사, 적절한 운동, 마음의 안정까지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다.

 

돌아보면 일에 몰두한다는 핑계로 얼마나 나를 미뤄왔던가. 밤늦게까지 일에 매달리고, 달콤한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운동은 내일로 미루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아무리 좋은 씨앗이라도 척박한 땅에서는 꽃을 피울 수 없다는 것을.

 

[나에게 하는 코칭 질문] 지금 내 에너지를 가장 많이 빼앗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변화를 위해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일 하나는 무엇일까?

 

◆ S (Social): 나는 어떤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가?

 

회사에서 조직문화와 인권 업무를 하다 보면, 퇴사의 가장 큰 이유가 제도보다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결국 우리는 혼자 일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버크만이나 에니어그램, 갤럽강점 등의 진단을 활용한 팀 코칭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 있다. 자신의 강점을 발견한 사람이 그 역량을 팀을 위해 어떻게 써야 할지 깨닫게 되면 얼굴이 환하게 빛난다.

 

서로에게 좋은 영향이 오가는 순간, 번아웃은 힘을 잃는다. 함께 성장하는 경험은 서로를 지치지 않게 해주는 가장 큰 비타민이 된다.

 

그렇기에 내가 타인에게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나 또한 내 주변 사람들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돌아본다.

 

[나에게 하는 코칭 질문] 이번 주, 나는 동료에게 힘이 되어준 말이나 행동을 했는가? 작은 실천을 해볼 수 있다면 뭐가 있을까?

 

◆ G (Governance): 나를 이끌어가는 나만의 원칙이 있는가?

 

코칭에서 자주 묻는 말이 있다. “그것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겉으로 드러난 행동 이면의 마음을 바라보는 질문은 변화를 여는 열쇠가 된다.

 

이것이 바로 개인을 지탱하게 해 주는 거버넌스, 즉 '자기경영, 소신, 원칙'이다. 흔들리는 상황과 외부의 다양한 평가 속에서도 나를 단단하게 붙잡아주는 힘이자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는지, 어떤 가치를 지키고 싶은지에 대한 나만의 방향성을 말한다.

 

그러나 원칙을 지킨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이를 훈육할 때를 떠올리면 알 수 있다. 기분이 좋은 날에는 그냥 넘어가다가, 피곤한 날에는 더욱 엄격하게 야단을 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아이의 당황스러운 표정을 보면 후회가 밀려온다.

 

그래서 원칙이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피곤한 날에도 나답게 반응하려는 작은 선택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나에게 하는 코칭 질문] 최근에 내린 결정 중에서 가장 '나답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는가? 그때 나를 움직인 가치나 원칙은 무엇이었을까?

 

◆ 의식하는 순간이 나를 변화시킨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이렇게 내 자신에 대해 '의식하는 순간'이 늘어간다는 것이다. 작은 의식이 작은 행동을 바꾸고, 그것이 쌓여 지속가능한 삶으로 이어진다.

 

기업의 ESG경영은 결국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에서 시작된다.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지만, 긴 호흡으로 인내하며 실천할 때 비로소 뿌리를 내린다.

 

개인의 지속가능성도 다르지 않다. 나는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나에게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거창한 변화 대신 작은 의식의 전환을 품으며 나만의 길을 걸어가려 한다.

 

그래서 이번 주 잠시 시간을 내어 '나의 ESG'가 어떤 상태인지 가만히 들여다보려 한다.
그 작은 점검이 지치지 않고 오래 갈 수 있는 나만의 길을 만들어 줄 거라 믿는다.

 

★ 칼럼니스트 ‘래비(LABi)’는 어릴 적 아이디 ‘빨래비누’에서 출발해, 사람과 조직, 관계를 조용히 탐구하는 코치이자 조직문화 전문가다. 20년의 실무 경험과 워킹맘으로서의 삶을 바탕으로, 상처받은 마음의 회복을 돕는 작은 연구실을 열었다.

김문균 기자 newsspa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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